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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백조의 호수’ 발레리나 이리나 코레스니코바 “관객은 나의 힘…매일 마지막 백조처럼 춤추죠”

[人더컬처]8월 내한 공연할 상트 페테르부르크 발레시어터 '백조의 호수' 오데트와 오딜을 연기할 프리마 발레리나 이리나 코레스니코바
나의 파트너 ‘지그프리드 왕자’ 김기민 "아름다운 연기와 다양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할 줄 아는 아티스트"과 콘스탄틴 즈베레브
현대 발레 ‘카르멘’ 그리고 난민문제 “잊히지 않는 시리아 소녀와의 조우”

입력 2019-07-16 07:00 | 신문게재 2019-07-16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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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나 코레스니코바
상트 페데르부르크 발레시어터 ‘백조의 호수’의 이리나 코레스니코바 Photo by HA JI YOUNG HaphOTostudio(사진제공=마스트엔터테인먼트)

 

“1인 2역을 선보여야하는 ‘백조의 호수’의 오데트와 오딜은 모든 발레리나들이 꿈꾸는 역할이에요. 1인 2역을 선보여야 하니 뛰어난 기술적 요소와 연기가 필요하거든요.”

상트 페데르부르크 발레시어터(St Petersburg Ballet Theatre, 이하 SPBT)의 수석무용수 이리나 코레스니코바(Irina Kolesnikova)는 8월 선보일 ‘백조의 호수’(Swan Lake)에 대해 “이전까지는 없었던 색다른 역할을 보여줄 수 있는 흥미로운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이리나 코르세니코바
상트 페데르부르크 발레시어터 ‘백조의 호수’의 이리나 코레스니코바 Photo by HA JI YOUNG HaphOTostudio(사진제공=마스트엔터테인먼트)

대표적인 클래식 발레 ‘백조의 호수’는 차이콥스키의 3대 발레음악(숲속의 미녀, 호두까기 인형) 중 하나로 오데트 공주와 지그프리드 왕자의 사랑이야기다.

 

이 작품에서 오데트 역의 발레리나는 악마 로트바르트의 딸 오딜로도 분하며 지그프리드 왕자를 유혹하는 등 극과 극의 캐릭터를 표현해야 한다.



◇오데트와 오딜, 극단의 캐릭터를 오가는 ‘백조의 호수’

“개인적으로 오딜은 오데트보다 어려워요. 제 성격은 오데트와 비슷하거든요. 그래서 오데트와 오딜 역할에 더 흥미를 느끼며 다가갈 수 있었죠. 전혀 다른 역할을 오가다 보니 새로운 면모를 보여 주기 위해 해야 하는 훈련이 힘들기는 해요. 하만 제가 표현하는 오데트와 오딜이 저도 마음에 들어요.”

SPBT는 1994년 콘스탄틴 타킨(Konstantin Tachkin)에 의해 창립돼 올해로 25주년을 맞는 러시아 대표 클래식발레단이다. 

 

국가 보조금이나 민간 후원이 아닌 작품 자체로 성공한, 전세계에서 몇 안되는 발레단 중 하나로 매년 유럽, 남아프리카공화국, 미국 등에서 200~250회의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 내한공연될 ‘백조의 호수’(8월 28~9월 1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는 매진 행렬을 이어가는 SPBT 작품 중에서도 가장 사랑받는 대표작이기도 하다.

“전세계적으로 많은 ‘백조의 호수’가 공연되고 있죠. 클래식 버전의 ‘백조의 호수’에 다양한 요소들을 첨가하며 다변화하고 있다면 저희 SPBT ‘백조의 호수’ 특징은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는 겁니다. 콘스탄틴 세르게예프(Konstantin Mikhailovich Sergeev)가 1950년 개정한 안무와 내용을 기반으로 전통적인 유형을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죠.” 

