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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이제야 거울 앞에 선 조정은…첫 단독콘서트로 스스로를, 관객을 ‘마주하다’

입력 2019-11-1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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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 조정은(사진제공=PL엔터테인먼트)

 

“여배우로서 한 시점을 마무리하고 정리하는 동시에 새로운 출발선에서 발을 내딛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뮤지컬 배우 조정은은 생애 첫 단독콘서트 ‘마주하다’(11월 19~20일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의 의미를 “한 시즌을 마감하고 출발하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그리곤 “제가 콘서트를 한다니 다들 의아해 한다. 실제로 30대였다면 기회가 주어져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정리하는 타이밍이라 선택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작품을 하면서 성장하기도 했고 어떤 배우에게는 질투를 느끼기도 하고…저 혼자만의 얘기가 아니라 관객들과 공감할 수 있는 얘기를 잘 풀어내고 싶은데 처음이라 쉽지가 않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처음엔 콘서트 제목을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인 ‘공감’이라고 정했다가 ‘마주하다’로 바꿨어요. 작품을 하면서 제 자신을 보게 되는 것 같았거든요. 열을 내거나 좀 잘 한다고 우쭐대는 모습이 있어요. 잘 안되면 제가 너무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고 어떤 작품들은 지금 꺼내봐도 창피하다 싶기도 해요.” 

 

[첨부파일] 조정은콘서트_마주하다 포스터
뮤지컬 배우 조정은 콘서트 '마주하다' 포스터(사진제공=컴퍼니 휴락)
조정은은 “당시에는 너무 속상해서 그 영상을 다시 보고 싶지 않을 정도였는데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정면으로 마주보니 또 그렇게 못하진 않았네 싶기도 하다”며 웃었다.

“마흔이 돼 보니 그때 나이만큼 한 것 같아요. 그때는 가진 게 그만큼이었던 거죠. 지금의 제가 그때 나이의 저를 마주하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마주하다’죠.”


◇마주하기 어려웠던 ‘맨 오브 라만차’, 다시 마주하게 될 ‘드라큘라’

“아픈 손가락처럼 정말 마주하기 어려웠던 작품은 ‘맨 오브 라만차’예요. 지금 생각해보면 베스트로 너무 잘했다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 했다고 봐진다고 할까요. 그 작품을 통해서 정말 많이 배웠고 성장했거든요.”

그리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의) 알돈자 뿐 아니라 ‘엘리자벳’도 어려웠고…하고 싶은 것과 가진 것의 간극에서 나오는 생각들이 너무 힘들었다”고 말을 보탰다.

“지금 하나하나 꺼내보면 중요한 건 크든 작든 기회가 주어졌다는 사실이었더라고요. 잘해야한다는 생각 때문에 그 기회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놓치고 있었죠.”

‘맨 오브 라만차’가 아픈 손가락이라면 2018년 봄 뮤지컬 ‘닥터 지바고’ 출연 이후 오랜만의 복귀작인 ‘드라큘라’(2020년 2월 11~6월 7일 샤롯데씨어터)는 연기하는 재미를 깨닫게 해 준 작품이다.

“작품평과는 상관없이 내 생각을 가지고 내 말로 연기를 한다는 게 얼마나 재밌는지를 처음 알게 된 작품이 ‘드라큘라’예요. ‘드라큘라’ 전에는 알돈자(맨 오브 라만차), 판틴(레미제라블) 등 역할에 저를 맞추려고 부딪히고 끊임없이 애를 썼어요. 꿈이라는 에너지가 저를 끌고 가기는 했지만 무대에서 자유롭지 못했죠.”

그리곤 “자유롭게 쓸 줄을 모르니 팔다리가 너무 길다는 생각이 들고 괴로웠다”며 “꿈이라는 에너지는 이미 소진돼 버렸고 배우를 계속 해야하나 라는 고민까지 맞물리던 시기였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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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 조정은(사진제공=PL엔터테인먼트)

 

“말 한 마디를 하더라도 알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라큘라’부터 들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치열하게 연기하게 됐죠. ‘엘리자벳’ ‘모래시계’ 등 그 후 작품부터는 그려놓은 데 맞추기 보다는 ‘이 사람은 왜 이럴까’ 저 나름대로 그려나가는 작업을 시작한 것 같아요.”

