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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앨범 발표한 장기하와 얼굴들 “어차피 인생 ‘독고다이’ 아닙니까”

입력 2018-11-03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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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와 얼굴들의 마지막 앨범, '모노'는?<YONHAP NO-3932>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의 이종민(왼쪽부터), 정중엽, 장기하, 이민기, 하세가와 요헤이, 전일준이 1일 서울 여의도 위워크에서 열린 장기하와 얼굴들의 마지막 앨범인 5집 ‘모노’(mono) 발매 기념 음악감상회에서 새 앨범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연합)

 

해체를 선언한 인디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이 1일 마지막 앨범 ‘모노’를 발표했다. 총 9곡이 수록된 ‘모노’는 전곡을 스테레오 방식이 아닌 모노 방식으로 믹스한 데서 이름을 따왔다. 여러 대의 마이크를 사용해 각 방향에서 나는 소리를 입체적으로 녹음하는 스테레오 방식과 달리 모노는 마이크 하나로 녹음한다. 60년대 이후로 대중음악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

1일 서울 여의도 위워크에서 진행된 앨범 음악감상회에 참석한 장기하는 “앨범 제작을 위해 만든 곡들을 찬찬히 살펴보니 모두 ‘혼자’라는 키워드라는 공통점이 있었다”며 “앨범 제목을 정할 때 ‘혼자’를 관통하는 단어가 뭘까 고민하다 모노 방식으로 믹스한 비틀즈 초반 바이닐을 듣고 스테레오 타입과 다른 모노에 끌렸다. 앨범 전체의 주제와도 비유적으로 연결돼 마음에 쏙 들었다”고 설명했다.  

 

5집 '모노'(mono) 앨범 소개하는 장기하<YONHAP NO-3914>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의 장기하가 1일 서울 여의도 위워크에서 열린 장기하와 얼굴들의 마지막 앨범인 5집 ‘모노’(mono) 발매 기념 음악감상회에서 앨범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연합)
앨범에는 총 9곡이 수록돼 있다. 타이틀곡 ‘그건 니 생각이고’는 타인의 편견과 간섭에 개의치 않고 뜻한 바를 행하겠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노래 2절에 서태지와 아이들 1집 수록곡 ‘환상 속의 그대’의 한 구절 ‘그대의 머리 위로 뛰어다니’를 샘플링했다.

장기하는 “서태지 선배님의 연락처를 수소문해 이메일로 데모곡을 보냈더니 ‘대박입니다. 리스펙트하는 뮤지션이 내 노래를 샘플링하다니. 멋지게 하시기 바랍니다’는 답이 왔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앨범에는 SNS메신저 속 ‘나와의 채팅’ 기능을 보고 만든 ‘나와의 채팅’. 친구와 어머니의 말 한마디에서 착안한 ‘등산은 왜 할까’, 일본에서 녹음한 ‘아무도 필요없다’ 그리고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곡 ‘나 혼자’ 등이 수록됐다.

뮤직비디오에도 힘을 줬다. ‘그건 니 생각이고’는 출연자만 100명에 달한다. ‘거절할거야’는 방송인 유병재가 뮤직비디오를 연출했다. ‘초심’은 영화 ‘범죄와의 전쟁’ OST를 부르며 인연을 맺은 윤종빈 감독이 노개런티로 메가폰을 잡았다. 윤감독과 절친한 김성균, 이선빈 등이 출연하고 장기하와 친분이 있는 우원재도 카메오로 나온다. 배우 박성웅은 뮤직비디오 촬영장 인근에서 촬영을 마친 뒤 놀러왔다 우연히 카메오로 얼굴을 비춘다.

장기하는 “‘범죄와의 전쟁’ 이후 윤종빈 감독이 거물이 돼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으로 연락했는데 흔쾌히 연출을 수락했다”며 “우리가 이런 블록버스터급 뮤직비디오를 찍어본 적이 없는데 24시간 동안 촬영하면서 이것도 추억이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유난히 혼자를 강조하고 이별 노래가 많지만 해체를 염두에 두고 만든 건 아니라고 한다. 장기하는 “노래를 만들 때는 밴드를 마무리하는 결정이 나지 않았다”며 “우리가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자고 결정한 뒤 각각의 곡들이 의미심장하게 들려 신기했다”고 토로했다.

해체를 결정한 건 지난 8월이다. 장기하는 “어떻게 하면 밴드에 군더더기 없는 사운드를 입힐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앨범은 최고”라며 “음악적으로 자부심이 최고일 때 헤어지자고 해 훈훈하게 헤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장기하와 얼굴들, 5집 앨범으로10년 밴드 활동 마무리
5집 앨범으로10년 밴드 활동 마무리하는 장기하와 얼굴들(사진제공=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

 

여타 멤버들은 해체에 대한 질문에 짙은 아쉬움과 자부심이 교차하는 답변을 내놓았다. 베이스의 정중엽은 “한국에서 10년 동안 밴드를 하며 사건사고없이 잘 마무리한다는 건 굉장히 희박한 확률이다”며 “장기하와 얼굴들 덕분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공연장에서 공연하고 싶다는 꿈을 이뤘다”고 했다. 기타의 하세가와 요헤이는 “장기하와 얼굴들은 내가 거쳐온 팀 중 가장 오랜 기간 몸 담은 팀”이라며 “덕분에 ‘양평이 형’이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다”고 웃었다.

장기하는 “장기하와 얼굴들을 통해 우리 말을 우리답게 썼다는 자부심이 생겼다”며 “인정하기 어렵지만 평소 우리 말과 글을 부끄러워할 때가 있지 않나. 그래서 대중음악사도 우리말 고유의 특성을 숨기려고 하는데 저는 우리 말을 우리 말스럽게 썼다는 점에 있어 뭔가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팀 해체를 앞두고 장기하와 얼굴들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낸다. 각종 음악방송에 출연하는 것은 물론 3일까지 소극장 공연 ‘모노’를 개최한다. 아울러 12월 29∼31일 사흘간 서울 연세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장기하와얼굴들 마지막 공연-마무리: 별일 없이 산다’로 10년 활동을 마무리한다.

해체 후 계획에 장기하는 “아무 것도 정해놓지 않았다. 처음으로 돌아가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지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문득 앨범 수록곡 ‘나 혼자’를 설명할 때 “어차피 인생은 ‘독고다이’”라는 장기하의 발언이 떠올랐다. 이제 각자의 길을 걷게 되는 멤버들에게 전하는 말 같았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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