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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2024년 갑진년에 용트림할 배우의 출현!

[人더컬처] 쿠팡 플레이 '소년시대'로 다시금 존재감 발휘한 이상진
영화 '30일'에서 1300대 1 경쟁률 뚫은 변신의 귀재

입력 2024-01-01 18:30 | 신문게재 2024-01-0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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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이상진
이름은 낯설어도 “아, 그 배우”라는 말이 먼저 나오는 이상진.(사진=이철준기자)

 

외모만 보면 병약미와 찌질함의 대명사지만 뭔가 깊은 남다름을 지닌 배우 이상진. 지난해 조용한 입소문을 탄 이상진은 영화 ‘30일’에서 무려 1300 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주인공이다. 이혼을 앞두고 기억상실증에 걸린 강하늘의 친구 귀동은 극 중 태권도 사범으로 늘 엇갈리는 친구 부부를 다독이며 극의 웃음을 이끈다.


지난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택배기사’에서 난민 멍멍 역할로 의리의 아이콘으로 활약했으며 방영 당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인기에 눌렸지만 엄청난 팬덤으로 시즌 2까지 제작된 ‘신병’시리즈에서 융통성 제로인 소대장 역할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최근에는 1989년 충청남도를 배경으로 한 쿠팡플레이 ‘소년시대’에서 온양 지질이 병태(임시완)의 비밀을 유일하게 아는 부여농고의 정보통 호석 역할을 맡았다. ‘소년시대’는 안 맞고 사는 게 일생일대의 목표인 병태가 하루아침에 싸움짱으로 둔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려낸 10부작으로 ‘무사 백동수’(2011) ‘열혈사제’(2019) 등의 이명우 감독 작품이다. 방영 전 대비 시청량 1900% 이상 상승, 키노라이츠 주간 콘텐츠 랭킹 1위, 쿠팡플레이 4주 연속 1위를 기록하며 가장 크게 웃은 작품이기도 하다.  

 

배우이상진
이명우 감독은 임시완과 이선빈을 제외한 대부분의 캐릭터를 신인으로 내세운 카드로 ‘소년시대’의 허를 제대로 찔렀다. 비대면 오디션을 포함해 3차까지 진행된 치열한 캐스팅 보드에서 이상진은 끝까지 살아남았다. (사진=이철준기자)

 

“데뷔는 연극으로 했고 전공은 뮤지컬이라 TV로 매체를 옮기고서는 되려 힘든 줄을 모르겠더라고요. 목소리는 늘 칭찬받았는데 춤에 자신이 없어서 늘 주눅들어 있었거든요. ‘신병’의 하이톤 연기도 다들 힘들었겠다고 하는데 첫 연기경험이 무대여서인지 높낮이 조절은 자신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데뷔 이후 가장 바쁜 한해였다. 12년 간 늘 자신을 묵묵히 지켜봐주던 부모님을 향한 죄송함도 어느 정도는 씻을 수 있었다고. 그는 “그 중 ‘소년시대’는 아버지 세대가 배경이라 궁금한 걸 많이 여쭤봤다”면서 “캐릭터에 그 부분을 녹여내고 현장에 갔더니 다들 교련복이 유독 찰떡이라고 칭찬했다”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대본이 워낙 친절해서 1992년생인 저도 그 시대에 그냥 서 있는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나중에는 (임)시완 형이라 서로 더 찌질해 보이려고 배바지를 올리다보니 가슴까지 올라가 있어서 한참을 웃기도 했죠. 제 고등학교 시절이요? 축구에 미쳐 있는 샤이한 관종이라서 반 앞에는 못 나서고 분단에서는 웃기는 걸로 1등은 해봤어요.”

학창시절의 꿈은 개그맨이었다. 남들에게 웃음을 주는 게 늘 즐거웠고 학원에 등록하니 일단 연기가 돼야 남들을 제대로 웃길 수 있다는 조언으로 연기공부를 시작했다. “입시연기를 준비하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사람들 앞에서 공연했는데 그때의 짜릿함이 절 이 길로 이끈 것 같다”며 고등학교 2학년때의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그는 “‘소년시대’는 내 안에 타고난 충청도 바이브가 크게 작용했다”면서 오디션 당시 나팔바지를 입고 목에 스카프까지 두르고 갔던 망가짐(?)을 당당하게 밝혔다.

 

소년시대
지난달 24일 첫 공개 이후 전체 시청량 2914% 수직 상승, 한때 쿠팡플레이를 마비시켰던 화제작 ‘소년시대’의 특별 포스터.(사진=쿠팡플레이)

 

“말도 돌려서 하고 느릿한 말투에 한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화법이 저에게 있거든요. 남양주 출신인데 다들 충청도가 고향인 줄 아는 사람도 여럿 있었고요. 무엇보다 ‘소년시대’에는 절대 선도 없고 절대 악도 없다는 걸 살짝 꼬집어 주는 작품이죠. 인간은 타고난 찌질함이 어느 정도 있는데 그걸 이용하는 인간의 어두운 면도 코믹하게 다루면서요.”

극 중 호석이는 늘 맞고만 살았던 전학생 병태에게 동병상련을 느낀다. 좁은 동네에서 인문계와 농고, 공고로 구분된 먹이사슬에서 승자는 공부보다는 늘 주먹이었다. 진짜 아산백호 경태(이시우)로 인해 망가질 때 끝까지 곁을 지키며 나누는 우정, 그리고 코너에 몰린 약자가 마음만 먹는다면 어떻게 응징을 하는지 ‘소년시대’가 주는 감동은 뻔하지만 그래서 더욱 공감한다. 이상진을 비롯해 모든 배우들이 날 것 그대로의 매력으로 화면을 가득 채운다.

“저를 포함해 대부분 배우가 신인이었는데 다들 이글거리는 눈빛을 발산하더라고요. 현장분위기가 정말 치열하기도 했지만 정신 똑바로 차려야 살아 남는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죠. 아무리 작은 역할이라도 서른에 데뷔한 뒤로 오디션 보는 순간이 정말 재미있고 준비하는 과정이 행복합니다. 떨어져도 결국엔 자양분이 되더라고요. 다른건 몰라도 복기는 잘 하는 편이라서요. 무엇보다 말도 안되는 배역을 따냈을 때의 기쁨이 이 일을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랄까요?”

배우이상진
그는 “얼굴과 매치되지 않는 목소리를 물려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 얇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다면 다소 뻔했을텐데 굵고 멋진 보이스 톤을 갖게 해주셨으니까”라고 평소에는 말하지 못했던 진심을 드러내기도.(사진=이철준기자)

 

이상진에게는 여태까지 맡았던 모든 역할의 분석파일이 있다. 일명 ‘캐릭터 X파일’로 최소 10장에서 많게는 대본이 글씨로 까맣게 찰 정도로 준비한다. 그래서 긴장보다는 ‘빨리 물어봐줘’라는 마인드로 접근했기에 지금의 이 순간에 설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사실 제가 한예종을 4번 보고 다 떨어졌거든요. 어릴 때는 태권도를 비롯해 운동도 곧잘하고 축구를 좋아하니까 손흥민 선수 닮았다는 말에 우쭐하기도 했는데 이제 제 운명은 오롯이 연기예요. 망가지는 건 전혀 상관없어요. 온전히 캐릭터도 봐주신다면 그게 제 행복인 걸요.”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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