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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덕의 문화경] 관광 명소, 문제 있다

입력 2015-09-03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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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평론가 한상덕

영화 ‘국제시장’의 극중 덕수(황정민 분)가 북에서 헤어진 아버지를 기다리며 평생을 지켜온 ‘꽃분이네’가 부산의 명물이 됐다. 남녀노소 없이 전국에서 찾아오는 사람들로 평일에도 붐빈다. 이웃 가게의 눈치는 봐야겠지만 포토라인도 있고 관리자도 있다. 하지만 영화와 관련된 어떤 것도 보이지 않는다. 커다란 스틸 사진 하나가 ‘영화와 관련 있음’을 증명해보일 뿐이다.

‘꽃분이네’에서 도보로도 갈 수 있는 ‘감천문화마을’은 가난하고 외로운 마을이 벽화를 입었다. 산꼭대기에 있는 변변치 못한 등대와 보잘 것 없는 어린 왕자가 기꺼이 사진 모델이 되어주고 골목길이 과거로의 여행을 주선해준다. 마을 지도 한 장을 사려고 해도 돈을 지불해야 하고, 도심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가게들이 역으로 낯설게 느껴지지만 한여름 8월에도 사람들로 넘쳐났다.

비슷한 듯 보이지만 완전히 다른 사례 하나. 대구 달성군은 관광 명소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송해공원’ 사업을 추진 중이다. 원로 코미디언의 이름을 빌린 이유에 대해서는 이름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관광지의 명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고, 이북이 고향인 송해씨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송해씨의 부인이 달성군 출신”이라고 설명했다.

새롭게 뜨고 있는 관광 명소들은 위 세 가지 유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영화세트장으로 이용된 적이 있거나, 벽화처럼 프로젝트의 힘을 빌리거나, 인물이나 일을 기념해서 만들어진 곳이 대부분이다. 풍속과 전통으로 관광객을 유인하기보다는 홍보를 우선으로 하는 공통점이 있다. 다시 오고 싶은 특별함보다는 일회용 이벤트성으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이 읽혀진다.

사람들이 낯선 곳을 방문하는 까닭은 삶의 원형을 확인하고 싶어서다. 고향 같은 익숙함과 별나라 같은 낯 섦을 동시에 경험하고 싶어서다. 시골에 살고 있는 먼 육촌 같은 사람을 만나고 현재와는 다른 일상을 접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우리네 관광 명소들은 두 번 다시 가보고 싶지 않은 곳이 더 많다. 과시용 홍보에는 최대한 능력을 발휘하지만 스토리, 역사와 자연, 그 속에 담긴 철학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반만 년 역사를 가진 대한민국이다. 큰 마을에는 재실이 있고 아직도 시골 소읍에는 적산가옥을 살림집으로 이용하는 곳도 있다. 양조장에는 언제나 술이 익어가고 5일장에는 없는 것 빼놓고는 다 있다. 굳이 돈을 들여 조악하게 만들지 않더라도 관광자원이 될 만한 것들이 지천에 널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자. ‘꽃분이네’를 과장하거나 왜곡하지 말아 달라. 그곳은 국제시장 모퉁이에 위치한 잡화가게이며 영화촬영지일 뿐이다. 다음 ‘감천문화마을’을 원래 그대로 돌려놓자. 피난민들이 살던 마을, 특정 신도들이 살던 마을을 느끼게 하자. 민박집이든 커피숍이든 셈이 빠르다는 느낌보다는 사람을 그리워한다는 이미지를 주어야만 관광 명소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송해공원’은 정확한 콘셉트부터 설정하자. 연예인의 이름을 딴 것만으로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발상은 지나치게 단견적이다. 도대체 그 안의 콘텐츠는 무엇으로 채운단 말인가.

전국에는 영화촬영장이라며 관광객 유치에 나섰다가 실패한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전통문화 창달’을 앞세우지만 관람객보다 출연진이 많은 야외 공연장도 부지기수다. TV쇼에 익숙한 관객의 눈높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관광 명소의 C급 쇼 또한 나랏돈을 축내고 있다. 현대그룹 고 정주영 회장 식으로 말하자면 “당신 돈이라면 그렇게 하겠어?”를 입 밖에 나오게 만든다. 문화에 대한 무지(無知)가 나랏돈을 축내고 있다.

 

문화평론가 한상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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