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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커머스 시장서 보폭 넓히는 알리바바…국내 업체 ‘빨간불’

입력 2018-01-17 06:00 | 신문게재 2018-01-1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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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11일 열린 광군제 행사에 참석한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사진=알리바바그룹 제공)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가 국내 시장에서 사업 영역을 조금씩 넓혀가고 있다. 아직 직접 진출 계획은 밝히지 않았지만, 유통공룡 알리바바가 본격적으로 상륙할 경우 가뜩이나 기초체력이 허약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적잖은 파장이 우려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국내 이커머스 연거래액은 64조9134억원으로 매년 20% 안팎의 높은 성장률을 거두고 있다. 지난해에는 거래액 규모가 8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그러나 거대한 시장 규모와 달리 업계 간의 출혈경쟁이 지속되면서 수익성은 낙제점에 가깝다. 지난해 이커머스 업계의 적자규모는 무려 1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외국계 기업인 이베이코리아를 제외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이베이코리아만이 유일하게 700억원 안팎의 흑자가 예상되며 SK플래닛 11번가, 쿠팡, 위메프 등 나머지 토종기업들은 최대 수천억원대의 적자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재작년에 쿠팡은 무려 5653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업태 간 영역이 무너지고 신규업체 진입이 확대되면서 출혈경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특히 뚜렷한 경쟁우위 사업자가 없는 무주공산 상태인 만큼, 알리바바의 행보가 더욱 위협적이다.

알리바바는 총거래액(GMV) 기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다. 무려 4억8800만명에 이르는 소비자를 바탕으로 연 매출(2017년 회계연도 기준)이 전년 동기대비 56% 증가한 1582억7300만 위안(약 26조원)에 달한다.

알리바바그룹의 핵심인 상거래의 2018년 회계연도 2분기 매출은 464억6200만 위안, 영업이익은 165억8400만 위안으로 무려 30%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글로벌 경쟁업체 아마존의 영업이익률은 2%대에 불과하다.

특히 알리바바는 잉여현금흐름이 687억9000만 위안에 달해 언제든지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든든한 자금력을 갖춘 상태다. 다만 아직까지 국내에선 직접 진출보다는 국내 기업 및 소비자들을 알리바바 생태계로 끌어드리는 사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알리바바닷컴 한국 지사를 설립해 정부기관 및 기업들과 협력을 다져오는 한편, 티몰 글로벌에 한국관을 오픈해 한국 상품을 중국 소비자에 공급하는 역직구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티몰 글로벌에는 이랜드를 비롯해 아모레퍼시픽 등 한국 기업이 입점해 있다.

이 외에도 서울 명동 등에 자체 간편 결제서비스인 ‘알리페이’ 가맹점 3만4000여개를 확보하는 등 국내 시장의 문을 꾸준히 두들기고 있다.

특히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오픈마켓 ‘알리 익스프레스’는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 상당한 위협이다. 뛰어난 가격경쟁력은 물론, 한국어 서비스를 지원해 국내 직구족 수요를 대거 끌어당기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캐시백사이트 이베이츠에서 지난해 알리 익스프레스 거래액은 전년 동기대비 180% 증가하며 아마존의 거래액을 추월했다.

알리바바의 조용한 공세에 힘입어 국내 해외 직접구매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중국 해외 직구액은 602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44.9% 급증했다. 전체 해외직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미국은 6.6%p 감소한 반면, 중국은 2.5%p 늘어났다.

이미 인터넷을 기반으로 유통에서 국가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상황에서 국내 이커머스 업체는 잠재고객을 놓고 알리바바와 온라인으로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알리바바는 높은 내수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안정적 수익을 거두고 있지만, 아마존·이베이 등과 비교해 해외매출 비중이 낮은 만큼 추가 성장성 확보를 위해 해외사업 비중을 늘려갈 가능성이 크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알리바바가 라자다를 인수해 동남아시장에 뛰어든 것처럼, 국내서도 인수·합작 등 다양한 방식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 진출이 현실화될 경우 단숨에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잠식할 우려가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jun@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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