‘모래시계’ 연습은 전쟁터처럼 치열했지만 막상 공연을 시작하고는 “참 재밌었다.” ‘엘리자벳’도 힘들었지만 지방공연까지 통틀어 마지막 공연이었던 수원에서 퍼즐이 다 맞춰지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공연이 매번 같을 수는 없고 어제 좋았던 걸 오늘 하려면 또 안되고…그럼에도 알아지는 것들이 있었어요. 그들이 쌓여서 작품마다 여러 번은 아니지만 소소하게나마 (퍼즐이 맞춰지는) 그런 순간들이 있는 것 같아요. 여전히 연기는 어렵고 힘들지만 재밌구나를 알게 됐죠. ‘나는 배우가 맞구나’ 깨달으면서 그 힘으로 가게 되는 것 같아요.”

이를 “여정”이라고 표현한 조정은은 “어려서는 배우가 꿈이었고 꿈을 이뤄 배우로 활동하면서 현실이 됐을 때는 나에게 오는 한계와 좌절 등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를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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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 조정은(사진제공=PL엔터테인먼트)

“나는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가는 여정 같아요. 배우가 가장 잘 맞는다고 받아들이기 시작한 지가 얼마 안됐어요. 그래선지 여정이 다시 시작되는 것 같아요.”


◇게스트 이혜경·김준수·최현주, 강필석·박은태

“처음 콘서트를 할 때 범하기 가장 쉬운 오류가 게스트 섭외라고 하더라고요. 친하거나 다시 한번 같이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분들이 너무 많아요. 공연을 하면서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게 참 좋아요. 작품에서 동료로 만났지만 계속 같이 가게 되는 것도 빼놓을 수 없이 중요하고 소중한, 작품 이상으로 좋은 점이죠.”

류정한, 김선영, 홍광호, 옥주현, 김준수, 강필석, 홍광호, 김문정 음악감독 등의 콘서트에 게스트로 무대에 올랐던 조정은은 생애 첫 콘서트를 통해 뜻 깊은 지인들을 게스트로 마주한다.

 

19일에는 ‘드라큘라’에서 호흡을 맞췄던 김준수와 ‘미녀와 야수’의 벨, ‘지킬앤하이드’ 엠마, ‘몬테크리스토’ 메르세데스 등 주로 같은 역할로 무대에 올라 기회가 없었지만 한 무대에서 듀엣을 해보고 싶었던 최현주 그리고 그가 “가장 먼저 모시고 싶었던 선배” 이혜경이 함께 한다. ‘닥터 지바고’ ‘모래시계’로 함께 한 강필석과 ‘닥터 지바고’ ‘피맛골연가’에서 호흡을 맞춘 박은태는 20일 무대에 오른다.

“많지는 않지만 가요도 (세트리스트에) 있어요. 어려서도 성격이 조용한 편이라서 그런 류의 가요를 좋아했어요. 사랑노래인데 들으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어서 선택한 곡이죠.”

그리곤 자신과 닮은 작품 속 캐릭터로 ‘모래시계’의 혜린과 엘리자벳을 꼽았다. 조정은은 “예민할 때는 예민하고 여성스럽지만은 않은 혜린이는 대사 톤이며 다 낯설었지만 자신의 뜻이나 생각을 가지고 행동하는 건 저랑 비슷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엘리자벳은 아빠처럼 자유롭게 다니고 싶어하거나 외로움을 많이 타는 등 부분적인 모습들이 저와 맞닿아 있어요.”


◇꿈이 없어져도 여전히 존재하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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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 조정은(사진제공=PL엔터테인먼트)

 

“제 콘서트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많지만 가장 중요한 건 ‘꿈이 나’는 아니라는 거예요. 꿈은 꿈이지 이퀄(=) 나는 아니거든요. 꿈이 없어지면 내가 없어지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꿈이 없어져도 나는 여전히 존재하더라고요.”

