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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아프지만 들춰내 '갑론을박'해야 할 지금, 우리 이야기…연극 ‘킬 미 나우’

장애인, 성, 안락사, 불륜 등의 문제 다룬 연극 '킬 미 나우', 브래드 프레이저 희곡, 오경택 연출, 지이선 각색
초연부터 함께 하는 이석준과 윤나무, 장현성, 서영주, 서정연·양소민, 문지아·임강희, 김범수·이시훈 출연

입력 2019-05-22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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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킬 미 나우’(사진제공=연극열전)

 

“작품이 던지는 질문과 화두들이 예전이나 지금이나 유효한, 지금 시대에 충분히 해야할 질문들이지 않나 싶습니다.”

2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린 연극 ‘킬 미 나우’(7월 6일까지) 프레스콜에서 오경택 연출은 “작품 보다는 시대 인식이 많이 바뀌지 않았나 싶다”며 “안락사, 장애인, 여성, 성소수자 등에 대한 이야기들이 예전보다 공론화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연극 ‘킬 미 나우’는 연극·영화 ‘가면 속의 정사’, TV시리즈 ‘퀴어 애즈 포크’ 등의 작가 브래드 프레이저(Brad Fraser) 희곡을 ‘레드북’ ‘다윈 영의 악의 기원’ 등의 오경택 연출, ‘프라이드’ ‘벙커 트릴로지’ ‘카포네 트릴로지’ ‘더 헬멧’ 등의 지이선 각색으로 꾸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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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킬 미 나우’(사진제공=연극열전)

 

2016년, 2017년 초·재연에 이어 세 번째 시즌을 맞은 ‘킬 미 나우’는 17세의 지체장애 소년 조이(윤나무·서영주, 이하 시즌 합류·가나다 순)와 그를 돌보는 작가 출신의 아버지 제이크(이석준·장현성)의 사랑과 아픔을 다룬 성장극이다. 

 

이들의 성장에는 제이크의 연인 로빈(서정연·양소민), 모든 게 괜찮아야만 했던 제이크의 여동생 트와일리(문진아·임강희), 태아 알코올 증후군을 앓고 있는 조이의 유일한 친구 라우디(김범수·이시훈)가 동행한다.

“이같은 이슈들에 대한 공론화 현상은 사회가 발전해 가는 과정에서 드러날 수밖에 없는 갈등의 모습들이라고 생각해요. 의견의 엇갈림은 예전에도 존재했으나 지금만큼 회자되진 않았죠. 이같은 시대적 흐름에서 소재나 주제들이 초·재연보다 잘 전달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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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킬 미 나우’(사진제공=연극열전
이렇게 전한 오경택 연출은 “장애, 죽음, 안락사 등 이슈들에 대한 생산적인 논의와 갑론을박이 이뤄지는 것은 굉장히 고무적”이라고 덧붙였다.


◇시작부터 ‘킬 미 나우’를 지키고 있는 이석준과 윤나무

“이 공연 한회 한회를 하는 게 아까울 정도로 행복합니다.”

2016년 초연부터 제이크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이석준은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는 부딪히는 부분이 많았다”며 “장애인, 성, 불륜 등이 잘못하면 찬반으로 나뉠 것 같아 어떻게 전달할까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 놓았다.

“하지만 바라보는 분들은 제 생각보다 훨씬 마음이 열려 있었고 걱정보다 빠르게 흡수했어요. 그런 것들이 누적돼 생각과 시선을 바꾸는 데 조금이라도 일조했다고 생각합니다. 관객분들의 피드백과 박수가 무대에 설 수 있고, 다음 공연을 할 수 있는 에너지를 줬어요.”

이렇게 전한 이석준은 “연습 과정에서 힘들지만 서로를 북돋우려는 에너지가 굉장히 강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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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킬 미 나우’(사진제공=연극열전)

 

“3년 전보다 저는 나이를 먹었고 시민으로서, 국민으로서 변한 생각이 작품에 자연스레 녹아날 수 있어요. 하지만 (자연스레 녹아나는) 그걸 넘어선 특별한 걸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좋은 작품은 극이 달라지지 않아도 시대에 맞춰 변하는 사람들의 생각으로 폭이 다양해지고 넓어진다고 생각해요.”

초연부터 조이로 이석준과 부자 호흡을 맞추고 있는 윤나무는 “아직도 유효하고, 앞으로도 계속 해야하는 이야기”라며 “3년 동안 어느 정도 업그레이드된 윤나무라는 사람의 생각을 투영시키려고 노력했다”고 털어놓았다.


◇아파도 들춰내 공론화해야할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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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킬 미 나우’(사진제공=연극열전)

 

“작품 자체가 강력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요. 관객으로서 초연을 봤는데 ‘언젠간 꼭 해보고 싶다’ ‘ 할 수 있을지도 몰라’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었죠.”

7년만에 무대로 돌아온 장현성은 이렇게 전하며 “2시간 남짓의 공연 중 단 1초도 저희 고민이 들어가지 않은 시간이 없다”며 “할 수 있는 고민의 끝까지를 담은 밀도 있는 공연”이라고 소개했다.

양소민은 “로빈이라는 여자가 주체적으로 살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제이크 가족을 만나 서로 사랑하고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며 삶을 주체적으로 살 용기를 배운다고 느꼈다”며 “처음 대본과 공연을 봤을 때 제가 느낀 걸 잘 표현하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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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킬 미 나우’(사진제공=연극열전)

 

임강희는 “배우로 떨어져서 봤을 때는 모든 신이 아프고 안쓰러웠다. 하지만 트와일라로 살고 연기하다 보니 아프기 보다는 행복한 게 더 많았다”며 “아픈 상황이지만 서로가 살아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행복했다”고 털어놓았다.

문진아는 트와일라에 대해 “나 보다는 남을 더 생각하는 인물”이라며 “이 여자는 왜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렇게까지 희생, 지원하는지 처음엔 이해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하다 보니 곁에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고 행복했어요. 그래서 오빠(제이크)가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고…그럼에도 오빠의 마지막 결정을 존중해줄 수밖에 없는, 오빠를 잘 보내는 트와일라가 되려고 하는 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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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킬 미 나우’(사진제공=연극열전)

 

라우디 역의 이시훈은 “내면의 상처를 가지고 있지만 겉으로는 그렇게 표현하지 않는 것 보다 틱 장애를 표현하는 것이 어려웠다”며 “제대로 알지 못하고 표현하는 데 무서움을 느겼다”고 밝혔다. 이어 “제대로 안다고 판단하고 표현하는 것도 폐가 되는 게 아닐까, 장애를 표현하는 것이 여전히 어렵고 두렵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라우디 김범수는 “웃음으로 이겨내는 라우디에 대한 고민은 지금까지도 하고 있다”며 “어떻게 접근할까고민하다가 라우디의 대사에서 답을 찾았다”고 털어놓았다.

“라우디의 ‘난 늘 괜찮지 않았고 혼자였고 날 돌봐야했다’는 대사처럼 혼자 이겨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지쳐 우울해 하기 보다 순간순간 행복하려는 과거 라우디의 전사에 접근하면서 괜찮아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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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킬 미 나우’(사진제공=연극열전)

 

장현성은 “장애, 안락사 등이 두드러져 보일 수 있지만 등장인물들은 사회에서 조금씩 소외된 사람들”이라며 “일반 시민들 누구나 그런 영역에 노출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애써 모른 척 살아가지만 우리 삶에 적극적으로 들어와 있죠. 이를 공론화하고 얘기를 나눠보고자 하는 게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류의 작품들이 많이 보여져야 건강한 사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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