 

이리나 코레스니코바

상트 페데르부르크 발레시어터 ‘백조의 호수’의 이리나 코레스니코바 Photo by HA JI YOUNG HaphOTostudio(사진제공=마스트엔터테인먼트)

 

그리곤 “12, 13년 전에는 발레의 스토리가 좀더 간단했다. 반면 지금은 테크닉 면에서 좀 더 복잡해지고 있다”며 “이에 기본적인 발레 테크닉을 익히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고 전하기도 했다.

“걸작들의 클래식 안무를 유지하는 노력과 더불어 고난이도의 발레 테크닉을 더 익히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사실 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관객들의 반응이에요. 남아프리카에서 공연을 했을 때 한 발레리노가 저의 백조 오데트를 보고는 ‘믿을 수 없다’고 하더니 흑조 오딜을 보고는 ‘저인지 모를 정도로 놀랐다’고 얘기해 줬어요. 발레리나로서 1인 2역을 해내는 게 힘들긴 하지만 이런 관객들 반응에 힘을 얻죠.”


◇나의 파트너 ‘지그프리드 왕자’ 김기민과 콘스탄틴 즈베레브

이리나 코레스니코바
상트 페데르부르크 발레시어터 ‘백조의 호수’에서 마린스키 발레단의 김기민과 흑조 오딜(왼쪽)·백조 오데트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이리나 코레스니코바 Photo by HA JI YOUNG HaphOTostudio(사진제공=마스트엔터테인먼트)

 

“무대에서 아름다운 연기와 다양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할 줄 아는 아티스트예요.”

지난해 런던, 올 4월 모스크바에서 공연된 ‘백조의 호수’에서 지그프리드 왕자로 호흡을 맞춘 마린스키 발레단의 한국 무용수 김기민에 대해 이리나는 “감정표현, 예술적인 면은 물론 기술적인 면에서도 훌륭한 세계적인 아티스트”라고 평했다. 김기민은 2011년 동양인 남자 무용수 최초로 마린스키 발레단에 입단한 발레리노다.

지난해 ‘돈키호테’ 공연을 위해 내한했던 유리 파테예프(Yury Fateyev) 마린스키발레단장이 ”매우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춤, 긍정적인 기운, 힘찬 회전과 선 그리고 피지컬적인 장점을 잘 발휘하는 유니크함이 있다“며 ”수석무용수로서의 실력을 갖춘 것은 물론 짧은 시간 안에 최고 무용수이자 마린스키를 대표하는 스타로 올라섰다”고 극찬했다. 

 

“런던에서 2주간, 4월 모스크바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면서 매우 편안했어요. 오늘의 관객이 내일도 오지는 않기 때문에 매일 마지막인 것처럼 최선을 다 했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러기 위해 훈련받는 과정이 힘들고 긴장됐지만 김기민이 있어서 잘 해낼 수 있었죠.”

 

이리나 코레스니코바
상트 페데르부르크 발레시어터 ‘백조의 호수’의 이리나 코레스니코바 Photo by HA JI YOUNG HaphOTostudio(사진제공=마스트엔터테인먼트)

이번 ‘백조의 호수’에서 이리나는 마린스키 발레단의 콘스탄틴 즈베레브(Konstantin Zverve)와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다. 콘스탄틴 즈베레브는 2005년부터 마린스키 발레단에 몸담고 있는 발레리노로 ‘백조의 호수’, ‘라 바야데르’(La Bayadere), ‘아가씨와 양아치’(The Young Lady and the Hooligan), ‘돈키호테’(Don Quixote), ‘라실피드’(La Sylphide) 등 마린스키 발레단의 대표 레퍼토리 무대에 올랐다.


“지금까지 호흡을 맞추던 발레리노가 아닌 다른 파트너와 무대는 서는 것 자체가 매우 흥미로운 일이에요. 발레리노마다 특징이 있어서 파트너에 따라 제 연기나 반응도 달라지거든요. 콘스탄틴과의 호흡도 기대 중입니다.”


◇현대 발레 ‘카르멘’ 그리고 난민문제 “잊히지 않는 시리아 소녀와의 조우”

“저는 바가노바 발레 아카데미(Vaganova Ballet Academy)에서 클래식 발레를 전공했어요. 모든 발레는 클래식 발레를 기반으로 하고 있죠.”