이는 데뷔 17년차를 맞은 뮤지컬 배우이자 마흔을 갓 넘긴 인간으로서 조정은이 자신의 콘서트를 찾는 관객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꿈으로 인해 제가 성장하기는 하지만 꿈과 제가 동일시되지는 않아요. 우리 존재 자체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꿈이 곧 나’라고 늘 생각하다 보면 꿈이 망가지면 내가 망가지는 것 같기도 하죠. 하지만 꿈이 없어지면 속상할 수는 있더라도 내 존재 자체가 없어지진 않아요. 꿈은 소중하지만 나보다 중요하진 않거든요.”

그렇게 조정은은 첫 콘서트 준비를 위해 스스로 “꺼내보고 싶지 않은 작품”을 마주하면서 “내가 생각한 만큼 잘한 건 아니지만 애썼고 그 기회가 참 감사했음”을 깨달을 만큼 성장했다. 그리곤 지금의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넘버로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중 막바지에 부르는 ‘둘시네아’를 꼽았다. 둘시네아는 원래 이름이 알론조인 돈키호테가 알돈자를 부르는 귀족여인의 이름이다. 동시에 알돈자가 돈키호테에게 ‘깨어나 나를 기억해내라’고 부르는 곡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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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 조정은(사진제공=PL엔터테인먼트)
“그 넘버 중 ‘당신이 찾아낸 여인 둘시네아’라는 가사가 있어요. ‘맨 오브 라만차’의 알돈자는 그 말을 하려고 그 앞의 여정을 보낸다는 생각이 들어요. 산초가 ‘알돈자, 주인님이 죽었어요’라고 하면 알돈자가 ‘내 이름은 둘시네아예요’라고 하죠. 이 말을 할 때면 이 역할이 이거 때문에 있지 싶어요.”


◇지나고서야 보이는 것들 “가장 매력적인 나다움”

“가장 자기다울 때 가장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20대에는 선망의 대상이 있고 꿈꾸는 미래의 모습이 있죠. 하지만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게 다르잖아요. 어려서는 내가 가진 것 보다 다른 모습이 되려고 애를 많이 썼던 것 같아요. 내가 가진 좋은 걸 가져다 버리면서요.”

그리곤 “돌이켜 보면 제가 가지고 있었던 것들 때문에 주어진 기회가 많았다”며 “제가 가진 목소리와 풋풋함이 역할과 잘 맞아서 ‘미녀와 야수’의 벨을 할 기회가 주어졌고 (제작사의) 모험으로 ‘스핏파이어그릴’ ‘맨오브라만차’도 하게 됐다. 제가 가진 것 이상으로 많은 기회들이 주어진 걸 이제야 깨달았다”고 말을 보탰다.

그렇게 지나고서야 보이는 “가장 매력적인 건 그 사람일 때”에 대해 조정은은 “자신이 가진 것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부터 해보라고 하고 싶다”고 조언했다.

“물론 잘 안돼요. 저 역시 지나고서 이제야 보이니까요. 사람은 다 다를 뿐 나쁘거나 틀린 건 아니죠. 제가 작품을 끝내고 나서 제일 후회하는 건 ‘노래를 좀 잘할 걸’ ‘연기 분석 좀 제대로 할 걸’이 아니에요. ‘그때 좀 좋다고 누릴 걸…’이죠.”

기회가 주어져 무대에 설 수 있는 순간을 누리기보다는 잘해내는 게 전부인 것 마냥 스스로와 드잡이를 하며 힘들어만 했던 조정은의 지난날은 2007년 영국으로 떠났던 2년간의 유학 생활로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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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 조정은(사진제공=PL엔터테인먼트)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서도 상황에 빠져 허우적거리기만 하느라 좀 더 즐기고 누리지 못한 게 아쉬웠어요. 누리면서 하고 싶은데 여전히 작품을 할 때면 긴장되고 잘 풀어낼 수 있을까 고민을 더 많이 하게 돼요. 여러 작품을 동시에 못하는 이유기도 한데 마음을 여러 개로 쪼개질 못하는 것 같아요. 집중해서 습득하고 내 것으로 만드는 데 오래 걸리는 성향이 있죠. 잠깐이라도 ‘참 좋다’고 누리는 순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한번에 되진 않겠지만요.”

