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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개감독' 박성광, "첫 장편 '웅남이'는 나의 운명이죠"

개봉 첫 주 20만명 끌어모으며 순항
"배우들 복 많은 감독이라 불러달라"너스레

입력 2023-03-27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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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광6
개봉 전 평론가의 혹평을 받아 고초를 겪었던 ‘웅남이’는 개봉 이후 박스오피스 2위를 유지하며 의외의 박스오피스 복병으로 떠올랐다. (사진제공=CJ CGV)

 

열 살 꼬마는 영화를 보고 감독을 꿈꿨다. 지금도 엄마는 “어린 네가 다른 애들처럼 ‘이 영화 진짜 재미있었어’보다 ‘나도 영화 만들꺼야’했을 때가 생각난다”고 했을 정도다. 그렇게 연극영화과에 진학해서 착실히 시나리오를 쓸 거란 부모님의 기대는 그가 친구들과 함께 개그 동아리를 만들고 공중파에 데뷔하면서 깨졌(?)다. KBS 22기 공채 개그맨에 합격해 당시 일요일을 책임졌던 ‘개그콘서트’가 폐지되기까지 긴 시간 그는 시청자의 웃음보따리로 활약했다. 영화 감독 박성광이 탄생되기 까지는 쉽지 않았다.

시나리오를 들고 수많은 제작사를 돌며 면전에서도 퇴짜 맞기도 여러 번. 프리젠테이션 후 긍정적인 반응이었다가도 박성광이 “직접 연출을 맡는다”고 하면 여지없이 “개그맨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원작자로 이름을 올리고 연출은 다른 감독에게 맡기겠다는 곳도 있었지만 그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코미디언 출신 감독이라는 이유로 개봉 전 평가는 엇갈렸지만 ‘웅남이’는 박스오피스 2위로 출발했다. 그의 첫 장편 데뷔작 ‘웅남이’는 인간을 초월하는 짐승 같은 능력으로 국제 범죄 조직에 맞서는 ‘웅남이’의 좌충우돌 코미디다. 100일 동안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된 쌍둥이 곰은 박성웅이 1인 2역을 맡았고 최민수, 이이경, 염혜란, 백지혜 등 실력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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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웅은 ‘웅남이’를 통해 1인 2역을 훌륭히 소화한다. (사진제공=CJ CGV)

 

“영화를 찍는 내내 고난이 많았어요. 자존감도 떨어지고 현장에서 눈치도 많이 봤어요. 누구나 부러워할 배우진들이 함께 했지만 현장에선 늘 혼자였고요. 그래서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저는 아직 부족하다. 도와달라. 영화를 잘 만들고 싶으니까 한 팀이 되어달라’고 간청했습니다.”

가장 큰 힘이 된건 웅남이 역할을 흔쾌히 맡아준 박성웅이었다. 그는 “형님이 아니면 웅남이는 엎어야 할 거라고 생각했다. 차라리 다시 쓸지언정 다른 배우에게 시나리오를 주는건 아니라고 봤기 때문”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바로 답을 해주겠다’던 주연배우에게는 4일 간 답이 없었다. 제작사도 포기한 그 시기에 ‘부족한 부분은 같이 수정해보자 일단 캐스팅보드에 내 이름 올려’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최민수의 출연도 일사천리로 이어졌다. 박감독은 “출연을 결정하기에 앞서 ‘눈을 보면 알 수 있다’며 만나자는 제안에 덜컥 미팅장소로 나갔는데 1분간 눈을 보고는 ‘맑구나’하시고는 바로 허락하셨다”고 말했다. 이후 촬영을 앞두고 최민수의 교통사고가 이어지는등 여러 악재가 겹쳤지만 이후 특별 출연으로 정우성까지 등장하면서 ‘웅남이’는 날개를 달았다.

“영화는 대중 예술이고, 상업 영화니까 대중에게 어떻게 보일지가 가장 큰 고민이죠. 대중들의 편견도 부딪혀야 깨지든 더 쌓이든 어떤 결과를 받아들일겁니다. 무엇보다 제가 가는 이 길이 영화감독을 꿈꾸는 개그맨 후배들에게 좌절이 아닌 자극이 되길 바랄뿐입니다.” 

 

박성광
박성광은 연출 스트레스로 탈모, 피부 염증, 탈장까지 겪기도 했다. (사진제공=CJ CGV)

 

‘독설대가’ 이경규는 특유의 츤데레로 후배를 쥐락펴락했다고. 박 감독은 “선배님이 ‘몇 개 짜리냐’길래 ‘30~40개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더니 ‘뭐? 누가 너한테 돈을 대? 그거 사기야, 다시 알아봐’라고 하셨다”며 “이어 CJ CGV가 배급한다고 말씀 드렸더니 ‘듣기만 해도 배 아파, 내가 할 건데 하지마’라고 버럭하셨다”고 웃어보였다. 이어 박 감독은 “나중에 연락이 와서는 ‘우리 개그맨들 잘 돼야 한다. 너 안 되면 이제 없어. 난 이제 제작할거야’라고 하시더라”며 선배의 근황을 전했다.

박성광은 단편영화 ‘욕’으로 연출을 시작했다. 이후 단편 ‘슬프지 않아서 슬픈’(2017), ‘끈’(2020) 등 꾸준히 작업을 이어왔다. 이 또한 편견일 수 있지만 ‘웅남이’의 완성도는 기대이상이다. 실제 곰 다큐멘터리를 보며 연구한 이 작품은 인간이 된 동물의 천진난만한 상상력이 가득하다. 유머 코드가 맞는다면 킬링타임 무비로도 손색없다.

“저는 지금도 개그맨이고, 죽을 때까지 개그를 할 섭니다. 제가 개그맨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습니다. 물론 기회만 주어진다면 감독으로 계속 창작물을 내고 싶어요. ‘웅남이’ 촬영 마친 후에도 계속 시나리오를 쓰고 있습니다. 죽기전에 ‘트루먼 쇼’같은 작품을 남기는게 소원입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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