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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이드] ‘평범함’으로 세상을 바꿀 때까지 시끄럽게! ‘존 도우’ ‘레드북’, 용서받아야할(?) 보통의 존재 ‘아마데우스’

뮤지컬 '존 도우' 정동화, 김금나 유주혜 주연, 뮤지컬 '레드북' 유리아 아이비, 박은석 이상이 주연, 연극 '아마데우스' 조정석 김재욱 성규, 한지상 이충주 지현준 주연

입력 2018-03-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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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와 국정농단에 분노하며 떨쳐 일어서 대통령 탄핵에까지 이른 촛불집회, 최근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성폭력을 폭로하는 #미투(#Me Too) 운동 등 평범함, 보통의 존재가 얼마나 위대한지를 새삼 깨닫게 하는 요즘이다.  

이 같은 현상은 무대 위에서도 재현되고 있다. 시민영웅의 제 목소리 찾기 과정을 담은 뮤지컬 ‘존 도우’(4월 22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최근의 #미투 운동을 연상시키는 ‘레드북’(3월 3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조정석의 연극 복귀작으로 화제몰이 중인 ‘아마데우스’(4월 29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 등은 평범함, 보통의 존재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작품들이다.  

 

뮤지컬 존 도우
뮤지컬 ‘존 도우’의 윌러비 정동화(왼쪽)와 앤 김금나(사진제공=HJ컬쳐)

이들은 혹사당하고도 멋모른 채 “미안하다” 말하는 경제공황기의 시민들, 여자여서 혹은 평범해서 죄인이 되는 시대의 예술가들에 2018년 사람들과 사회를 빗댄 작품들이다.



◇영웅보다 파트너가 필요해! “우린 팀이죠?” 뮤지컬 ‘존 도우’

 

“세상은 언제나 평범한 시민들이 바꿔왔어.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가는 존 도우들이 바꿔온 거야. 지금은 나 혼자지만 내일은 우리가 될 거야.”

누군가의 거짓말로 추앙받던 시민영웅을 주인공으로 한 뮤지컬 ‘존 도우’의 주인공 윌러비(정동화·황민수, 이하 관람 배우·가나다 순)는 이렇게 외쳤다.

해고 위기에 처한 ‘뉴 불레틴’ 기자 앤 미첼(김금나·유주혜)의 가짜뉴스로 탄생한 시민영웅 ‘존 도우’ 쇼는 경제공황으로 고통스럽게 살고 있는 이들에게 희망이었고 버텨낼 힘이었다.

질 게 뻔한 경기에서 19이닝을 던지게 해 어깨가 망가졌는데도 코치에게 “미안하다”고 굽신거렸고 끝내 버림받은 마이너리그 투수 윌러비는 세상을 바꾸는 일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어찌할 바를 몰라 떠돌았고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메이저리거로 복귀할 수 있기를 꿈만 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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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존 도우’(사진제공=HJ컬쳐)

 

그런 윌러비에게 ‘존 도우’를 향한 평범한 이들의 지지와 환호는 또 다른 희망이었고 깨달음이었다. 그렇게 생애 처음으로 제 목소리를 내며 진정한 영웅의 모양새를 갖춰가는 듯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주목받는 쇼나 인물은 정치권에 이용당하고 거짓은 폭로되는가 하면 사람들은 실망해 등을 돌린다.

 

스토리의 개연성이나 관계의 만듦새, 매력적인 캐릭터의 활용 등이 아쉽기는 하다. 하지만 16인조 빅 브라스 밴드의 재즈선율과 흥겨운 스윙, 그 안에서 살아 움직이며 성장하는 인물들이 외치는 “영웅이 아닌 함께 할 파트너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는 지난해 봄까지 뜨겁게 이어졌던 촛불행렬을 떠올리게 하고 보는 이들 모두를 ‘존 도우’가 되게 한다.

그 수많은 존 도우 중 하나였던 윌러비가 극 중 시시때때로 앤에게 묻는 것처럼 뮤지컬 ‘존 도우’가 묻는다. “우린 팀이죠?”


