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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넷플릭스·웨이브, 이제 안전하게 요금 나눠서 공유하세요"

[스타트업] OTT 계정 공유 플랫폼 '링키드' 서비스 앞둔 피치그로브

입력 2021-04-21 07:00 | 신문게재 2021-04-2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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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비대면 문화가 일상 속에 자리잡으면서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OTT 시장 규모는 2012년 1000억원대에서 지난해 7800억원 규모로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이 치열해지자 OTT 플랫폼들이 저마다 독점 콘텐츠를 내세우면서, 이제 소비자들은 동시에 2~3개의 OTT를 구독해야만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에 따라 늘어나는 경제적 부담도 피할 수 없게 됐다.

 

김선우 피치그로브 대표는 소비자들이 OTT 구독료를 분담해서 서비스를 공유할 수 있도록 중개하는 플랫폼 ‘링키드’를 개발했다. 하나의 계정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구독료를 N분의 1로 나눠 내는 방식이다. 링키드는 이달 말 초기 단계인 MVP 버전을 테스트한 뒤 6월 정식 출시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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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 피치그로브 대표는 소비자들이 OTT 구독 서비스를 공유하는 시장 흐름은 이미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사진=이철준 기자)

 

◇ “OTT 어디까지 봤니”

OTT 계정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해서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이용하려고 하는 수요는 이미 예전부터 있었다. 소비자들은 계모임 형태의 커뮤니티 사이트 등을 통해서 다른 이용자를 모아 계정을 공유해왔다. 계정 공유가 활발하게 이뤄진 대표적인 OTT가 바로 넷플릭스다. 최대 4개 기기의 동시 접속이 가능한 프리미엄 멤버십을 4명이 함께 공유해서 구독료를 75%까지 절약할 수 있는 방식이다. 하지만, 서로 모르는 사람들끼리 계정을 공유하다보니 개인정보 유출, 공유 사기 등과 같은 문제점도 함께 나타났다.

링키드는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고, 구독 서비스를 안전하게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중개서비스다. 계정 아이디를 가진 사람, 즉 ‘파티장’과 공유를 원하는 사람, ‘파티원’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이다. 파티장은 매번 새로운 파티원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아이디 사용을 최적화할 수 있고, 매달 구독료를 편리하게 정산할 수 있다. 또 파티원은 구독료를 1/N로 줄이고, 금전 사기에 대한 걱정 없이 안전하게 공유할 수 있다.

김 대표는 링키드에 보증금 제도를 도입해 양측 모두 약속한 거래 기간을 지키도록 할 계획이다. 총 이용료의 20~25%를 보증금으로 내고, 거래 기간이 끝나면 보증금을 돌려주지만 중간에 탈퇴할 경우에는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다. 대신 이를 예상치 못한 결원으로 손실을 입은 파티장에게 준다. 링키드의 아이디어는 김선우 대표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작년 이맘때 10년 정도 다니던 게임회사를 그만뒀어요. 집에서 쉬고 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제가 넷플릭스와 티빙, 왓챠를 비롯한 모든 OTT를 결제해서 보고 있더라고요. 한 달에 평균 20만원이 넘는 돈을 썼어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죠.앞으로도 OTT 플랫폼은 증가할 거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한 ‘킬러 콘텐츠’도 점점 늘어날 텐데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저것까지 보려면 돈을 얼마나 써야 하나’ 고민을 하게될 수밖에 없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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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유경제 흐름, ‘계정 공유 금지’에도 막을 수 없을 것”

최근 OTT 시장에서는 개인 간 공유를 막기 위한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다. 넷플릭스는 계정 공유를 막기 위한 테스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선우 대표는 “이미 시장에서 공유경제는 파도와 같아서 아무리 개별 기업들이 우산으로 막으려고 해도 변화를 멈출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넷플릭스의 이번 조치로 인해 다른 OTT 서비스도 이용 중인 복수 가입자들이 넷플릭스에서 이탈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이제는 대체 가능한 OTT 서비스가 많은 만큼, 언제든 다른 서비스로 갈아탈 수 있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오는 상황이다.

“구독 서비스는 너무 많고, 그 서비스를 전부 정가를 내고 이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구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행동을 할 수 밖에 없죠. 그렇다면 소비자의 수요가 있는 곳에 먼저 도착해서 대응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장 흐름의 변화를 바꿀 수 없다면, ‘구독 서비스의 공유’를 양지화시키는 게 오히려 OTT 기업들에게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만들어준다는 것이 김선우 대표의 생각이다. 링키드는 각 OTT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요금제를 정가대로, 정해진 인원만큼 분담하도록 하는 등 국내외 OTT 기업들의 가격 정책을 최대한 준수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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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 피치그로브 대표. (사진=이철준 기자)

 

◇ 구독과 공유를 모두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링키드는 국내 OTT 시장 ‘빅4’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왓챠 뿐 아니라, 중소형 OTT에 대한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대부분 콘텐츠 사업은 승자독식입니다. 넷플릭스 한달 사용자가 국내에서 1000만명을 돌파했다는 결과가 나왔죠. 다른 OTT를 이용할 수 있었던 사람들이 전부 넷플릭스로 몰린 겁니다. 그만큼 중소형 OTT들이 설 자리가 좁아졌고, 사실 생존 위기에 놓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가령 넷플릭스를 1만2000원을 내고 보다가 3000원으로 줄어들게 되면, 소비자는 그만큼 다른 OTT 서비스를 더 구독하게 될 겁니다. OTT 1개를 이용하는 가격으로 4개를 구독할 수 있게 되는 셈이죠. 피치그로브를 통해서 한쪽으로 쏠린 시장의 수요를 보다 평평하게 만들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합니다.”

링키드는 우선은 ‘구독’ 서비스를 ‘공유’하는 서비스 제공으로 시작하지만, 앞으로는 ‘공유’를 구독하는 서비스도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쏘카와 같은 공유 자동차는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다 보니 함부로 사용하거나 제시간, 제자리에 반납하지 않는 등 공유경제의 허점이 드러나기도 한다. 이러한 공유 서비스를 소규모 인원으로 제한, 즉 폐쇄된 그룹 안에서 구독하는 방식을 도입한다면 공유경제의 단점을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것이 김 대표의 생각이다.

“링키드는 구독경제와 공유경제를 넘어서 구독을 공유하고, 공유를 구독하는 플랫폼을 지향합니다. 삼국지의 도원결의에서 따온 회사 이름 ‘피치그로브’, 즉 복숭아밭은 신의를 지키자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피치그로브를 통해 구독과 공유 사용자 모두가 서로 신의를 지키며 합리적이고 안전한 거래를 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윤인경 기자 ikfree12@viva100.com
사진=이철준 기자 bestnews201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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