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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2년새 게이머 123%↑…인도 國技 크리켓 위상 흔들

[권기철의 젊은 인도 스토리] 온라인 게임 신흥국 (상) 폭발적 성장세 e-스포츠

입력 2021-03-22 07:00 | 신문게재 2021-03-2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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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방갈로르의 PC방에서 인도 젊은이들이 온라인 게임을 즐기고 있다. 사진=권기철

 

인도는 13억 8000만의 인구를 자랑하는 세계 2위의 인구대국이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다른 나라처럼 인도의 온라인 비즈니스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조금 다른 문화적 접근으로 인도 젊은 층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 있는데 바로 게이밍(Gaming)이다. 

 

구미 국가들과 한국, 중국 등 아시아 다른 나라들은 게이머들이 스타 못지않은 큰 인기를 이미 끌고 있지만 인도에서는 이제야 스타 게이머들이 하나 둘씩 등장하고 있다. 인도는 인터넷 속도는 물론 PC나 콘솔, 모바일 기기 등이 선진국들에 비해 열악하다. 그렇지만 게이머들의 도전정신과 열기가 그런 조건을 극복하며 인기를 더해 가고 있는 것이 현재 인도 e-스포츠(eSports) 시장이다.

 

‘부루탈러티(Brutality)’는 인도 랭킹 1위의 프로 게임 팀이다. 이 팀 멤버인 20세의 앙킷(Ankit)은 15세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하루 6시간 이상 게임을 하고 있다. 인도의 불안정한 인터넷 연결 상태 탓에 경기가 중간에 끊겨 실격패를 당하지 않기 위해 그는 항상 3개의 인터넷 라인을 연결해 PC를 사용하고 있다. 인도에서 유명한 1세대 대표 게이머의 삶을 살며 운동과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게이머들에게 씌워진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해 나가는 데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현재 인도 게이머의 90% 이상이 20세 이하다. 대부분은 경제적 여유가 없어 게임용 고사양 PC 구매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부모님들의 부정적 인식과 게임 하기에는 충분치 않은 인터넷 속도 탓에 주로 PC방을 이용한다.

인도의 e스포츠 산업은 코로나로 락 다운이 된 상황에서도 지난해 21%나 성장했다. 코로나19 관련 봉쇄 조치의 영향으로 2020년 온라인 게임 웹 사이트나 앱에 방문한 수는 전년 동기대비 24%나 증가했다. 게임 사이트나 앱에서 보내는 시간도 21% 늘었다. 한국과 달리 인도에서는 요행수로 승부가 결정되는 경마나 빠징고 등을 제외한 카드 등 대부분의 온라인 게임과 도박이 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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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유명 게이머 앙킷 판스(Ankit Panth). 그는 인도에서 1위 프로게임팀 브루털러티를 만들었으며, 가장 상금을 많이 획득한 스타 게이머다. 사진=브루털러티

 

인도 온라인 게임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실제 돈을 걸고 게임을 즐기는 리얼 머니 게임(RMG), 모바일 중심의 캐주얼 게임, 그리고 e-스포츠 등의 카테고리가 존재한다. 이 가운데 리얼 머니 게임의 하나인 판타지 스포츠 게임(Fantasy Sports)의 사업자 수는 2016년에서 2019년까지 7배나 증가했고, 사용자 수는 무려 25배 이상 늘었다. 매출 규모도 지난해 약 37억 달러에 달했다.

이 게임은 온라인 스포츠 배팅 게임의 일종으로, 이용자가 온라인에서 가상의 팀을 꾸려 스포츠 경기를 치르는 형태다. 이용자가 택한 선수의 실제 게임 내용과 결과를 대입시켜 승패를 결정짓고 점수를 부여해 참가자들 간 순위를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e-스포츠는 현재 약 1700만 명의 사용자들이 있고, 최근 2년간 무려 123%가 늘었다. 하지만 아직은 수익 구조가 리얼 머니 게임에 비해 충분치 못하다. 최근 인도 게임 시장의 성장 속도를 보면, 리얼 머니 게임쪽에서 점차 e-스포츠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부티크 투자은행 메이플 캐피털 어드바이저가 최근에 발표한 ‘게이밍 인디아 스토리(Gaming-India Story)’에 따르면 연간 복합 성장률은 22%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 업계의 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이 투자 은행은 디지털 인프라의 성장과 품질의 향상, 게임 콘텐츠의 증가 덕분에 게임 산업이 2024년까지 41% 성장하고, 게임 콘텐츠 시장도 2020년 9억 3000만 달러에서 2024년에 37억 5000만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인도 e-스포츠 시장은 2018년 배틀그라운드(PUBG) 모바일 출시와 함께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현재 등록된 플레이어는 약 1000만 명이며 매일 약 2000만 명이 플레이를 한다. 지난해 PUBG 월드 리그에서 인도는 가장 많은 선수단을 보유했으며, 글로벌 팀들이 인도 팀원들을 선수 명단에 올리기도 하고, 일부 국가에서는 인도 팀을 인수해 운영하기도 한다. PUBG가 개인이 조용히 즐기던 게임 문화를 다수가 참여해 즐기는 쪽으로 바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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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젊은 관객들이 2020년 ESL 프리미어 리그 경기가 벌어진 경기장 앞에 모여 전광판으로 중계되는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ESL

 

다수가 플레이하는 포맷이 증가함에 따라 대규모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투자자들이 인도 게임 스타트업에 투자함에 따라 게이머가 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이것이 게임 콘텐츠 소비와 직업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e-스포츠 시장을 지배했던 PUBG는 중국산 앱 금지 조치로 인해 업 데이트 등 사용에 제약을 받고 있다.

