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Leisure(여가) > 영화연극

[비바100] 꼭꼭 눌러 쓴 편지로, 미발표 원고가 전하는 진실…연극 ‘왕복서간’, 뮤지컬 ‘HOPE’

카프카의 미발표 원고 반환소송 실화를 다룬 뮤지컬 ‘HOPE: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김선영․차지연, 고훈정․조형균․장지후, 유리아․이하나, 김순택․송용진 등 출연
일본 베스트셀러 추리소설 작가 미나토 가나에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연극 ‘왕복서간往復書簡:십오 년 뒤의 보충수업’ 에녹․주민진, 신의정․진소연

입력 2019-03-28 07:00 | 신문게재 2019-03-28 15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CB원고편지SHAO

 

소꿉친구였던 연인이 주고받는 편지로, 국가에 대항해 30년간 재판을 진행 중인 현대문학 거장의 미발표 원고가 전하는 진실은 아프고 충격적이며 스스로를, 내 주변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손으로 꼭꼭 눌러쓴 글을 매개로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 두편, 연극 ‘왕복서간往復書簡:십오 년 뒤의 보충수업’(4월 2~21일 KT&G상상마당 대치, 이하 왕복서간)과 뮤지컬 ‘HOPE: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3월 28~5월 26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이하 HOPE)이 개막한다. 

 

HOPEHOPE
뮤지컬 ‘호프’ 공연사진. 에바 호프 차지연(왼쪽)과 어린 호프 이예은(사진제공=알앤디웍스)
뮤지컬 ‘HOPE’는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의 미발표 유작 원고 반환소송 실화를 모티프로 한 작품이다.

  

‘록키호러쇼’ ‘마마돈크라이’ 등의 오루피나 연출작으로 현대문학의 거장 요제프 클라인의 미발표 원고 소유권을 두고 이스라엘 국립도서관과 30여년간의 재판을 벌여온 78세 노파 에바 호프(김선영·차지연, 이하 가나다 순)의 삶을 따른다.

거장의 미발표 원고를 의인화한 캐릭터 K(고훈정·장지후·조형균)를 지키고자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는 호프의 삶에는 전쟁과 민족말살, 정신줄을 놓아버린 엄마로 불행한 어린시절, 실패한 사랑, 그로 인해 상처 입고 세상과 격리된 소녀 호프(이예은·이윤하·차엘리야)가 웅크리고 있다.

극은 법정에 선 호프와 “스스로를 돌아보라” 그를 다독이는 K, 그들 동행의 출발점으로 거슬러 오르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절망했던 천재 작가 요제프가 자신의 원고를 태워 달라는 유언과 함께 요절하지만 베스트셀러 작가이면서도 그를 동경했던 벗 베르트(김순택·송용진)는 그의 원고를 지키는 데 광적으로 빠져든다. 

 

2차 세계대전 발발로 연인 마리(유리아·이하나)에게 넘겨진 원고, 연인과 재회하기 위한 유일한 희망인 원고만을 품에 안은 엄마 마리에 어린 딸 호프는 총성과 인종에 대한 핍박이 난무하는 시대를 살아내기 위해 몸부림친다. 

 

2019032701010015950_p1
뮤지컬 ‘호프’ 공연사진(사진제공=알앤디웍스)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떨쳐 일어났음에도 원고를 지켜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고 마는 호프의 삶은 어떤 이유로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는 이들에게 ‘나를 찾으라’는 깨달음과 위안을 전한다.

 

에바 호프 역에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레베카’ ‘잃어버린 얼굴 1865’ 등의 김선영, ‘안나 카레니나’ ‘더 데빌’ ‘마타하리’ ‘서편제’ 등의 차지연이 더블캐스팅됐다. 호프가 지켜온 K는 고훈정·장지후·조형균, 호프의 엄마 마리 역에는 유리아·이하나, 과거 호프는 이예은·이윤하·차엘리야, 요제프의 친구 베르트는 김순택·송용진, 전쟁 난민이자 유태인으로 원고를 노리는 카델과 이스라엘 국립도서관의 법률대리인은 양지원·이승헌이 번갈아 연기한다.

 

2019032701010015960_p1
연극 ‘왕복서간’ 주민진, 진소연(사진제공=벨라뮤즈)

연극 ‘왕복서간’은 ‘고백’으로 등장부터 남달랐던 일본 추리소설 작가 미나토 가나에(みなとかなえ)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한다. 

 

그의 2010년작으로 ‘십 년 뒤의 졸업문집’ ‘이십 년 뒤의 숙제’ ‘십오 년 뒤의 보충수업’ 등 옴니버스처럼 연결되는 3개의 편지 에피소드 중 세 번째 이야기를 무대화한 연극이다.

 

2012년 사카모토 준지 감독의 ‘북쪽의 카나리아들’(北のカナリアたち), 2016년 TBS ‘왕복서간 ~십오 년 뒤의 보충수업’(往復書簡~十五年後の補習)이라는 제목으로 영화, 단막극으로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무대화는 처음이다. 

연극 ‘왕복서간’은 ‘헤베카’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 ‘줄리엣과 줄리엣’ ‘손’ 등에서 호흡을 맞춘 이기쁨 연출과 한송희 배우이자 작가 각색으로 총 6장으로 구성된다. 편지를 주고받으며 과거의 화재사건으로 거슬러 오르는 연인 마리코(신의정·진소연)와 준이치(에녹·주민진)의 진실 찾기 여정을 담고 있다.

그 여정의 시작은 마리코는 기억하지 못하는 15년 전 사춘기 시절의 화재사건이다. 연인의 진실찾기 여정에는 소년 준이치(안재현)와 소녀 마리코(한보배) 그리고 어려서부터 준이치의 친구였던 스타카(임종인)와 가즈키(황성훈)가 동행한다.  

 

준이치는 ‘배니싱’에서 호흡을 맞췄던 에녹과 주민진이, 마리코는 ‘이블데드’ ‘존 도우’ ‘신인류의 백분토론’ ‘난쟁이들’ 등의 신의정과 ‘메멘토모리’ ‘컨설턴트’ 등의 진소연이 번갈아 연기한다. 고교시절 준이치에는 ‘경성광인’ 등의 안재현, 마리코에는 ‘러브스코어’ 한보배, 갈등하는 친구 스타카와 가즈키에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임종인과 ‘왕복서간’으로 데뷔하는 황성훈이 출연한다.

 

Untitled-7
연극 ‘왕복서간’ 에녹, 신의정(사진제공=벨라뮤즈)

 

편지를 주고받으며 진실찾기에 나선 연인들의 과거에는 왕따사건처럼 보이는 친구 사이의 갈등, 마리코 사촌언니가 시달렸던 가정폭력, 불우했던 소년들의 가정사와 치정으로 얽힌 그들의 부모들 등이 촘촘하게 엮인다.

 

갈등과 싸움, 불의 등에 적극 개입하려는 마리코와 지켜보는 준이치, ‘곱하기 0’과 ‘0 더하기 0’이라는 답은 같지만 그 의미가 전혀 다른 가치관으로 진실에 다가서는 두 사람의 여정이 원작을 고스란히 따르며 무대에 펼쳐진다.

 

서간체라는 다소 심심한 극 형식의 재미는 모든 것을 무효화시키는 ‘곱하기 0’과 어떤 잘못이나 오류도 존재하지 않는 ‘0 더하기 0’의 차이처럼 미묘한 갈등과 의미심장한 서스펜스를 얼마나 잘 살리느냐에 달렸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