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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기후위기 속 생명의 보고, 고창 운곡람사르 습지를 가다

생명의 기운 움툰, 전북 고창 운곡람사르 습지
환경부 4월의 생태관광지 선정 운곡람사르습지, 이달 람사르 습지 등록 13년

입력 2024-04-04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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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곡람사르 습지 모습(사진=환경부 출입기자단)

 

2일 오후 봄비 속 찾은 고창 운곡람사르습지는 생명의 기운이 움텄다. 물기를 잔뜩 머금은 운곡습지의 싱싱한 원력(原力)이 형형색색 식물을 피운다. 유유히 헤엄치는 수달 등 동물들도 토실한 초록빛 습지가 제공하는 성찬을 즐긴다.

환경부 4월의 생태관광지로 뽑힌 고창 ‘고인돌·운곡습지’는 이달 람사르습지 등록 13년째를 맞이해 그 의미를 더한다.

운곡습지는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와 습지의 자원을 보전하기 위한 국제환경협약 람사르 협약에 의거 지정된 국내 ‘람사르습지’ 중 하나며, 국내 람사르습지도시 7곳에 속한 지역이기도 하다.

‘운곡습지’는 유래는 농경과 이주. 폐경작지, 습지복원과 얽혀있다.

과거 농경지로 마을주민의 삶이 터전이었던 이곳은 지난 1980년대 초 영광원자력발전소 발전용수 공급 목적으로 마을 주민이 이주하며 사람의 발길이 끊겼다. 폐경작지는 30년 넘게 인간의 간섭을 크게 받지 않고 저층 산지습지의 원형으로 복원됐다. 사람이 사라진 땅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등 수많은 동식물 식구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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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곡람사르습지 사초군락지 둠벙자리 모습(사진=환경부 출입기자단)

 

습지 곳곳에서 생물다양성의 가치를 엿볼 수 있다. 2일 환경부 출입기자단이 운곡 습지 안으로 발을 내딛자 저지대의 습기 있는 땅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자루에 달린 작은이삭이 밑으로 처지는 것이 특징인 이삭사초와 세모진 타원상 달걀모양인 삿갓사초가 탐방객을 반긴다. 전국 어디에서 볼 수 있는 흔한 풀들로 어우러진 군락지지만. 한데 어우러지자 어떤 비경 못잖은 ‘사초군락지’로 거듭난다.

습지 한곳 사초군락지 주변 작은 웅덩이 둠벙자리가 눈에 띈다. 농사를 지을 때, 빗물을 모아두기 위해 만들어 놓은 작은 물 저장 공간을 일컫는 둠벙이. 과거 농부의 손길이 닿았을 둠벙이는 이제 목마른 생명들의 젖줄이 되어 유유히 흐른다.

습지의 나무 곳곳에 초록 무늬처럼 자리 잡은 이끼의 모습도 곳곳서 보인다. 운곡습지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때선태류 종류인 ‘솔이끼’다. 운곡습지의 계절이 깊어갈수록 다양한 이끼가 공생의 조화를 이룰 것이다. 나오미 고창군 주민협의체 사무국장은 “지금부터 깨어나기 시작한 이끼들은, 초여름 버드나무에서 함께 공생하며 살아간다”고 귀띔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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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곡람사르습지 내 고목에 자라난 솔이끼(사진=환경부 출입기자단)

 

공존은 생물과 생물간에, 생물과 인간관에 폭넓게 이뤄지고 있다. 이곳 주민들 역시 습지와의 공존을 택했다. 주민들 스스로가 관리하고 보전사업을 함께하며 운곡습지를 지켜가고 있다 한다. 그 대표적 예가 논둑복원지다.

논둑복원지는 지난 2016년부터 마을주민들이 운곡습지의 육화를 방지하고 논습지의 보전을 위해 만들어졌다. 옛날 다랭이 논이었던 곳을 다시 논으로 만들어 논에서 자랐던 수생식물, 수서곤충들이 변화를 알 수 있는 유익한 모니터링 장소다.

한두명이 겨우 지나갈법한 탐방로 역시 공존의 산실이다. 생태환경의 훼손을 최소화 하고 생태계의 보전을 위한다는 고민이 서려있다. 운곡습지 깊은 곳에 도달하자 버드나무군락지와 은사시나무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이채로운 공간이 나타났다. 오래전 습지 안에 살던 사람들은 고창에 5일장이 열리면 그 행길을 따라 큰 장을 보러 다녔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온다.

수많은 동식물의 터전이자,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현장인 운곡습지, 지난 몇년새 이곳은 새로운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전세계적인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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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곡습지 버드나무 군락지와 은사시나무 전경(사진=환경부 출입기자단)


국립생태원과 고창군 주민협의체에 따르면 운곡습지의 생물다양성 종수가 과거 864종에서 지난 2021년 정밀조사결과 854종으로 줄었다. 더욱이 지난해 모니터링 결과는 523종에 불과했다. 기온상승 등 환경변화로 곤충이 사라지고, 꽃들이 이른 개화를 하는 등 이상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이로인한 먹이사슬의 구조도 변화하고 있어 염려가 깊다.

인간과 운곡습지의 행복한 공존은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기후위기 속 습지 보존을 위해 보다 정밀한 조사와 실효적 방안과 복원 등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환경부도 나설 태세다.

환경부 관계자는 “운곡습지에 대해 지난해부터 5년 단위 계획을 마련했다. 기후변화 예측을 위해 모니터링 등 다양한 조사와 더불어 습지훼손에 대한 복원이 이뤄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창=곽진성 기자 pen@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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