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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이창용에 치솟은 환율…“원·달러 1400원도 열려 있어”

입력 2024-04-14 10:01 | 신문게재 2024-04-1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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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1년5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글로벌 강달러 환경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이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 의지가 없는 것으로 해석되면서 환율 상승에 촉매제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시장에는 환율 1400원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 간 통화정책 차별화가 이미 시작된 가운데, 이란이 이스라엘을 보복 공격하는 등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환율 오름세는 한동안 더 계속될 수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보다 11.3원 상승한 1375.4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2022년 11월 10일(1377.5원) 이후 1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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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당일 금융통화위원회가 10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연 3.50%에서 동결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현재 환율은 단순히 원화만 절하된 것이 아니라 글로벌 달러 강세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이 최근 1360원선까지 오른 것에 대해선 “미국의 금리인하 시점에 대한 피벗(통화정책 전환) 기대가 뒤로 밀리면서 달러화 강세가 되는 면이 있고, 일본 엔화 절하가 굉장히 크고 중국 위안화 역시 절하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주변국 통화에 프락시 되다 보니 펀더멘탈에 비해 과도하게 절하된 면이 있지 않나 유심히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특정 레벨의 환율을 타깃하는 것은 아니지만, 달러 강세화 상황에서 주변국 영향으로 쏠림현상이 일어나 환율에 과도한 변동성을 보이게 되면 시장안정화 조치를 취해서 환율을 안정시킬 수 있는 여력도 있고, 여러 방법도 있기 때문에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이 총재의 기자회견 후 환율은 1365원에서 1375원까지 10원 급등했다. 당일 오전장은 환율이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으나 기자회견이 끝난 후 12시를 기점으로 오버슈팅한 것이다.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 의지가 없는 것으로 시장에서 해석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글로벌 달러 강세만의 영향으로 보기에는 부족한 것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105.28(미국시간 11일 종가)에서 당일 105.65로 0.35% 오르는 동안 원화가치 절하폭은 0.83%(11.3원)로 훨씬 컸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총재가 강달러 압력이 확대되서 주요국 통화가 모두 약세를 보이고 있고, 그 과정에서 원화가 약세를 보이는 게 이상한 게 아니고 과거 대비 거주자의 해외투자가 늘면서 환율 상방압력이 높은 점을 고려하면 위험한 레벨은 아니라는 안심성 발언을 한 것 같다”며 “그런데 시장에서는 ‘아직까지 이 환율 레벨은 당국의 경계감이 나올 레벨이 아니다’, ‘약세를 더 용인할 수 있겠다’고 인식하면서 갑자기 환율이 오버슈팅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제가 견조한데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하고, 유럽중앙은행(ECB)이 연준보다 기준금리를 더 빨리 인하할 수 있는 글로벌 달러 강세 환경에서 외환당국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제한적이라는 견해도 제기된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실제 원·달러 환율 상승을 막을 수 있는 요인이 별로 없다”며 “이걸(환율 상승 추세를) 막으려면 외환당국에서 강한 시장개입이 있어야 되는데 글로벌 강달러 환경에서 시장개입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고 달러만 소진하는 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은 상방으로 1400원까지 열려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의 지배적인 인식대로라면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가능한 시점이 9월 정도는 되어야 하고, 9월 넘어가면 바로 미 대선이 11월에 있는데 두 요인 모두 달러강세 요인이라 환율이 쉽게 안정되지 않을 것 같다”며 “1400원까지는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환율의 강력한 저항구간이었던 지난해 고점인 1360~1370원 이후에는 1400원대까지 저항구간이 없다는 점에서 달러가 추가로 강세시 1400대까지 상승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며 “달러인덱스가 지난해 고점인 107포인트까지 상승시 환율은 1400~1410원까지도 상단으로 열어둘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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