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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Board] 전통예술로 승화된 그 시절 여자들의 삶…오페라 ‘마농’, 전통무용극 ‘궁: 장녹수전’

입력 2018-04-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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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농 장녹수
전통예술로 승화한 여자들의 삶을 다룬 오페라 ‘마농’(왼쪽)과 전통무용극 ‘궁: 장녹수전’(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 정동극장)

 

19세기 프랑스, 15세기 조선 여자들의 삶이 전통 오페라와 한국 전통무용으로 승화된다. 4월 5일 오페라 ‘마농’(8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과 전통무용극 ‘궁: 장녹수’(12월 29일까지 정동극장)가 개막했다.

이들은 시대배경도, 인물도, 나라도 다르지만 신분, 경제적 풍요로움, 권력, 남성 등이 우선 되던 사회에서 자유와 자신을 찾고자 했던 여인들의 고군분투를 담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19세기 평민 소녀가 꿈꿨던 자유와 사랑, 국립오페라단의 ‘마농’
 

오페라 마농
오페라 ‘마농’(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

19세기 파리를 배경으로 한 국립오페라단의 ‘마농’(Manon Lescaut)은 평민소녀 마농 레스코(크리스티나 파사로이우·손지혜, 이하 관람배우 우선)와 귀족 데 그리외(이즈마엘 요르디·국윤종) 기사의 사랑과 욕망에 대한 이야기다.

18세기 프랑스 작가 아베 프레보(Abbe Prevost)의 자전적 소설 ‘기사 데 그리외와 마농 레스크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프랑스 작곡가 쥘 마스네(Jules Massenet)의 대표작이다.

수녀원으로 향하던 길에 만나 한눈에 사랑에 빠진, 신분도, 물질적 환경도 뛰어 넘어 기존 체제를 벗어나고자 했던 연인들의 격정적이고 비극적인 사랑이야기가 간결한 장치들, 최첨단 영상과 현대적인 코드들로 꾸린 미니멀한 무대 위에서 펼쳐진다.

기존 체제에서 벗어나고자 했으나 결국 물질적 풍요로움, 화려한 향락에 빠져든 마농과 그녀를 잊지 못하고 종교적 신념까지도 져버리는 데 그리 외를 중심으로 모든 것을 돈으로 소유할 수 있다고 믿는 기요(노경범), 마농의 부유한 동거남 브레티니(우경식), 보수적인 데 그리외의 아버지(김철준) 등이 상징성을 띠며 극을 꾸린다.

 

“마스네의 음악에서 배우들이 고음을 부르기 위해 잠깐 멈추는 일은 없어요. 박수로 끊기는 것도 원하지 않죠.” 

 

오페라 마농
오페라 ‘마농’(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

지휘자 세바스티앙 랑 레싱의 말처럼 이탈리어나 독일어가 아닌 프랑스어 오페라로 리듬을 타듯 부드러운 말맛과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연기가 인상적이다. 박수를 칠 수 있는 시간도 없이 매끄럽게 이어진다.

바로크와 네오 바로크, 다양한 음악적 색채로 무장한 ‘마농’은 개막 직전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뱅상 부사르 연출이 전한 “데 그리외의 아버지, 기요 등이 상징하는 18세기와 16세 소녀 마농, 데 그리외 기사가 살아갈 새 시대 19세기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날, 세 시대를 연결하는 데 집중하겠다”던 의도에 꽤 충실하게 다가간다.


◇‘요부’ 아닌 ‘예인’ 장녹수, 정동극장 ‘궁: 장녹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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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무용극 ‘궁: 장녹수전’(사진제공=정동극장)

“공공극장으로서 전통의 세계화와 대중화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한다는 생각에 어려운 결정을 내렸습니다.”

손상원 정동극장장의 말처럼 정동극장이 오후 4시 ‘궁’, 8시 ‘적벽’ 두 공연을 동시에 올리며 두 시간만에 세트를 전환해야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전통춤으로 꾸린 ‘궁: 장녹수전’(이하 궁)과 3월 115일부터 공연 중인 ‘적벽’(15일까지)이 동시에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관광객들을 위한 ‘궁’은 대사 없이 춤으로만 아름다움과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고 ‘적벽’을 비롯해 저녁 공연은 국내 관객들이 좀 더 쉽게 전통을 접할 수 작품들로 구성하고자 합니다.”

‘궁’은 ‘조선의 악녀’ ‘희대의 요부’ 등으로 평가되던 장녹수를 예인으로 변주한 작품이다. 노비 출신의 기생으로 후궁에까지 올랐던 장녹수(조하늘)와 연산(이혁), 제안대군(전진홍)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와 신하들과의 기싸움 등이 춤으로 표현된다.

서울예술단 출신의 정혜진 안무가는 “노비였던 여성이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권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점점 권력에 침참하게 되면서 기예가 방향을 잃고 난관에 봉착하는 과정을 담았다. 이를 통해 방향성을 잃은 예술이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장녹수라는 여인이 쉬운 소재일 수도 있지만 녹록한 소재는 아니었어요. 여러 가지 한국 전통을 종합세트처럼 엮으면서 로맨스를 가미해 개성 있는 여성 이야기로 풀어보고자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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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무용극 ‘궁: 장녹수전’(사진제공=정동극장)

 

‘킬 미 나우’ ‘레드북’ ‘투모로우 모닝’ 등의 오경택 연출은 “가노, 기생을 거쳐 후궁으로 절대권력을 가지기까지 여정을 대사 없이 움직임만으로는 표현하기 어려워 핵심적인 부분을 상징으로 처리했다. 그 여정 중 가장 드라마틱한 부분들을 짚어 우리 연희와 연결시키기 위해 그리고 짧은 순간 드라마를 어떻게 표현할까를 창작진들과 고민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에 정월대보름의 ‘등불춤’, 경기도당굿의 ‘정업이 놀이’, ‘장고춤’, 한량들이 추는 ‘한량춤’, ‘교방무’, 궁녀들이 선보이는 ‘가인전목단’, 배를 타고 즐기는 ‘선유락’ 등 짧게는 10분, 길게는 30분을 훌쩍 넘기는 전통 춤 레퍼토리들이 2, 3분으로 축약돼 배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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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무용극 ‘궁: 장녹수전’(사진제공=정동극장)

 

장녹수와 신하들이 격돌하며 기를 주고받는 장면의 장고춤, 왕보다도 떵떵거리는 벼슬아치들의 기세를 표현한 역동적인 팔고무 등이 당시의 서민·기방·궁중문화를 고루 담는다.

대본을 집필한 ‘손 없는 색시’ ‘운현궁 로맨스’ 등의 경민선 작가는 ‘궁’에 대해 “여성이 권력자에 의해 발탁되는 신데렐라 이야기나 궁중암투는 어떤 문화권에서든 보편적인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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