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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패권주의 불똥, 반도체 이어 자동차·철강 확산 우려

미국 화웨이 제재 한국 기업 동참 제의 가능성 커
미중 통상분재 재점화..반도체 업계 피해 우려 고조
확전될 경우 자동차, 철강 등 주력 품목 영향권 전망

입력 2020-05-18 14:43 | 신문게재 2020-05-1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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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화웨이 압박에 중국도 “필요한 모든 조치 취할 것”이라고 보복을 경고하면서 미·중 통상분쟁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국내 산업계도 미·중 간 ‘고래싸움’의 불뚱이 튀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특히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화웨이 제재 국면에서 다른 국가들까지 끌어들이려는 형국이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더욱이 이번 미중 간 대결구도가 자칫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등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 산업에까지 악영향이 초래될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현대자동차·SK·LG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최근 자체적으로 TF(테스크포스)를 재가동하는 한편 미국 현지 법인 등을 통해 관련 정보 수집 및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미국 상무부가 15일(현지시간) 중국 전자통신업체인 화웨이 제재방침을 발표한 것과 무관치 않다.

미국 업체들의 기술이 들어간 ICT 관련 부품이라면 어느 업체라도 화웨이에 독자적인 제품 판매가 불가능하다고 공식화해 앞으로 화웨이에 관련 제품을 판매하려면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는 대만 TSMC의 협력 관계를 끊는데 초점이 맞춰졌으나, 향후 미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화웨이 제재 동참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중 1단계 무역협정이 지난 2월 발효됐지만 코로나 사태를 맞아 상호 약속한 교역확대 목표를 이루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여전히 보조금, 환율, 화웨이 거래제한 등 다양한 사안에서 중국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어서다. 이에 우리 기업들은 우리 수출의 1, 2대 시장인 중국과 미국의 눈치를 동시에 봐야 하는 딜레마에 처했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SK하이닉스가 지난해 매출 기준, 26조9900억원 중 12조5600억을 중국에서 거둬들이는 등 우리 반도체 업체의 중국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전체 연간 10조원 이상의 마이너스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여 유무형이 타격이 우려된다.

더 나아가 미국이 이를 기점으로 통상전쟁의 전선을 여타 산업분야로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남석 전북대 무역학과 교수는 “코로나19에 따른 미국의 손실에 대한 중국 책임 주장을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지속할 것”이라며 “11월 재선준비에 대한 정치적 목적과 보호무역주의가 연계되어 있으므로 당분간 대중 보호무역주의는 전방위적으로 실행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가 자신의 재선을 염두하고 ‘미국 제일주의’를 앞세워 반도체에 이어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고관세 전략을 다시 꺼내들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자동차 업계의 경우 미국이 지난해 11월 꺼내려다 연기한 무역확장법 232조와 함께 무역법 301조가 경계 대상이다. 슈퍼 301조를 부활한 미국은 자동차와 지식재산권 위반과 통신 등 다각적인 분야에서 진가를 발휘했다고 인식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코로나19 직격탄으로 국내외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무역확장법은 ‘호환마마’나 다름 없다는 분위기다. 특히 현대자동차 등 수출 중심의 제조 기업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과 생산차질로 수익성에도 비상등이 켜진 상황에서 미중 무역분쟁 재격화는 ‘이중고’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통상에서 위협요소는 크게 없지만, 미국 재선을 염두한 트럼프의 럭비공 정책(무역확장법 232조)에 대한 경계는 늘 하고 있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철강업계는 미국이 이미 2016년에 한국산 철강제품에 대해 30~60%대의 반덤핑·상계관세에 이어 지난해 용접각관에 53.8% 고관세를 부과한 후 또다시 고율의 보복관세 등 통상 핸디캡을 조성할 경우 한국 철강기업의 대미(對美) 수출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재계는 이번 미국의 화웨이 조치가 반도체에 국한되지 않고 다른 품목으로 연쇄적으로 이어진다면 EU, 중국 등 전 세계는 보호무역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점을 크게 걱정하고 있다. 이 같은 우려에도 미국이 무역전쟁이라는 ‘막다른 길’을 선택한 이상 중국과 미국 간 ‘고래싸움’에서 한국의 피해가 불 보듯 빤할 것이라는 우려다.

재계 안팎에선 미국의 무역구제조치 또는 산업구조조정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통상당국의 사전적 대응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남석 교수는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 주요 제조업 부문에서 트럼프 행정부 초기에 실행되었는 보호무역조치안을 재검토하고 대응방안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종준 기자 jjp@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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