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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띠’리뷰+제13회 딤프 Pick ⑧] 폐막작 러시아 뮤지컬 ‘테비예와 딸들’의 나무…사람 그 자체, 그들의 삶 그리고 시간의 흐름

제13회 딤프(DIMF) 폐막작 러시아 뮤지컬 '테비예와 딸들', 전통을 고집하는 아버지와 변화를 꾀하려는 딸들을 통해 전통과 변화의 혼재, 갈등 그리고 그 사이에서 유쾌한 균형잡기 다뤄

입력 2019-07-0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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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7월 8일까지 Daegu International Musical Festival, DIMF 이하 딤프)의 폐막작 ‘테비예와 딸들’(Tevye and His Daughters)은 가장 ‘딤프다운’ 작품 중 하나다.  


좀체 볼 수 없는 러시아 특유의 색으로 무장한 유태인 민속이 고스란히 스며들었는가 하면 ‘지붕 위의 바이올린’(Fiddler on the Roof)이라는 제목의 영화, 뮤지컬 등으로 변주돼 익숙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슬럼 알레이쳄(Sholem Aleichem)이라는 필명으로 잘 알려진 솔로몬 리비노비치(Sholem Rabinovitsh)가 발표한 동명의 자전적 소설을 바탕으로 한 뮤지컬이다.

20세기 초 아나테프카라는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가난한 유대인 우유배달부 테비예(드미트리 이바노프)의 사랑 충만한 가족 이야기로 전통을 고집하는 아버지와 자신들의 사랑, 신념 등을 지키려는 딸들을 통해 전통과 변화가 혼재하고 갈등하는 시대를 빗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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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DIMF_폐막작_테비예와 딸들(사진제공=딤프 사무국)

 

갈등하면서도 서로를 보듬고 기대며 살아가는, 전통과 변화 사이에서 고난을 감내하며 유쾌한 균형 잡기에 나선 사람들의 이야기다. 딸들이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는 테비예와 아내 골데(지나이다 체니크). 하지만 세 딸 짜이틀(타티아나 레미조바), 고들(알렉산드라 카레바), 하바(빅토리아 갈트세바)는 각각 가난한 양복점 직공, 체제에 반기를 든 혁명가, 기독교인인 러시아 남자와 사랑에 빠지고 만다.

결국 딸의 행복을 위해 귀신까지 동원하는 아버지의 깊은 속내, 유태인들의 강제 이주를 종용하는 경찰관(미하일 바소프)마저 ‘인간’임을 간과하지 않는 극 분위기는 푸근하고 인간적지만 그래서 더 안쓰럽고 아프다.

사실은 아픈 역사지만 인간적이고 유쾌하게 풀어낸 이 작품에서 눈여겨 볼 상징물은 ‘나무’다. 그렇게 무대 위에 즐비하게 선 나무들은 땅을 중시하는 러시아 특유의 정서가 담겼기 때문이다. 겨울에 테비예의 아내 골데가 죽고 봄에 짜이틀의 아이가 태어나는 설정이 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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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DIMF_폐막작_테비예와 딸들(사진제공=딤프 사무국)

 

‘테비예와 딸들’의 알렉산드로 필라모노프 연출은 “나무는 시간의 흐름이고 사람의 인생이며 계절”이라며 “계절이 바뀌는 것을 나무로 표현했다. 봄, 여름에 가족이 태어나거나 결혼을 하고 가을, 겨울에는 가족이 죽거나 이별을 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땅을 중시하는 러시아, 그 땅에 뿌리 박은 나무는 작은 묘목에서 무성해지고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고 낙엽으로 앙상해지는 과정을 정성 들여 살피고 보듬어야하는 사람을 닮았다. 그렇게 ‘테비예와 딸들’에서 나무는 사람 그 자체이고 그들의 삶이자 전통과 변화의 혼재를 부르는 시간에 흐름이기도 하다. 


대구=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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