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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영화 ‘더 박스’ 조달환, 이 배우의 향기

[人더컬처] 영화 '더 박스' 조달환
영화 '더 박스'에서 '폼생폼사'음반 제작자 역할 맡아
"20회차 한 달동안 전국 10개 도시 돌며 촬영"

입력 2021-03-29 18:30 | 신문게재 2021-03-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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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탈한 화법을 구사하지만 남다른 배우 DNA를 지닌 배우 조달환.(사진제공=영화사 테이크)

 

언뜻 보면 이토록 평범한 얼굴이 있을까 싶다. 하정우, 김윤석, 송강호 역시 자로 잰 듯한 외모는 아니지만 연기로 알아주는 만큼 조달환도 그 과(?)에 속한다. 장동건, 정우성급 외모는 아니지만 캐릭터에 자신만의 숨결을 불어 넣는 연기파랄까. 24일 개봉한 영화 ‘더 박스’의 매니저이자 제작자 민수는 그렇게 조달환만의 옷을 입었다.

“20회차 정도로 한달을 내리 달린 영화예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이 한창인 시기에 전국을 다 돌았죠. 이동거리가 많은 만큼 정신적으로 좀 예민했는데 도리어 그런 지점이 캐릭터에 도움이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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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박스’의 조달환.(사진제공=영화사 테이크)

연출을 맡은 양정웅 감독은 현장에서도 조달환이 민수로 살기를 원했다. 감독은 “스타를 키운 안목이 있는 만큼 타고난 섹시함과 폼생폼사 기질이 있을 것”이라며  ‘비긴 어게인’의 마크 러팔로보다 더 날 것이기를, ‘머니볼’에서 브래드 피트가 보여준 섬세함을 요구했다.

 

무대 공포증이 있는 무명 가수 훈(찬열)을 데뷔시키기 위해 그는 약속된 10번의 무대를 전국팔도에 포진시킨다.


낡은 벤츠를 타고 대전, 전주, 경주부터 부산까지 운전하는 극중 조달환의 모습은 허세와 진심을 미묘하게 오고간다. 그 지역의 대표음식은 ‘더 박스’의 조연이나 다름없다. 육전과 콩나물국밥, 갓김치, 치킨은 귀에 감기는 음악과 더불어 눈의 즐거움을 더한다.

“둘째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집에서 스페인 음식까지 만들어 먹을 정도로 요리를 즐겼어요.(웃음) 레스토랑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는데 설거지와 뒷정리를 잘 못하니까 아내가 ‘그냥 가서 사 먹자’고 하더군요. 요즘 자주 하는 음식은 ‘무장해제라면’이라고 영화 ‘첫 잔처럼’ 출연 때 배운 건데 정말 기가 막혀요. 제 주변인들은 그것만 해주면 모두 기절할 정도로.”

그가 연기한 민수는 기존 영화에서 보여준 제작자나 매니저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조달환은 이에 대해 “상업영화라면 신파로 가야 했을 설정이 덜어진 것”이라면서 “50억 이상이었으면 민수는 암에 걸려 훈이를 마지막으로 키우는 게 버킷리스트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엔딩은 내 무덤 위에 데뷔 CD를 얹는 찬열의 모습으로 끝났을지도”라며 웃어보였다. ‘더 박스’는 그런 진부함을 딛고 훈이를 훈련시키면서 민수도 변하고 자라는 모습에 집중한다. 두 사람은 형, 동생과 친구, 서로의 조력자가 되어 함께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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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박스’의 조달환.(사진제공=영화사 테이크)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이 영화 속 히피음악과 등장신이 너무 좋았다고 극찬하셨대요. 음악영화니까 아무래도 공들인 부분이 출연진들의 클라스인데 그 정도로 나오기가 쉽지 않다는 걸 아신거죠. 기타리스트와 무용수들은 실제 예술가들로 활동하시는 분들이었어요. 영화엔 아쉽게도 허밍으로 대체됐지만 곧 나올 OST에는 제가 부른 ‘부산에 가면’이 실린다고 하니 기대해 주세요.”

고등학생 시절 한석규가 출연하고 직접 부른 ‘8월의 크리스마스’를 무한 반복해 들었다는 그는 수준급의 가창력을 갖춘 실력자다. 편곡과 영화의 음악을 담당한 에코브릿지가 조달환의 노래 녹음 당시 “김창완 선생님이 부르는 줄 알았다”며 극찬했던 에피소드도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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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박스’의 조달환.(사진제공=영화사 테이크)
3개월만 매체에서 보이지 않으면 ‘은퇴했냐’고 묻는다는 치열한 연예계에서 조달환은 가수들이 더 반기는 배우로도 유명하다.  

 

시스타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던 2014년 “걸그룹의 감정수업을 해달라”는 의뢰를 받았을 때도 멤버들이 누군지 못 알아봤을 정도다. 지금은 절친이자 아끼는 동생인 소유와 친해진 계기도 그런 무덤덤함이 한몫 했다.


‘더 박스’의 상대배우인 찬열도 엑소의 노래만 알고 있는 상태에서 만났다. 그는 “컷! 하고 나서가 더 예쁜 후배”라면서 “예의 바르고 연기 몰입도 잘해서 금방 친해지게 됐다. 서로 격의 없이 지냈는데 우연히 팔로워 수(2000만명)를 보고 급 공손해지게 되더라”며 눙치기도 했다.

조달환은 ‘공연계의 마이클 조던’으로 불리는 양정웅 감독의 첫 영화에 출연한 소감에 대해 “처음에는 ‘갑자기 이등병이 된 기분’이라는 감독님의 소탈함을 받아 줄 여유가 없었다”면서 “날렵하게 보여야 해서 체중감량 중이라 많이 예민한 상태였다. 오죽하면 ‘서로 말을 놓자’는 감독님에게 ‘지금 말고요’라고 했다”며 재미난 에피소드를 전했다. 


“이 영화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내면의 박스를 깨고 나오라는 긍정의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언제부터인가 직업 자체가 박스가 돼버린 상황이었는데 요즘엔 ‘덜 유명하면 어때’라는 생각으로 좀 편하고 자유롭게 살려고 합니다. 위치는 양평이지만 강원도 느낌이 물씬 나는 시골에서 가족들과 지내는 소소한 일상도 좋고요. 연극도 꾸준히 하고 있지만 이런 시기에 극장에 제 작품이 걸리는 것. 이게 행복 아니겠어요?”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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