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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전쟁과 인플레이션

입력 2022-04-27 14:07 | 신문게재 2022-04-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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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길청 국제투자전략가·전 경기대 경영전문대학원장

1981년은 최근 40년 내 가장 인플레이션이 극심한 해였다. 1979년 이란혁명으로 시작된 2차 오일쇼크로 3월 국제유가는 84달러 기록을 세우며 전 세계 인플레이션 환경을 조성했다. 한국정부도 물가관리에 국력을 집중해 ‘한 자리수 물가잡기’란 말이 유행했다. 공권력으로 물가를 잡아보려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올해 3월 미국 소비자물가가 40년 전 1981년 12월 이래 가장 높은 8.5%다. 독일도 7.3% 상승률로 1981년 11월 이후 최고기록을 세웠다.

지구촌 고물가에는 코로나19보다 러시아 침공이 더 결정적인 원죄라 하겠다. 주가는 급락했고 미국국채 금리도 종종걸음으로 올라왔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미 국채 10년물은 1% 이상 급등했다.

인플레이션은 전쟁 이전에 공공의 숙제였지만 전쟁발발에 기정사실이 됐다. 미 연준(FRB) 파월 의장은 두 차례 금리인상을 5월 한 번에 단행하겠다 예고한 상태다. 러시아에서 에너지를 공급받는 독일은 성장률 전망치가 4.6%에서 1.8%p 하향 조정되는 등 유럽 전역이 피해범주에 들어섰다. 우리도 무디스에서 3.0% 성장률을 2.7%로 조정했다.

투자분석가로서 인플레이션을 다루게 되는 상황은 정말 두렵다. 주식시장에 감당하기 힘든 압박을 주기 때문이다. 공급에서 오는 인플레이션이 가장 난감하다. 공급지 사정이 호전되지 않으면 앉아서 당해야 한다. 아직 중진국이던 한국은 1980년에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을 정도다. 2020년 코로나 사태를 제외하고 우리는 그동안 단 두 번의 마이너스 성장이 있었는데 1998년 외환위기 시절과 이 때였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장기화 가능성을 전망해 보면 아직은 그리 비관적이지 않다. 러시아 철군 기대는 어렵지만, 오래 전쟁을 수행할 수는 없다고 본다. 이미 전쟁수행에 필요한 재정의 한계치를 넘겼기 때문이다. 사태의 불연속 변수는 항상 돈에서 온다. 성능 좋은 무기 보다는 군수와 병참에서 힘이 나온다. 러시아의 아킬레스다. 러시아는 종전 후 유럽에 에너지를 장기적으로 공급할 수 없을 수 있다. 이미 에스토니아는 러시아 없는 에너지 공급정책을 실행 중이며, 독일도 장기적으로 러시아에서 벗어나겠다고 한다. 러시아에게 우크라이나 침공은 자충수일 수 있다.

중국이 6%대 이하 성장률로 내려가고 있다. 구조적으로 5% 이하 성장률로 접어들 전망이다. 선진국들은 이제 장기적으로 공산품이나 농작물, 원자재 공급을 중국과 러시아, 인도, 이슬람권 등 정치사상이 자유와 민주 가치와 다른 세계에 기대지 않을 태세다.

2016년 이후 반도체 생산과 소비가 급증했지만 관련 자연소재류 가격은 심각하게 높아지진 않았다. 반도체기술 스스로의 과학화와 생산지능의 혁신효과다. 자동차 신소재나 배터리 등도 신차 생산이 늘면 함께 수요가 늘지만, 혁신속도도 강화되어 만성 인플레이션을 초래하진 않을 것이다.

미국의 금리인상 정책도 예상보다는 좀 낮춘 상태에서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은 관리될 수 있다고 본다. 당장의 주가하락이 멈추기에는 눈앞 현실들이 엄혹하지만, 눈을 감으면 기다릴 만한 배후도 짐작이 간다.

유럽의 명 투자자 코스톨라니는 “주식을 사두고 긴 잠을 자고나면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명언을 남겼다. 그도 우크라니아 부근 헝가리가 고국이다.

 

엄길청 국제투자전략가·전 경기대 경영전문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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