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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기업에겐 기울어진 운동장… 경영권 방어장치 늘어나야"

[브릿지 초대석]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

입력 2023-11-21 07:00 | 신문게재 2023-11-2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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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용 정책부회장은 "주주로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보호받아 마땅하며, 동시에 건전하게 기업을 경영하는 경우도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사진=이철준 PD)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이한 한국상장회사협의회(상장협)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명확하다. 바로 회원사들의 권익보호다. 상장협은 지난 1973년 상장회사 100개사 돌파를 계기로 설립된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코스피 상장회사 전체를 회원사로 하는 경제단체로는 상장협이 유일하다. 오랜 기간 기업 관련 정책 등 제개정 논의가 발생할 경우 상장회사를 대표해 의견을 모으고, 정책당국에 제출하는 등 ‘상장회사 권익 옹호’를 위해 힘쓰고 있다. 정우용 정책부회장을 만나 이를 실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들어봤다. 

 

 

◇ 경영권 보호 장치 턱없이 부족

정 부회장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이하면서 “뜻깊은 해라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규모도, 역할도 커지면서 상장협의 존재감 역시 상당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회원수는 정회원 815개(코스피 회원사)를 확보한 상태다.

그런데 코스피 상장사만 회원사라고 해서 모두 대기업이라고 착각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총 815개사 중 10%만 대기업에 해당하며, 90%는 중소 중견기업이 차지하기 때문에 사실상 상장협은 이들의 입장에서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을 항상 고민한다.

그 중에서도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 장치 확보가 가장 큰 숙제 중 하나라고 꼽는다. 정 부회장은 “국내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 장치가 지금보다 더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주로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보호받아 마땅하며, 동시에 건전하게 기업을 경영하는 경우도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소액주주 등 주주들을 위한 법안은 많은데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방법은 너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기업이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우호 세력을 확보하는 것이나 자사주를 취득하는 방법밖엔 없는 실정이다.

정 부회장은 “기업의 경영권을 공격하는 수단은 다양한데, 이를 방어하는 수단은 없는 ‘기울어진 운동장’ 상황이나 다름없다”며 “최근에는 자사주 활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어 공격과 방어의 균형이 더욱 무너질 위기”라고 꼬집었다.

상장협은 이에 경영권 방어장치가 필요한 ‘포이즌 필(poison-pill)’ 즉 신주인수선택권이 적절한 방어 장치 중 하나라고 꼽고 있다. 포이즌 필이란 기존 주주(소액주주 포함)에게 저렴한 가격에 신주나 자기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을 부과해 공격하는 적대적 인수자의 지분을 희석할 수 있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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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이 브릿지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철준 PD)

 

◇ ‘트래킹 스탁’ 등 기업가치 증진 위한 제도 도입 시급

상장협은 상장사들 역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배당 확대같은 방안들이다. 실제로 올 3월 상장협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12월 결산 상장회사의 28.5%가 ‘깜깜이 배당(최종 배당금이 확정되지 않은 주식 거래)’을 개선하기 위해 배당 관련 정관을 정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본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들이 많아져야 한다는 점도 피력했다. 정 부회장은 “사실 기업 입장에서 자본을 조달할 만한 방법이 크게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신규 자금을 끌어들이거나 금융사로부터 차입, 사채 발행 등 방법이 다양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상장협이 입법 제안을 한 게 ‘트랙킹 스탁(Tracking Stock)’이다. 트랙킹 스탁은 전체로서의 회사가 아닌 회사 일부분의 영업성과를 반영해서 증자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통상의 주식과는 차이가 있다. 쉽게 말해 사업분야별로 증자를 받을 수 있는 장치로, 회사 입장에서는 다양한 자본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고 기업도 보다 유연한 경영 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된다. 현재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 등 일부 나라에서 도입된 제도다.

정 부회장은 “회사마다 특성이 있고, 특정 사업 부문에서 성과를 크게 내는 기업들이 있을 텐데, 이를 반영해서 증자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놔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우용한국상장회사협의회정책부회장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이 브릿지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철준 PD)

 

◇ 규제와 처벌 포커스 아쉬운 부분… 적절한 ‘당근’ 수여를

상장협은 현 정부에서 기업들이 노력하는 만큼 ‘당근’을 많이 주길 바라고 있다. 사실상 한국 기업 관련 법안이 규제와 처벌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예를 들어 ‘중대재해처벌법’처럼 처벌 중심의 규제는 사실 실효성이 없고 오히려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게 정 부회장의 주장이다.

그는 “잘못한 기업은 처벌받아야 마땅하지만, 잘한 기업은 적절한 보상을 주는 방안도 균형있게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는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로 기업 활동에 동력을 넣어줄 수 있는 법안이 증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현 정부의 시장 및 기업 친화주의 정책과 관련해 고양할 대목에 대해서도 짚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수차례 선진국 수준의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규제를 과감하게 바꾸라고 주문하지 않았나. 그 결과 정부의 기조도 낡은 규제를 철폐하려는 쪽으로 전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기업들도 이를 환영했다. 하지만 근래 국회에서 기업 관련 규제가 행정부와 엇박자를 내고 있어 아쉽다”고 토로했다.

해외의 경우 정부가 먼저 나서서 기업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국내외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에 철저히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정 부회장은 “사실 한국은 기술이 가장 필요로 하는 나라인데 기술과 관련해 R&D 등 세제혜택을 많이 줄여놨다”며 “그래서 기술 투자와 관련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기술 기업이 수익 창출에 집중할 수 있도록 건의를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기업은 계속된 규제 도입으로 정책리스크에 상당한 인력과 비용을 소모하고 있어 신사업 투자나 인수합병(M&A)에는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며 “기업관련 규제가 글로버 스탠더드에 맞게 완화된다면 기업은 정책 리스크가 아닌 기업 신성장 동력 창출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실무에 강한 ‘서포터’… 원활한 경영활동 위한 환경 조성

상장협은 회원사들로부터 ‘실무자의 입장을 가장 잘 이해하는 협회’라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상장협은 실무상담실을 개설한 후 기업 법제 및 회계 관련 매년 1만건 이상의 상담을 진행해왔다.

실무를 특히나 강조하는 이유는 회원사 대부분이 중소·중견 기업이기 때문에 매출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직군을 제외한 (증권)공시·회계·세무 등 관리 업무를 하는 실무자들은 법 개정 등이 발생할 경우 일일이 대처하는 게 쉽지 않은 실정이기 때문이다.

이에 상장협은 정책당국 지침 이첩과 공시전문인 위탁교육 등을 통해 실무자의 업무 수행을 돕고 기업이 적법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서포터’로서 임무에 충실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마지막으로 “상장협은 경제 단체들과 함께 기업들이 원활하게 경영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구체적으로는 감사선임시 의결권 3% 제한(3%룰) 폐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재개정, 경영권 방어제도 도입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2024년 22대 국회가 기업과 자본시장 발전을 뒷받침하는 정책들을 확대할 수 있도록 입법 지원활동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우용 정책부회장은 

 

정우용 정책부회장은 1963년생으로, 성균관대학교 법과대학 법학 학사와 성균관대학교 법학 석·박사 과정을  밟았다. 지난 2014년 한국회계기준원 이사 역임, 2015년 한국경제법학회 ·한국기업법학회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2019년까지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공시위원회 위원을 지녔다. 2014년부터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전무로 상장협에 몸을 담고 2020년 1월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으로서 기업들의 원활한 경영활동을 위해 힘쓰고 있다.  



대담=명재곤 금융증권 부장
정리=홍승해 기자 hae810@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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