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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종전선언 앞서 북한의 전향적 태도 변화부터

입력 2021-09-22 13:13 | 신문게재 2021-09-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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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2일(한국시간) 임기 내 마지막 유엔총회 연설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을 거듭 제안했다. 2018년과 지난해에 이어 세 번째다. 이전의 두 번에 비해 올해는 좀더 구체적이다. 남북미 혹은 남북미중 등 이해관계국이 모여 종전을 선언함으로써 궁극적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시아 항구적 평화를 도모하자는 것이다. 북한에도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하는 절실함도 보여 주었다.

 

문 대통령의 거듭되는 종전 선언 제안은 교착 상태에 빠진 한반도 비핵화 협상의 동력을 다시 끌어올리려는 의지다. 하지만 북한이 연일 미사일과 포를 쏘아대는 상황에서 실현 가능성이 과연 얼마나 될 까 의문이다. 바이든과 시진핑의 이번 유엔 연설에서도 드러났듯이, 대립각만 세우는 미국과 중국을 하나로 묶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비현실적인 통일 담론 쯤으로 치부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문재인 대통령이 생각하는 종전선언 프로세스는, 관련국들이 먼저 비핵화를 위한 과감한 조치들을 실행하고 이어 북한이 전향적으로 참여해 전쟁 종식을 선언하는 방식이다. 임기가 얼마 안 남은 문 대통령으로선 2018년에 극적으로 성공했던 남북미 정상 합의 때처럼 역사적 의무감이 절박할 것이다. 그렇지만 통일은, 그 기반을 닦는 일은 조급함으로 되는 것이 아님을 우리의 통일외교사가 잘 말해 준다. 북한이 먼저 확실히 변했음을 보여주지 않는 한, 한반도 비핵화든 종전선언이든 불가능하다는 사실 역시 불변이다.

 

올해는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가입한 지 30주년 되는 해다. 우리는 큰 의미를 갖고 공동행사를 준비했지만 북한은 전혀 그렇지 않다. 북한은 늘 그랬다. 오히려 도발의 강도를 교묘하게 조절하며 상대의 약을 올리고 지치길 기다렸다 선심 쓰는 척 나오곤 했다. 그래서 우리는 늘 저자세였다. 이번 연설에서도 문 대통령은 어떻게든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려 데만 정성을 쏟았지, 종전선언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관해선 한 마디도 없었다. 나와 달라는 읍소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렇게 북한이 나온다 한들 결과는 뻔할 것이다.

 

실용적 대북외교를 강조하는 노련한 외교관 바이든 미 대통령도 용인할 리도 만무다. 무작정 만나는 것으로 실타래가 풀리진 않는다는 것이다. 과연 우리 국민들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서해상 민간인 피살 등에 관한 최소한의 사과 없이 북한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하는가? 북한의 진정한 태도 변화가 최우선이다. 문재인 정부가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과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무엇을 배운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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