◇당연한 것이 당연해질 때까지 시끄럽게! 뮤지컬 ‘레드북’
 

[브릿지포토] '레드북', '아이비 매력적인 헤어스타일'
뮤지컬 ‘레드북’(사진=브릿지경제DB)

일자리를 구하러 간 가게 사장의 성추행을 거부했던 여주인공 안나(유리아·아이비)는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밤새 첫사랑을 떠올리는 ‘아울~’을 외치며 견뎌냈지만 사랑하는 남자 브라운(박은석·이상이)도, 세상도 “좀 조용히 살자” 아우성이다.

여자라는 이유로 꿈과 본능을 억제해야했고 첫 경험을 고백했다 파혼을 당하는가 하면 결혼을 해야만 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는 시대가 있었다.

 

더군다나 여자가 글을 쓴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시대에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야한(?) 책 ‘레드북’으로 눈길을 끈 여류작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그녀를 집으로 불러들여 성폭행하려던 평론가, 위로는커녕 걱정이랍시고 “그런 글을 써서 그렇다”는 연인, 세간의 손가락질, 오히려 피고로 법정에 선 성폭력 피해자….

영국의 가장 보수적인 때였던 19세기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 ‘레드북’의 사건들은 이상하게 낯설지가 않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얼버무림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너 하나만 입 다물면”이라는 강요는 또 무엇을 위한 것인가. 19세기와 지금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이유기도 하다.

“난 뭐지?” “나머지~” 말장난처럼 시대를 희화하던 뮤지컬 ‘레드북’이 마지막까지 외치는 “당연한 것들이 당연해질 때까지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어요. 거짓된 말들이 고요해질 때까지 큰소리로 떠들어요”라는 가사는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누군가에 가해지는 억눌림, 부조리한 권력남용, 폭압과 폭력 등으로 표피를 두룬 평화는 무너져 마땅한 모래성과 같다.


◇열심히 노력한 죄인(?) 살리에리의 은밀한 속삭임, 연극 ‘아마데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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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아마데우스’(사진=최민석 기자)

 

뮤지컬 ‘존 도우’ ‘레드북’이 경제 공황기의 미국과 극도로 보수적이던 18세기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가난하고 평범한 이들,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폭압에도 끊임없이 외치고 또 외쳐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면 연극 ‘아마데우스’는 평범함을 “용서한다” 속삭인다.

누구나 알고 있는 천재 작곡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조정석·김재욱·성규), 아이처럼 순수하다 못해 잔인한 비판을 아무렇지도 않게 뱉어내는 그에게 상처받고 절망하는 안토니오 살리에리(한지상·이충주·지현준)는 스스로를 “평범한다” 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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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아마데우스’의 살리에리. 위부터 이충주, 한지상, 지현준(사진=최민석 기자)

그간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의 대립구도는 수많은 콘텐츠로, 특히 무대 위 이야기로 변주됐다. 피터 셰퍼의 희곡을 바탕으로 한 ‘아마데우스’는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살리기 위한 인물처럼 존재했던 살리에리의 내레이션으로 풀어간다.

하늘을 믿고 각고의 노력을 했고 금욕의 시간들을 보냈지만 경박하고 천박한 천재 모차르트의 등장으로 그 믿음과 의지는 산산조각이 나버리고 만다. 재산규모든, 재능이든, 능력이든 보통사람들이 한껏 가진 자들에게 느끼는 감정은 절망에 가깝다.

천재적인 음악적 재능이 제자들과의 성추문, 사치스러운 소비, 불성실하고 배려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태도 등을 상쇄시킬 수 있을까. 그간의 노력과 인내로 궁정작곡가의 자리까지 오른 살리에리의 상실감이 이해가 가면서도 음모, 이간질, 공작 등으로 모차르트를 옭아매는 졸렬함은 또 비판받아 마땅해 보인다.

천재성에 기대 오만하고 문란했던 모차르트와 성실하고 금욕적인 노력에 대한 대가로 상실감을 얻어 일그러진 살리에리,과연 손가락질 받아야할 이는 누구인가. 그렇게 ‘아마데우스’는 생각이 깊어지게 하는 작품이다.

“나는 죽음조차 평범해야 합니까? 예전에도 미래에도 온통 평범함 뿐이구나” 협주곡에 맞춰 살리에리가 한탄에 가깝게 읊조리는 “당신의 평범함을 용서합니다”라는 마지막 대사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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