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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덕의 문화경] 원빈·이나영의 큰 결혼식

입력 2015-06-04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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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평론가 한상덕

어느 시대에나 어느 사회에서나 사회적 우상(idol)이 만들어지고 존재해왔다. 고대 사회에서는 ‘플루타크 영웅전’이나 ‘삼국지’에 나오는 정복자가 우상이었다.

 

근대 사회에서는 루소, 니체, 베토벤, 셰익스피어, 에디슨과 같은 생산적 우상이 있었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는 영화, 텔레비전, 라디오, 스포츠, 대중음악에 등장하는 스타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빼어난 외모와 특수한 재능, 뛰어난 기교로 만들어진 이미지가 매체를 통해 대중에게 전달된 결과다.

요즘 한국사회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간다. 

 

TV에 노출되는 빈도에 따라 의사, 변호사, 평론가, 조리사, 한국말 잘하는 외국인, 탈북자 등이 대중스타의 반열에 오르고 있다. 자신이 속한 집단의 대표성을 띠고 있지 않은데도 방송에 적합하다는 이유만으로 스타가 된 듯 행세하고 있다.

스타는 문화산업이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존재다. 스타의 대중적인 인기를 지속시켜야만 문화산업이 발전할 수 있어서다. 

 

문화시장의 불확실성을 대처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 스타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마이클 잭슨의 공연, 마이클 조던의 덩크슛, 엘비스 프레슬리의 록큰롤과 같은 재능이 미국 대중문화상품의 전 지구적인 소비를 가능하게 한 기폭제였다. 


하지만 최근 한국의 대중문화시장은 TV가 먼저다. TV메커니즘에 잘 적응하고, TV에 적당한 화술의 소유자이고, TV에 적합한 외모만이 스타의 자질인 것처럼 왜곡되고 있다.

방송의 특성이 그렇다. 아이들이나 동물들의 영상을 보면 이해가 되겠지만 방송에 어울리는 사람은 따로 있다. 우선 카메라 울렁증이 없어야 하고 다음에는 제작진의 의도에 따라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 주체적이기보다는 방송시스템에 대한 적응이 먼저라는 이야기다. 

 

특히 예능의 경우에는 허구가 아닌 실제의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기에 재미를 지속적으로 만들기가 쉽지 않다. 해서 사실을 부풀리고 사실인 것처럼 꾸미는 걸 관행처럼 여긴다. 


사람의 성격을 하나로 규정할 수는 없겠지만 스타의 성격은 대체로 극단적이다. 

 

틈만 나면 각 방송사 복도를 어슬렁거리는 이가 있는가 하면 작품 활동 이외에는 두문불출하는 이도 있다. 돈 되는 일이라면 예능이건 행사건 가리지 않는 이가 있는가 하면 작품 홍보를 위한 인터뷰마저 꺼리는 이도 있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배우들의 민낯을 많이 알고 있다. 

 

소탈하고 서민적인 이미지의 한 노배우는 현장에 있는 스텝에게 자판기 커피를 사는 것조차 아까워한다. 

 

반면에 가수 이문세는 지방 공연 중에도 스텝들과 공차기 내기를 하고 언제나 패자 쪽에 선다. 일상에서도 유쾌하고 무대에서도 유쾌함을 이어가는 사람이다.

배우 원빈의 민낯은 후자에 가깝다. 하지만 그가 내성적이기 때문에 연예사병을 마다하고 최전방 철책선 근무를 자원한 건 아닐 것이다. 

 

그것보다는 ‘배우는 연기에만 충실해야 한다’ 라는 원칙을 존중한 결과일 것이다. 원빈·이나영의 작은 결혼식 또한 ‘원칙에 따르자’라는 두 사람의 합의가 있어서 가능했을 것이다.

위의 추론이 가능한 이유는 이렇다. 스타의 결혼식은 한 밑천을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웨딩 장소부터 턱시도까지 스폰서가 차고 넘칠 수밖에 없다. 그것도 두 사람 모두 최고의 한류스타가 아닌가. 하지만 두 사람은 결혼식이란 원칙에 충실한 것이다. 


덕분에 전 세계 스타들 중 가장 큰 결혼식을 올리게 됐다. 

 

하늘아래 가장 높고 너른 예식장을 빌리게 됐고, 들풀까지 초대해 지상에서 가장 많은 하객을 모시게 됐다.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라는 21세기형 우상의 모델을 보여주었다.

 

 

문화평론가 한상덕

 

*외부기고의 일부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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