그렇게 이제라도 스스로를 마주하게 된 조정은은 “결혼을 안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모든 에너지를 작품에 쓰게 되는 것 아닌가 싶다”며 “가정을 이루고 싶다”고 결혼에 대한 바람을 풀어놓기도 했다.

“나이 들어서 좋은 건 놓을 건 놓게 되고 지나가게 되는 것들이 생겼다는 거예요. 옛날에는 일이 너무너무 중요했어요. 지금도 물론 일은 중요하지만 다른 것에 대한 소원들이 생겼죠. 결혼도 좋고 아이도 좋고…좋은 가정을 이루고 싶어요. 그렇게 일 외의 다른 것들에 마음이 움직이고 소원이 생기는 지금이 좋아요.”


◇놀아주고 싶은 유년시절의 나, 미련하고 느렸지만 “그래도 잘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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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 조정은(사진제공=PL엔터테인먼트)

“진짜로 무언가와 마주할 수 있다면 제 유년시절로 돌아가 같이 놀아주고 싶어요. 혼자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었고 외로움을 많이 탔던 것 같거든요. 그래서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을 많이 봤고 친구들이랑 스토리를 만들어 중전마마 놀이를 하고 부장·과장 역할을 나눠 결재서류 놀이를 하던 기억이 나요.”


조정은의 표현을 빌자면 “너무 진지하게” 빨간 벽돌을 빻아 고춧가루를 만들어 소꿉놀이를 하고 사극에서 본 주막놀이를 했던 어린시절엔 “밥 짓는 냄새가 너무 싫었다”고 털어놓았다.

“친구들이 다 집으로 돌아가 버렸거든요. 그 심심하고 외로웠던 때의 저를 마주하고 싶어요. 요즘은 아주 작은 것에 성취감을 느끼고 뿌듯하고 그래요. 애니메이션 ‘라이언킹’을 보고 펑펑 울기도 하고 버스를 타고 철물점에 가는 것도, 필요한 무언가를 사는 것도 너무 뿌듯해요.”

이어 “향수를 다 쓰고 나면 꼭지를 따야 해서 철물점에 갔더니 그냥 잘라주시더라”며 경쾌하게도 웃는 조정은은 아주 작은 것에 성취감을 느끼고 행복해지는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아가고 있는 중이다.

“제가 스스로에게 잘했다고 인정하는 건 조급해 않았던 거예요. 안하면 도태될까봐 한 건 없거든요. 참 미련스럽고 느렸지만 그래도 참 잘 왔다 싶어요.”

그렇게 미련스럽고 느리게 17년을 뮤지컬 배우로 살아온 조정은에게 관객은 “떠올리면 긴장시키는 존재”지만 “관객들이 저를 끄집어내주는 부분이 있다. 관객들은 저를 긴장시키지만 그걸 어떻게든 뚫고 나오게 하는 분들”이기도 하다. 그 긴장시키면서도 내재된 것들을 끄집어내는 존재들과 조정은은 19, 20일 콘서트를 통해 ‘마주한다.’

“관객들을 마주한다는 건 굉장히 용기를 낸 일이에요. 이번 콘서트는 관객들이 나를 긴장시키는 존재가 아니라 마주보며 얘기와 시간을 나눌 수 있는 존재로 바뀌는 순간이 될 것 같아요. 여전히 긴장되지만 제일 친한 사람들을 만나러 간다고 생각하려고 노력 중이죠. 제가 좋아서 세트리스트에 넣었는데 관객분들이 좋다고 해주시면 눈물이 날 것 같아요. 그러지 않을까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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