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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고려 애환·조선 해학… 신명나는 '케미 실험' 창작탈춤극 '동동'

[혼자보기 아까운 히든콘] 육지 작·연출 창작탈춤극 '동동'

입력 2017-11-13 07:00 | 신문게재 2017-11-1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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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탈춤극 '동동'(사진제공=정동극장)

 

‘아으 동동 다리 동동’

  

거란족 40만 대군의 침략을 앞둔 급박한 고려, 역사상 유일한 사생아 왕 현종(송민환)도, 나라와 임금에 충성하는 용맹한 강감찬(김용남)도, 팔관회를 주관할 진관스님(이재현)도, 사생아라는 콤플렉스와 나라 생각에만 몰두하는 왕의 외면에 외로움을 느낀 원정왕후(조은)도, 그런 왕후와의 금지된 사랑으로 도피를 강행하는 어린 중 호두(정현철)도, 아이를 잃고서야 진실을 공유하는 감나무집여자(전애현)와 떡집남자(박현철)도 마치 주문을 외듯 외쳐댄다. 

 

동동_용신의춤
창작탈춤극 '동동'(사진제공=정동극장)

창작탈춤극을 표방하는 ‘동동’(11월 26일까지 정동극장)은 남녀상열지사를 주로 다루는 듯 보이인다. 

 

하지만 체념적이고 해학적이며 관조적인 고려가요의 정서와 풍자·해학·삶의 애환 등을 담은 조선후기 탈춤의 형식을 모티프로 한다.  

 

육지 작·연출의 소개처럼 “제목 ‘동동’은 북소리로 추정되는데 탈춤이 동동한 기운을 몸 언어로 확장할 수 있겠다는 발상”으로 기획된 작품이다.

 

‘동동’ ‘청산별곡’ 등 기존 고려가요에 선율을 붙인 넘버에 대해 육지 작·연출은 “해금·대금·생황·장구·징·스트링 등의 악기편성으로 인물의 감정이 묻어나는 곡들과 신나고 역동적인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곡들로 꾸렸다”고 설명했다.

거란족 40만 대군의 침략을 앞두고 고려 8대왕 현종은 팔관회를 복원해 개최한다. 

 

국왕, 관료, 백성들까지 어울리는 신명나는 축제 팔관회에 불려 나온 소원 들어주는 용신(최다빈)은 왕이 될 자신이 없어 전전긍긍하는 현종에게 용맹한 강감찬의 탈을 던져주고 사랑의 도피길에 오른 원정왕후와 호두에게도, 죽은 아이의 출생에 얽힌 비밀을 숨기고 있던 여자와 그제야 진실을 알게 된 남자에게도 각양각색의 탈을 던져준다.  

 

동동_강감찬장군과현종
창작탈춤극 '동동'(사진제공=정동극장)

 

팔관회 기간 동안 금기시되는 살생·도둑질·간음·거짓말·음주·사치·교만·식탐은 탈의 장착과 함께 일탈로 내달린다. ‘동동’의 묘미는 탈로 표현되는 이중성이다. 망설이거나 두려움에 떨거나 혹은 외로움에 몸부림치거나 아이에 대한 한으로 무너져 내리던 인물들은 탈을 쓰면서 전혀 다른 성향을 드러낸다.  

 

“부처님이 나는 지켜주시지 않겠습니까.” 

 

곧 닥쳐올 거란 40만 대군과의 결전을 앞두고 충언을 하는 강감찬에게 울먹이며 이렇게 외치던 현종은 탈을 쓰고서야 궁궐 밖으로 나가 현실을 직시한다. 탈에 대해 육지 작·연출은 “또 다른 자아 혹은 내가 가지고 싶은 얼굴”이라고 표현하며 “탈을 쓰면 숨겨온 마음을 토로하고 고백할 수 있다. 인물들은 거짓말과 진실, 속내에 따라 탈을 쓰고 벗는다”고 설명했다.

 

동동_호두와원정왕후 (2)
창작탈춤극 '동동'(사진제공=정동극장)

 

그렇게 탈을 쓰고 진실과 속내를 드러낸 인물들은 그제야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고 현실을 직시하며 분연히 떨쳐 일어선다. 그 용맹했던 강감찬이 잃어버린 얼굴 대신 각시탈을 쓰면서 보여주는 극과 극의 모습은 웃음 포인트다. 


실험에는 시행착오가 따르곤 한다. ‘동동’ 역시 탈을 쓰고 벗는 과정에서 고르지 못한 음향, 그로 인한 대사전달의 문제, 군무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정확한 호흡의 부재, 역사적 배경을 모르는 이들에게는 다소 낯설 이야기와 형식 등 아쉬움과 개선점이 즐비하다.   


하지만 현종이 복원하려 했던 ‘팔관회’는 국왕은 물론 왕족, 중앙관료와 고려백성들과 더불어 송, 거란, 일본, 동서 여진, 탐라, 아라비아 상인들까지 한자리에 모이던 국가의례였다. 분열된 민심과 혼란에 빠진 사회를 통합하는 축제인가 하면 고려의 개방성과 역동성이 응축된 신명나는 놀이판이었다.   

 

창작탈춤극_동동_정동극장 (4)
창작탈춤극 '동동'(사진제공=정동극장)

   

조선후기의 탈춤 역시 사람들을 한 자리에 모아 시대에 대한 풍자와 해학, 애환 등을 펼쳐 삶의 활력소가 돼주던 극 형식이었다. 멀리 고려의 ‘동동’과 ‘팔관회’, 조선후기 탈춤 등 전혀 다른 시절이 응축된 공연형식을 2017년의 무대로 끌어올린 이유다. 

 

‘동동’처럼 둥근 달이 떠오르고 북소리가 울리면 진실과 속내를 드러내도 좋은 날, 무엇이든 될 수 있는 탈이 있다면? 상상만으로도 ‘아으 동동 다리 동동’을 외치게 한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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