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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만화로 읽는 재즈 백과사전, '재즈라이프’

입력 2019-08-07 07:00 | 신문게재 2019-08-07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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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재즈는 한국인에게 가깝지만 먼 음악이다. 도심 곳곳에서 재즈바를 접할 수 있고 봄과 가을엔 대규모 재즈 페스티벌도 열리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쉽지 않은 음악이 재즈다. 연인에게 문화적 소양을 자랑하는 자리에서나 유용한 음악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재즈를 어렴풋이 알고 더욱더 깊이 빠져 들기 원하는 이들이라면 남무성의 시작 ‘재즈 라이프’가 제격이다.

이 책은 쉽게 말해 만화판 재즈 백과사전이다. 재즈전문지 ‘뭉크뭉크’ 편집장 출신으로 ‘재즈잇업’ ‘팝입엇’ ‘페인트 잇 록’ 등 음악만화라는 독특한 장르를 개척한 저자 남무성씨가 ‘재즈잇업’ 이후 16년 만에 내놓는 새 재즈 만화기도 하다.

책의 구성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 챕터인 ‘리스닝룸’(Listening Room)에서는 저자가 음악을 들으며 떠오른 생각들을 각각의 테마로 풀어냈다. 영화나 계절, 술, 문학, 일상과 연관된 재즈 음악에 대한 저자 개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두 번째 챕터인 ‘워크룸’ (Workroom)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연재했던 ‘올댓재즈’ 원고 일부를 보충·각색했다. 현대 재즈계에서 주목받는 아티스트와 앨범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접할 수 있다.

만화라는 친숙한 장르를 선택했지만 책을 읽다 보면 저자의 해박하고 방대한 지식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요컨대 재즈를 와인에 빗댄 ‘와인을 마시면서 재즈를 들어보면’에서는 한때 카페를 운영하기도 했던 저자가 추천하는 와인과 재즈의 궁합을 엿보게 된다. 저자는 “재즈는 같은 곡을 재료로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음악”이라며 “포도로 수백 가지 맛을 만들어내며 숙성되며 깊은 향을 만들어내는 와인처럼 깊은 맛을 내는 음악이 재즈”라고 정의한다.

영화도 재즈와 떼려야 뗄 수가 없다. 통계상 영화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음악이 재즈다. ‘만화로 보는 영화의 역사’라는 책을 내기도 했던 저자는 ‘라라랜드’부터 ‘위플래시’ ‘버닝’ ‘택시 드라이버’ ‘위대한 개츠비’ 등 다양한 영화 속 재즈음악을 논한다. 또 마틴 스콜세지나 우디 앨런, 클린트 이스트우드 등 거장 감독들의 재즈 사랑에 대한 이야기도 전한다. 영화 ‘버드’나 쿠바 출신 트럼페터 아투로 산도발의 실화를 다룬 ‘리빙 하바나’처럼 재즈 뮤지션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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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라이프 Jazz Life - 만화로 보는 재즈음악 재즈음반 ’| 남무성 지음 | 북커스| 2만 8000원 | 사진제공=북커스

유명인들 중에도 재즈애호가가 제법 많다. 일본의 유명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데뷔 전 도쿄에서 재즈카페를 운영하며 재즈 월간지와 인터뷰를 나눌 만큼 전문가적 지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때문에 재즈는 그의 소설 속 단골손님이다. 저자에 따르면 하루키는 몽크에 대한 재즈 에세이를 소개하며 글과 그림으로 몽크의 음악을 묘사한다. 마치 유튜브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만화 속 연주 장면을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유튜브 검색을 통해 음악을 듣게 된다. 


국내 재즈 아티스트들에 대한 애정도 눈에 띈다. 저자 자신이 직접 연출했던 재즈 다큐멘터리 영화 ‘브라보! 재즈라이프’의 주요 출연자였던 국내 1세대 재즈 연주자 신관웅(피아노), 김수열(테너 색소폰), 최선배(트럼펫), 박성연(보컬), 조상국(드럼), 이동기 (클라리넷), 강대관(트럼펫), 김준(보컬), 이판근(재즈연구가), 류복성(봉고)에 대한 저자의 상세한 묘사는 척박한 한국땅에서 재즈라는 씨앗을 뿌리며 긴 세월 수확의 시기를 기다려 온 거장들에 대한 존경이 고스란히 배여있다. 이 외에도 영화 OST에 참여한 이주한, 웅산, 배장은, 박철우, 오정택, 찰리 정 등에 대한 고마움도 전한다.

460여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책은 총 40개의 소규모 목차를 통해 수많은 재즈 아티스트들을 소개한다. 다이애나 크롤이나 밥 제임스처럼 아티스트 한명에게 할애한 목차가 있는가 하면 이름만 언급된 재즈 아티스트들도 적지 않다. 이 수많은 아티스트들을 한 권의 책에 녹이기 위해 저자가 수십년 간 들었을 방대한 음악의 양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저자는 “재즈의 맛이란 뒤늦게 제 맛을 아는 쓴 나물 맛 같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재즈가 어렵다는 건 편견이다. 저자 역시 자택 인근 작은 술집에서 동네 사람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재즈를 듣는다. 근사한 바에서 마시는 값비싼 술이 아니어도 재즈는 우리 곁에서 멀지 않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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