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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덕의 문화경]아역 스타가 반갑지 않는 이유

입력 2015-05-21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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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소질이 있죠, 그렇죠?”라고 묻는 아이의 엄마에게 “글쎄요, 좀 더 자란 후에 판단해야 할 것 같은데요”라고 답하면 열 명 중 여덟아홉은 못마땅한 얼굴로 쳐다본다.

 

아이의 심사가 목적이 아니라 엄마의 의도가 앞섰기 때문이다. 

 

자녀교육 상담 대부분이 그렇듯 아이보다 엄마의 욕심이 우선한 결과다. 듣기보다 말하기가 먼저인 요즘의 상담 풍속 탓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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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평론가 한상덕

한국 아동이 느끼는 행복감이 세계 최하위 수준이란다. 

 

지난 18일 국제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과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가 발표한 결과다. 가정의 달에 보도된 내용치고는 하필이면 싶다.

조사된 내용은 이랬다. “등 따습고 배부른데 뭘”이라는 부모의 생각은 빗나간 것이었다. 

 

좋은 옷, 컴퓨터 등 물질적 만족감은 최상위였지만 자신의 외모·학업성적에 대한 만족감은 최하위였다. 

 

부모로부터 비롯된 경쟁심이 자식의 행복을 가로막는 최대의 장애물로 변한 탓이다. 하나는 알지만 둘을 모르는 어른들이 낳은 결과물이다. 


할리우드는 초창기부터 아역 연기자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왔다. 

 

자연스러운 아역 배우의 연기로 인해 가족애를 느낄 수 있어서다. 순진무구하다는 것만으로도 애틋한 향수가 되기 때문이다. 성인이 되어서 까지 순수한 이미지를 유지해 고정 관객층이 두터운 것도 흥행에 도움이 됐다.

물론 모든 아역 스타들이 성인 배우로 성공하는 건 아니다.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10세, 나탈리 우드는 4세에 데뷔한 후 성인 배우로 변신하는데 성공했지만 ‘이티(ET)’의 드류 베리모어는 약물 중독 등으로 스캔들 스타로 전락하고 말았다. 

 

‘나홀로 집에’를 빅히트시키며 백만장자가 된 매컬리 컬킨은 출연료 배분을 둘러싸고 제작자와 부모와의 갈등이 첨예화되면서 몰락했고, 12세에 데뷔한 브룩 쉴즈는 알코올 중독자이기도 했던 어머니이자 매니저로 인해 굴곡진 연예계 생활을 견뎌야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지금 이 시각에도 여의도에는 자녀를 방송에 출연시키려는 부모들로 차고 넘친다. 자녀와 함께 예능에 출연하기 위해 담당 작가에게 줄을 대는 연예인 부모들도 줄을 잇고 있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가족 프라이버시를 강조하며 인터뷰조차 거부하던 연예인들이었는데 너무나 달라진 연예계 풍속도다.

드라마 ‘옥이 이모’에서 경상도 사투리를 기막히게 잘하는 대구 출신의 아역배우가 있었다. 대사도 연기도 일품이었다. 그렇지만 거기까지였다. 부모의 욕심은 광고에도 출연하고 성인 배우로도 성공하는 것이었지만 아이는 드라마 ‘옥이 이모’에만 적합한 배우였다.

상업 방송의 속성이 그렇다. 상품가치만 있다면 누구든, 심지어 체제를 부정하는 사람까지도 스타로 배출할 수 있다. 대신에 철저하게 일회적이다. 전문직이라는 연예인도 마찬가지다. 일자리를 잃은 상태이거나, 잃을 위험이 있는, 그리고 항상 다음 출연을 걱정해야 하는 지구상 유일한 전문직이다.

해서 방송이 손을 내민다고 선뜻 손을 잡지 말라는 게 연예시장 수칙 1조다. 엉겁결에 스타가 된 후 곧바로 추락할 수 있어서다. 

 

보통 사람의 심성으로는 익명성과 비익명성을 동시에 감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물며 아이들이 아닌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만천하에 얼굴이 알려지고 또 금방 잊어버리는 대중에게 적응하라니. 

 

다행히 어른이 되어서도 스타 이미지를 유지한다면 모르겠다. 그렇지 않다면 죽음보다 더 불쌍하다는 ‘잊혀짐’의 고통을 평생 안고 살아야 한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어른이 된 아이의 심정을 미리 헤아릴 수 없다면 아이의 방송 출연을 금해야한다. 아이는 어른의 봉이 아니다.

 

문화평론가 한상덕

 

*외부기고의 일부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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