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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美시장은 유토피아, 실물경제는 디스토피아

코로나19가 가져온 부익부빈익빈의 이면…美금융과 실물의 괴리

입력 2020-12-22 15:15 | 신문게재 2020-12-23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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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금융 중심지 미 뉴욕 월가의 표지판 (AFP=연합)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코로나 감염이 확산하면서 실물경제는 곡소리가 나는 디스토피아와 같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금융시장에는 위험에 베팅하는 자금이 몰렸다. 투자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고통에서 시선을 돌려 ‘최고가 경신’이라는 유토피아(이상향·理想鄕)를 향했다.

코로나19가 가져온 부익부빈익빈 심화의 이면에는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괴리가 있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가 3만 포인트를 넘어서고 있을 때 미국 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최근 2주 동안에만 3만 명을 넘어섰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2일 보도했다.

이 같은 괴리는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켰다.

자산의 대부분이 주식인 억만장자들은 올해 주머니가 더욱 두둑해졌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주가가 상승한 덕분에 자산이 1400억 달러(약 154조9800억원) 불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아마존닷컴의 제프 베조스 CEO와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CEO도 자산이 1000억 달러씩 불어났다.

반면 끼니조차 걱정해야 될 성인들의 수가 2700만 명이나 됐다. 식당과 소매점 등이 줄줄이 문을 닫았고 서비스직종의 종업원 등을 비롯해 저소득층은 일자리를 잃었다.

자본주의를 누리는 최상의 번영과 지독한 굶주림의 고통이 올해처럼 극명한 대조를 이루며 공존한 때도 이전에는 찾아보기 드물었다.

 

미 뉴욕주 무료급식소 앞에 줄 선 주민들
지난달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마운트버넌시의 무료급식소 앞에 급식 지원을 받으려는 주민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AP=연합)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코로나19에 대응해 미국 정부가 소비자들의 주머니에 넣어준 돈은 대부분 소비로 연결되지 않았다. 각종 이동제한, 봉쇄조치 등으로 지출할 곳이 줄어든 돈은 저축으로 향했고, 여유자금의 상당 부분은 주식시장으로 흘러 들어갔다. EPFR 글로벌에 따르면 지난 15일까지 일주일 동안 미국 주식형펀드에 294억 달러(약 32조5458억 원)가 유입됐다. 이는 주간 기준으로 역대 5번째로 큰 자금 유입이었다. 미국판 ‘동학개미’로 불리는 로빈후드(온라인 증권거래 서비스)의 가입자수는 1300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늘어난 저축액의 나머지는 코로나19 위협이 진정될 때까지 소비를 보류하고 있다.

‘헬리콥터 머니’로 상징되는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막대한 유동성 공급은 시장에서 큰 위력을 증명했지만, 한계점도 분명히 드러났다. 연준은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가능한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려 했고, 이것은 채권시장의 기대수익을 낮추어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을 주식시장으로 이끌었다. 말하자면 실물경제에서 코로나19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외출이나 외식 등의 위험 행동을 회피하도록 하는 동안 중앙은행은 금융시장에서 위험을 감수하도록 장려하고 있었던 셈이다. CNBC에 따르면 연준의 수장인 제롬 파월은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1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금리가 낮은 것을 고려하면 현재의 주가 수준이 높은 것을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파월 의장은 주가수익비율(PER)이 높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10년물 국채 금리가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위험이 많다고 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금융과 실물의 괴리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월가에서는 흔히 “주식시장은 경제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물론 자본시장의 열기는 기업들의 생존에도 도움을 줄 수 있고, 코로나19 위기가 진정되면 사라진 많은 일자리들이 회복되는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주식시장은 잔혹하고 계산적인 야수와 같으며, 사람들이 일자리를 되찾는 것을 높은 우선순위에 두지 않는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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