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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사·근육통 유발 야생진드기 감염, 사람간 전파 가능할까

제주도서 첫 ‘SFTS’ 가족간 전염 확인, 독감·식중독과 증상 비슷 … 완치법 없어

입력 2017-06-07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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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TS바이러스에 감염된 작은소참진드기에 물려 발생하는 중증 열성 혈소판감소증후군은 4년간 국내 사망자가 73명에 이를 만큼 치사율이 높은 편이다.

지난달 12일 올해 처음으로 야생 진드기에 물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Severe Fever with Thrombocytopenia Syndrome)’을 앓아 목숨을 잃는 사례가 발생했다. 야생 진드기 감염은 2009년 중국에서 최초로 발병했다. 국내에서는 2011년 처음으로 감염자가 나왔으며 지난해에만 19명이 야생 진드기에 물려 사망했다.


진드기는 종류에 따라 크기가 판이하게 달라 몸길이가 0.1㎜부터 1㎝까지 다양하다. 강력본드로 붙인 것처럼 피부에 달라붙어 오랫동안 피를 빨고 과정에서 여러 가지 병원체를 전파한다.


질병관리본부 ‘주간 건강과 질병’ 최근호에 따르면 2014∼2015년 속리산 인근 야산 곳곳에서 진드기를 채집한 결과 작은소피참진드기, 개피참진드기, 일본참진드기 등 3종이 확인됐다. 작은소피참진드기가 87.4%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개피참진드기(12.4%), 일본참진드기(0.13%)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 3종은 SFTS를 전파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


국내 전역에 서식하는 작은소참진드기는 5~8월에 집중적으로 활동하며 실내보다는 산과 들 같은 야외에서 주로 발견된다. SFTS바이러스에 감염된 작은소참진드기에 물려 발생하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은 치사율이 6~10% 내외로  4년간 사망자가 73명에 달한다. 예방백신이나 항바이러스제가 없어 야외활동이 잦은 요즘 물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SFTS는 그동안 인간이 아닌 진드기를 통해서만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국내에서 가족간 전파 사례가 보고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제주대 의대 미생물학교실팀이 일본 국립감염병연구소 연구팀과 공동으로 2015년 6월 제주도에서 야생 진드기에 물린 뒤 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이 나타나 사망한 남성(74)의 아내를 대상으로 유전자 및 혈청검사를 실시한 결과 남편이 걸린 바이러스와 같은 종류에 감염됐다가 항체가 생겨 자연적으로 치료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망한 남성은 2015년 6월 야생진드기에 물려 중증열성혈소판증후군이 확진됐고 아내, 아들, 사위도 같은 증상을 호소했다. 아들과 사위는 진드기에 물린 자국이 있어 가족 간 감염으로 보기 어려웠지만 아내는 진드기에 물린 자국이 없었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1~2주의 잠복기를 거친 뒤 감기 증상과 비슷하게 열이 나거나 근육통을 앓게 된다. 이후 설사가 나오면서 근육통이 심해지고 더 경과되면 의식이 희미해져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홍성관 차의과학대 분당차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SFTS 증상은 독감이나 식중독과 비슷해 쉽게 감별하기 어렵다”며 “야외활동 후 발열, 구토, 설사 등 증상이 나타나면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고 가급적 빨리 치료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시중에 판매되는 해충기피제에 포함된 디에칠톨루아미디(DEET) 성분은 진드기 차단에 도움되지만 독성이 강해 어린 아이나 임산부는 사용시 주의해야 한다.


미국의 토착병으로 알려진 라임병(Lyme disease)은 보렐리아균에 감염된 참진드기로 매개된다. 진드기에 물리고 1∼3주가 지난 뒤 발열, 두통, 피로감이 나타나고 피부에 과녁처럼 가장자리는 붉고 가운데는 연한 형태의 붉은 자국이 나타난다. 치료하지 않으면 수일 내지 수주 뒤에 여러 장기로 균이 퍼져 뇌염, 말초신경염, 심근염, 부정맥, 근골격계통증을 일으킨다. 국내에선 확진 사례가 없다가 2010년 강원도 화천에서 등산하던 남성에서 처음 발견됐고 현재까지 총 4명이 사망해 현재 4군 법정감염병으로 지정돼 있다.


비교적 대중에게 잘 알려진 쯔쯔가무시병은 ‘오리엔티아 쯔쯔가무시(Orientia tsutsugamushi)’로 불리는 리케치아균에 감염된 털진드기에 의해 전파된다. 1923년 일본에서 첫 환자가 발견된 쯔쯔가무시병은 일본말로 ‘진드기 유충’이라는 의미다. 국내에서는 1985년 처음 확진됐으며 현재 제3종 법정전염병으로 지정됐다.


2004년 이후 연간 4000~5000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하다 2012년 8604명, 2013년 1만365명으로 급증했다. 전체 환자의 80%가 50대 이상이다.
털진드기는 집쥐나 들쥐처럼 숲과 시골에 사는 설치류에 기생한다. 사람이 숲이나 관목 지역을 지나갈 때 털진드기 유충이 피부에 달라붙어 조직액을 흡입하고 이 과정에서 균체가 주입된다.


연중 내내 발병할 수 있고 대부분 늦가을인 10~11월에 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홍 교수는 “사람끼리는 전파되지 않고 40세 이상 중년 및 노년층에서 발생률이 높다”며 “고열, 두통, 반점 모양의 발진이 나타나고 늦게 치료하거나 고령 만성질환 환자일 경우 드문 확률로 쇼크, 호흡부진, 신부전, 의식저하 등 합병증이 동반돼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합병증 없이 완치된 뒤에도 전신쇠약감, 근육통 같은 후유증이 수개월간 지속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 질환은 아직 개발된 백신이 없어 진드기에 물리지 않는 게 최선이다. 여름과 가을철에 관목숲이나 유행지역에 가는 것을 피하고 노출을 피하기 어려운 농촌 지역에선 잔류성 살충제를 미리 살포해야 한다. 덥더라도 긴 소매의 옷과 바지를 착용하고 바지 끝, 소매 끝, 허리 띠 부위에 곤충기피제를 뿌리면 진드기가 달라붙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뇌염은 일본뇌염모기가 주매개체로 여겨지지만 진드기로 인해 전파되는 사례도 많다. 뇌염바이러스에 감염된 진드기에 물려 전파되며 살균되지 않은 염소젖·양젖·우유 섭취, 수혈, 장기이식, 모유수유 등으로 감염되기도 한다. 진드기 활동이 활발해지는 4~11월에 농촌에서 자주 발생한다.
7~14일의 잠복기엔 증상이 없다가 발열, 권태감, 식욕부진, 근육통, 두통, 오심, 구토 등이 나타난다. 이후 강직, 기면, 혼돈, 감각장애, 마비 등 중추신경계 증상이 발생하고 30~60%의 비율로 장기적 혹은 영구적인 신경학적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야생진드기에 물리면 증상 완화를 목적으로 대증요법을 시행한다. 혈장을 제거한 뒤 보충액을 주입하는 혈장교환술, 건강한 사람의 혈액에 존재하는 혈청을 환자의 체내에 넣는 회복기 혈청주입술 등은 아직 실험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다.
약물 중에선 항바이러스제인 ‘리바비린’이라는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국내에선 전부 경구약이고 아직 정맥으로 투여할 수 있는 제제가 나오지 않아 사용이 제한적이다.



박정환 기자 superstar1616@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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