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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일·장강과 ‘동병상련’의 ‘그개’ 무스탕·보쓰 “모두가 유기견인 우리, 잘 살 수 있을까?”

는 ‘썬샤인의 전사들’ ‘로풍찬 유랑극단’ 등의 김은성 작가·부새롬 연출 콤비작, 이지혜, 유성주, 윤상화, 김훈만, 신정원 등 출연
서로를 투영하고 있는 반려인과 반려견, ‘동병상련’ 무스탕·해일, 보쓰·장강을 통해 던지는 질문 “우리 함께 잘 살 수 있을까?”

입력 2018-09-1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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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개
서울시극단 신작 ‘그개’ 1막 1장 ‘안녕 무스탕’ 시연장면. 뚜렛증후군을 앓고 있는 열여섯 하해일 역의 이지혜(왼쪽)와 유기견 무스탕 안다정(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무스탕은 해일처럼 버려진 약자이고 보쓰 역시 군견 심사 중 큰 폭력에 노출된 사연이 있어요. 같이 살아가는 반려인과 반려견이 서로를 투영하고 있죠.”

서울시극단의 43번째 정기공연인 연극 ‘그개’(10월 5~21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 대해 김은성 작가는 이렇게 밝혔다. ‘그개’는 ‘썬샤인의 전사들’ ‘로풍찬 유랑극단’ 등으로 호흡을 맞춘 김은성 작가·부새롬 연출 콤비작으로 저도 모르게 욕설을 뱉는 뚜렛증후군을 앓고 있는 열여섯 중학생 하해일(이지혜)과 유기견 무스탕(안다정), 제약회사 회장 장장강(윤상화)과 반려견 보쓰(유원준), 맞벌이 부부이자 아들 별이(장석환)를 키우고 있는 부모 김영수(김훈만)·이선영(신정원)의 이야기다. 

 

[세종] 서울시극단_그개_장면시연 7_보쓰(유원준)
서울시극단 신작 ‘그개’ 중 제약회사 회장 장강의 반려견인 보쓰 역의 유원준(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김은성 작가는 ‘그개’에 대해 “틱 환자인 해일이 웹툰을 그리면서 본인의 속내를 표현하는 이야기, 별이라는 꼬마를 출산해 어렵지만 살아가려는 젊은 부부 이야기, 혼자 저택에서 개 한 마리와 살아가는 제약회사 회장 장강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작품”이라며 “과연 함께 잘 살 수 있을지 궁금하면 좋겠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동병상련’ 무스탕·해일, 보쓰·장강 “우리 함께 잘 살 수 있을까?”

18일 김광보 서울시극단장이자 ‘그개’의 예술감독, 김은성 작가, 부새롬 연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세종문화회관 서울시극단 연습실에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는 1막 ‘왜 이제야 왔어?’의 1장 ‘안녕 무스탕’, 2장 ‘우리 별이’, 3장 ‘보쓰는 나의 힘’이 하이라이트 시연됐다.

‘그개’에서는 강아지 무스탕과 보쓰가 해일과 장강을 투영하는 중요한 캐릭터로 등장한다. 유기견 무스탕은 틱 장애로 왕따가 돼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드는 해일, 보쓰는 재벌회장이지만 후처 소생으로 겪어야 했던 장강의 내적 혼란을 반영한 듯 닮았다. 이전작인 ‘함익’에서도 원숭이가 주인공의 트라우마를 건드리는 장치로 배치되기도 했다.


의미심장한 동물과 등장인물의 관계에 대해 김은성 작가는 “영화나 드라마와는 다르게 연극에서 해볼 수 있는 장점 중 하나 같다. 이에 적극적으로 배치했다”며 ‘함익’의 원숭이와 ‘그개’의 무스탕, 보쓰의 차이점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개
서울시극단 신작 ‘그개’ 1막 3장 ‘보스는 나의 힘’을 시연 중인 장장강 회장 역의 윤상화(오른쪽)와 반려견 보쓰 역의 유원준(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함익’에서는 원숭이가 함익을 자극하는 흉물처럼 등장했어요. 함익이 어릴 때 자살한 엄마의 몸에 매달려 있던 동물, 지워버리고 싶은 트라우마였죠. 함익이 복수하고 싶은 존재는 새 엄마였어요. 글로디어스에게 복수하고 싶은 햄릿처럼요. 하지만 실행에 옮길 수 없으니 원숭이에 화풀이를 하는 느낌이었죠. 반면 ‘그개’에서 개들과 사람들은 ‘동병상련’을 느껴요.”

김은성 작가의 말대로 함익과 원숭이가 ‘견원지간’의 적대관계였다면 ‘그개’의 무스탕·해일, 보쓰·장강은 ‘동병상련’하는 존재들이다.


◇부조리하고 냉혹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이야기, 밝고 경쾌하게!
 

[세종] 서울시극단_그개_제작발표회_단체2
서울시극단 신작 ‘그개’ 창작진 및 출연지들(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부조리하고 냉혹한 세상에 사는 우리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밝고 경쾌하게 풀었다는 게 큰 미덕인 작품이죠.”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김광보 서울시극단장은 ‘그개’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 밝고 경쾌한 톤에 대해 김은성 작가는 “주인공 아이가 장애를 가진 틱 환자라고 했을 때 누구나 생각하는 분위기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아픔을 그리는 데는 진지하되 너무 쳐지고 늘어지지 않게”라고 말을 보탰다.

이어 “우리 역사, ‘햄릿’이라는 셰익스피어의 명작 등을 비튼 작품들(‘목란언니’ ‘썬샤인의 전사들’ ‘함익’)을 쓰는 과정에서 주변이랑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며 “쉬는 동안 제 주변 삶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며 집필계기를 덧붙였다.

“제가 성북동에 사는데, 저희 동네 비탈길에서 만났던 사람들, 등산로에서 만난 유기견, 굉장히 좋은 집들 앞을 지나가다 맞닥뜨린 짖어내는 너무 큰 개 등을 녹여냈어요. 유기견과 저택에서 저를 경계했던 큰 개에 대한 경험이 머리에 남아 여기까지 왔습니다. 자연스럽게 두개와 그 사이에 어중간하게 서있는 나랑 어떻게 잘 지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됐죠. 함부로 메시지를 내지 말고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과연 우리는 잘 살 수 있을까 질문 던지는 이야기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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