이렇게 전한 이리나는 “발레의 형태는 클래식 발레의 리메이크에서 진행됐다고 생각한다”며 클래식 발레의 전통을 지켜야하는 것에 대한 가치를 강조하기도 했다.

“클래식 발레를 제대로 공부했다면 현대 발레나 무용의 안무를 소화하는 데 큰 지장이 없어요. 반면 현대 발레나 무용만을 공부했다면 클래식 발레를 하기는 힘들 거예요. 클래식 발레의 기초를 다진다면 더 많은 기회를 만들 수 있죠.” 

 

이리나 코레스니코바
상트 페데르부르크 발레시어터 ‘백조의 호수’의 이리나 코레스니코바 Photo by HA JI YOUNG HaphOTostudio(사진제공=마스트엔터테인먼트)

 

‘백조의 호수’ 오데트와 오딜, ‘지젤’의 타이틀롤을 비롯해 ‘호두까지 인형’의 클라라,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오로라 공주, ‘돈키호테’ 키트리, ‘라 바야데르’ 니키야 등 클래식 발레에 집중하던 이리나는 2008년 ‘디바스’(DIVAS)라는 현대무용에 이어 2016년 ‘카르멘’이라는 현대 발레를 안무해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모든 클래식 발레 아티스트들은 현대 발레나 무용의 안무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현대적 안무에 클래식 발레를 접목할 수 있는 경험은 굉장한 도움이 되거든요. 저 역시 ‘카르멘’이라는 현대 발레의 안무를 경험했어요. 시리아 난민들의 문제를 반영한 작품이에요. 난민수용소 두 군데를 방문했던 경험이 이 작품의 모티프가 됐죠.” 

 

시리아 소녀의 선물_이리나 코레스니코바 인스타
상트 페데르부르크 발레시어터 ‘백조의 호수’의 이리나 코레스니코바가 시리아 소녀에게 선물받은 반지(사진제공=본인)

2015년 방문한 시리아 난민 수용소에서의 경험을 안무로 표현해낸 ‘카르멘’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 이리나는 “난민수용소를 방문하면서 감정적으로 힘들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수용소의 난민들이 저에게 와서 자신들이 처한 문제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어요. 많은 문제점들과 호소를 듣기는 했지만 실질적으로 어떤 도움도 줄 수 없다는 데서 무력감을 느꼈어요. 그래서 발레로 표현했죠.”

그리곤 “‘카르멘’의 모든 수익은 난민을 위해 쓰여졌다”며 “엄마와 아이들만 있거나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등 난민캠프에서 목도한 안타까운 현실”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소녀와의 조우를 떠올리기도 했다.

“한 시리아 소녀가 다가와 저에게 빨간 반지를 선물해줬어요.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돌아와서도 그 반지를 빼지 못하고 있었죠. 며칠을 그 어린 소녀의 이름과 어디에 있는지 행방을 수소문했지만 ‘아는 바가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어요.” 

 

이어 “캠프에는 너무나 많은 아이들이 있고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인 이리나는 “(그 잊히지 않는 소녀와의 조우가) ‘카르멘’ 시나리오에 반영돼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이리나 코레스니코바
상트 페데르부르크 발레시어터 ‘백조의 호수’의 이리나 코레스니코바 Photo by HA JI YOUNG HaphOTostudio(사진제공=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 현대발레 안무작 ‘카르멘’은 난민들이 수용소에서 어떻게 지내는지를 표현하고 있는데 반지를 주는 소녀가 가장 흥미로운 장면 중 하나죠. 앞으로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많은 사회문제를 다루고 싶어요.

 

이어 하지만 금전적, 시간적 문제로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를 다룰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며 새로운 현대 발레 관련 계획도 아직은 없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난민문제를 비롯한 전세계적 이슈들을 춤으로 다 표현하는 건 불가능하죠. 하지만 이런 문제를 대중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노력 중입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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