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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기술’ ‘장애’ ‘소음’ ‘세타’ ‘거울’ 등으로 과거, 미래와 조우하는 현재…아르코미술관 주제기획전 ‘더블비전’

입력 2020-09-2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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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비전
아르코미술관 주제기획전 ‘더블비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코로나19라는 전염병과 인류세의 시대, 이로 인해 디지털 매체가 더 지배적이 되는 상황에서 자본이나 시장에 종속돼 인간을 소외시키는 게 아니라 성찰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방법을 제안하는 전시입니다.”

25일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주제기획전 ‘더블 비전’(Diplopia, 11월 29일까지) 기자간담회에서 노해나 큐레이터는 전시 취지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이어 “최근 가장 많이 얘기되며 증폭되고 있는 4차 사업혁명, AI, 알고리즘, 로봇공학 등 과학기술에 대한 열망, 이것이 생산구조와 결합됐을 때 발생되는 이슈와 환경문제, 데이터에 관련돼 변화하는 인류의 삶 등을 풀어낸 전시”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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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코미술관 주제기획전 ‘더블비전’ 중 오민수 작가의 ‘아웃소싱 미라클’(사진=허미선 기자)

 

김실비, 양아치, 오민수, 이은희, 임영주 5인의 작가가 영상, 설치, 사운드 등 시청각언어로 풀어낸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전시의 키워드는 ‘전염/링크’(Contagion/Link), ‘크레딧/페이크’(Credit/Fake), ‘종말/리셋’(Apocalypse/Reset), ‘뱀/유혹자-경고자’(Snake/Serpent), ‘네트/신경망’(Neural/Netwo가), ‘장애/사이보그’(Disabled/Cyborg), ‘거울/환상통’(Mirror/Phantom Pain), ‘노이즈/잿더미’(Noise/Ashes), ‘귀신/부동산’(Ghost/Realty) 등 9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보이는 오민수 작가의 ‘아웃소싱 미라클’은 자본주의 시스템 이면을 보여주는 노동자의 죽음을 소음과 키네틱 설치로 풀어낸 작품이다. 오민수 작가는 “이천물류창고 화재 사고 현장에서 직접 채취한 화이트 노이즈”라며 “터진 건물 자재들이 서로 간신히 얽혀 마찰하며 내는 소리“라고 설명했다. 이 소리들은 움직임에 따라 왜곡되고 굴절되고 변형되는 도플러 효과(Doppler Effetc)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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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코미술관 주제기획전 ‘더블비전’ 중 임영주 작가의 ‘세타’(사진=허미선 기자)

 

임영주 작가의 ‘세타’는 같은 단어지만 이질적인 개념들을 병치시킨 다채널 영상작품이다.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세타’는 8번째 그리스 문자로 숫자 9을 의미하는가 하면 의학계에서는 “강한 흥분상태 혹은 얕은 수면상태와 같은 뇌파”로 “마음의 정동이 심해 여러 감정들에 반응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임영주 작가는 “더불어 미래를 담보로 특정 날짜를 정해 물건 가치를 정하는 주식시장의 옵션거래와 날짜가 정해진 휴거의 세타를 병치한 작업”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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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코미술관 주제기획전 ‘더블비전’ 중 이은희 작가의 ‘어핸드인어캡’(사진=허미선 기자)

 

이은희 작가의 ‘어핸드인어캡’ ‘블러드 캔 비 베리 베드’는 인간 몸의 장애, 마비 등에 주목한 작품으로 ‘사운드’에 집중한다. 장애인 퍼포먼스를 통해 장애와 비장애의 의미를 짚고 ‘일할 수 없는 몸’(Disable-Bodied)과 ‘일할 수 있는 몸’으로 구분되는 자본주위 사회의 인류에 대해 탐구한다. 

 

더불어 사회적 시스템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려는 경향, 최첨단 기술이 장애를 없앨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 등을 통해 장애를 둘러싼 이슈들이 기술이 아닌 사회적 인식의 문제임을 전한다.

 

이미지를 반사시키는 거울을 활용하는 사지마비 거울치료기법을 차용한 ‘블러드 캔 비 베리 베드’에 대해 이은희 작가는 “몸을 직접 열지 않고 생사가능성을 볼 수 있는 MRI, CT 등 다른 식으로 우리 몸을 들여다보게 하는 의료기술을 통해 현실감각과 인지방식이 얼마나 불안정하고 유동적인지를 보여주는 작업”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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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코미술관 주제기획전 ‘더블비전’ 중 양아치 작가의 2편의 ‘샐리’ ‘샐리 스마일’(사진=허미선 기자)

 

양아치는 과거와 미래의 오브제를 통해 현재 관람객과 연결을 시도하는 2편의 ‘샐리’(Sally), ‘샐리 스마일’(Sally Smiles)와 ‘그날, 그 자리에는 창조론자, 비진화론자, 본질주의자, 종말론자, 진화론자, 실존주의자, 근본주의자, 그노시스파, 연금술사, 전체론자, 감리교도, 몽매주의자, 존재론자, 유래론자, 현상론자, 합리주의자, 한합주의자들이 참석했습니다’를 선보인다. 

 

후자는 뇌과학자 박문호 박사의 과학강연 퍼포먼스를 중심으로 한 영상작품으로 과학의 순수성, 인간의 합리성에 대한 질문을 재배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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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코미술관 주제기획전 ‘더블비전’ 중 김실비는 ‘회환의 동산’(사진=허미선 기자)

 

김실비는 ‘회한의 동산’을 통해 일어나지 않은 사건이나 일을 그리워하는 감정과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태초의 ‘에덴동산’이 가진 ‘낙원’의 의미를 담아낸다. 

 

단채널 영상, 8개의 거울, 투명한 3D PLA 프린트, 바닥의 뱀 프린트 등이 최초의 인류가 뱀의 유혹에 빠져 시작된 후회의 여정과 신에 대한 믿음이 과학기술을 향한 신념으로 대체된 자본주의 상황을 투영한다.

 

종교와 신화의 알레고리로 채워진 우화 중 유혹자이자 경고자인 뱀, 뱀 로봇이 구조현장에서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했던 기술의 실패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한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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