현재 인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는 크리켓이다. 건국 이래 인도의 국기는 크리켓이다. 여타 스포츠는 거의 존재감이 미미했다. 하지만 코로나로 급증한 온라인 게임 인구와 성장 속도 덕에 e-스포츠가 곧 크리켓을 능가할 유일한 스포츠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른 나라와 달리 인도에서는 e-스포츠로 분류되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의 차이가 모호하다. 실제로 FIFA나 카운터-스트라이크(Counter-Strike), 포트나이트(Fortnite)와 같은 일반적인 e-스포츠 게임들과, 포커나 틴파티(Teen Patti), 러미(Rummy), 판타지 스포츠 등에 돈을 걸고 게임을 한다는 것 이외에 특별한 구분을 하고 있지 않다. 정책 당국에서도 e-스포츠 활성화 차원에서 그 범위를 어디까지 정할 지에 관해 논란이 많다.

아시안 게임에서 e-스포츠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면서부터 논란이 본격화 되었다. 2018년 열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스타크래프트 II, 클래시 로얄, 펜타스톰, 하스스톤, LOL, PES(위닝일레븐) 등 6개 종목의 게임이 치러졌다. 인도올림픽위원회(IOA)에 따르면 2020년 12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의 제39차 총회에서도 e-스포츠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e-스포츠의 아시안게임 정식종목 채택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020년 4월 회의에서는 정식종목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게임 산업과 e스포츠에 대한 위상이 높아졌다. 12월 OCA 총회에서 e-스포츠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되었고 회원국들의 관심을 얻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 중독을 질병 코드로 등록했다는 점이 일단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에는 사회적 거리 두기와 ‘집콕족’이 늘면서 게임이 적극 권장되며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게다가 전 세계 스포츠 경기가 코로나에 발목 잡혀 멈춘 사이에 e-스포츠의 위상은 더욱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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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전설적 크리캣 선수인 사친의 이름을 건 게임은 인도가 추진하려는 e-스포츠 경기 종목 중 하나이다. 하지만 아시안 게임 경기 등 글로벌화하는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Paytm

 

인도에서 최근 새롭게 벌어진 뜨거운 논란은 ‘과연 e-스포츠를 일반 스포츠와 똑같이 취급해야 하는가?’라는 것이다.

아시아올림픽위원회(OCA)는 e-스포츠를 젊은 세대들이 즐기는 ‘새로운 스포츠 형태’라고 해석했다. 게임 종목 결정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젊은 세대 사이에 새로운 스포츠 형태가 급속히 발전해 인기를 끌고 있는 현실을 반영해 게임 종목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게임 개발사들은 게임 선정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아시안 게임에 채택되었다는 것도 영예지만, 결국 금메달을 놓고 경쟁하기 위해 수년간 이 게임으로 연습해야 하는 만큼 지속적인 게임 사용자들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PUBG 개발로 유명한 한국 크래프톤이 지난 3월 10일 인도 e-스포츠 기업 노드윈 게이밍(Nodwin Gaming)에 약 255억을 투자하며 서남아시아와 중동 e스포츠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크래프톤이 인도에 투자한 것은 2020년 11월 말 텐센트에 의해 서비스 하는 PUBG가 중국 앱 사용 금지로 어려움을 겪으며 인도 현지 직접 유통을 위한 자회사(PUBG India Pvt. Ltd.)를 세운 이후 수 개월 만이다.

노드윈 게이밍은 인도 모바일 게임사인 나자라 테크놀로지스(Nazara Technologies)가 2014년에 설립한 자회사다. 크래프톤 등 다수 글로벌 게임사들과 파트너십을 통해 다양한 e-스포츠 행사를 인도에 뿌리 내렸다. 서남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 60개국 이상을 무대로 한다.

나자라 테크놀로지는 2000년 게이머 니티시(Nitish Mittersain)에 의해 설립된, 인도에서 가장 큰 인터랙티브 게임 및 스포츠 미디어 회사 중 하나다. 월드 크리켓 챔피언십(World Cricket Championship) 및 모뚜팔뚜(Motu Patlu) 시리즈 게임 제작사로 유명하다.

크래프톤이 밝힌 투자 명분은 ‘영업망이 단단한 노드윈 게이밍을 통해 남아시아,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 e-스포츠 성장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도 현지 분위기는 현재 인도 정부의 강력한 중국 앱 사용 금지를 우회하려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중·인도 국경분쟁으로 유탄을 제대로 맞은 크래프톤은 올해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어 거대 인도 시장 공략을 재개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국제전문 기자 speck007@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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