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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골고루 다 '못하던 아이' 였던 장항준은 커서 '리바운드' 감독으로 '성공'합니다

[人더컬처] 영화 '리바운드' 장항준 감독
"왜 그간 한국영화에 농구, 축구만 있었는지 알 정도로 고생"
아내 김은희 작가 보더니 "이 영화가 당신의 대표작이 될 것" 격려
"실제 선수처럼 뛰어 준 배우들과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은 넥슨 특히 감사"

입력 2023-04-03 18:30 | 신문게재 2023-04-0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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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바운드' 장항준 감독.(사진제공=바른손이앤에이)

“농구는 끝나도 인생은 끝나지 않았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감독으로 데뷔했지만 이제는 대중에게 ‘스타 작가 김은희의 남편’과 남다른 개그감으로 예능인으로 친숙한 영화인으로 각인된 장항준 감독이 신작 ‘리바운드’로 돌아왔다. 솔직히 말하면 이 작품은 처음부터 한국 영화계를 이끌 기대작은 아니었다. 100억원대 제작비를 투입할 티켓 파워를 가진 배우라고 하기에 안재홍과 부산중앙고 농부구로 나오는 정진운, 김택, 이신영, 정건주, 김민, 안지호의 캐스팅은 강력한 한방이 없어보였다.

영화의 소재가 된 2012년 대한농구협회장기 전국 중·고교농구대회는 6명의 엔트리로 출전한 최약체 팀이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준우승을 차지한 실화에서 시작했다. 무려 10년 전의 일이다. 하지만 지난 주 언론 공개와 블라인드 시사회 직후 ‘리바운드’의 사실감 넘치는 경기와 뜨거운 에너지는 일본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누를 한국영화의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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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5일 개봉하는 ‘리바운드’를 필두로 아이맥스(IMAX)로 돌아오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나이키 에어 조단의 탄생기를 다룬 ‘에어’등 무려 세 편의 농구영화가 나란히 스크린에 걸린다. (사진제공=바른손이앤에이)

 

“알 만한 투자 배급사들은 이미 5년 전 ‘빠꾸’를 맞은 시나리오 였습니다.(웃음) 지금처럼 스크린에 농구 열풍이 불 때 것도 아니었고 감동은 있지만 착하기만 한 영화니까요. 솔직히 주류 장르는 아니거든요. 한국 영화에 신규 투자가 몇년째 되지 않던 시기기도 했죠. 그런데 기적처럼 게임회사인 넥슨이 첫 영화투자작으로 하겠다고 연락이 온 거예요. ‘우리는 돈을 벌고 싶어서가 아니라 대중에게 위안이 되고 위로가 되는 영화를 찾고 있었다’는 말과 함께요.”

‘리바운드’의 제작자로 이름을 올린 배우 하정우가 중간 다리 역할을 했다. 하정우는 영화계에서 알아주는 농구광. 영화사와 함께 연예기획사인 워크하우스컴퍼니도 이끌고 있는 동생 김영훈과 넥슨 관계자를 앞에 두고 정식 프레젠테이션까지 감행하며 공동투자로 의기투합했다. 초기 시나리오 발굴은 ‘범죄도시’와 최근 디즈니+ ‘카지노’를 제작한 BA엔터테인먼트의 장원석 대표가 했으니 ‘리바운드’는 그 시작부터 한편의 영화다.

“솔직히 연기도 돼야하고 농구도 기본 이상의 실력을 갖춰야 했으니 캐스팅부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캐스팅된 배우들이 똘똘 뭉친 건 실제로 부산중앙고에서 숙식을 함께하며 훈련을 하면서부터인 것 같아요. 진짜 실제 선수들처럼 해야 해서 운동량도 많았지만 부상도 있고 고생이 말도 못했죠. 그때 넥슨에서 현장으로 밥 차를 보내준 거예요. 부산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호텔 뷔페가 왔더라고요. 영화현장에서 뷔페를 먹은 건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오죽하면 동료 감독들이 ‘너는 왜 그렇게 운이 좋냐’고 부러워했을 정도엿죠.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 그 현장에서 다들 으쌰으쌰  하며 찍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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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고깃집 회식장면은 장 감독이 꼽는 추천신이기도 하다. 그는 “실제 선수들이 각 배우들의 뒤에서 ‘한장의 사진’처럼 보이길 원했는데 눈치 빠른 관객들은 이미 알더라”며 소년처럼 기뻐했다. (사진제공=바른손이앤에이)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는 ‘뉴스가 스포일러’라는 말이 있다. ‘리바운드’도 결승전에서 결국 지는 걸 알고 보지만 마지막 엔딩을 장식한 이 작품의 ‘결정적 한방’을 보노라면 장항준 감독이 지닌 영민한 연출력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그는 반복되는 선수들의 고군분투를 과감히 빼고 실제 뉴스를 대체하면서 10대였던 소년들의 모습과 배우들을 교차시킨다.

“관객들에게 ‘당신들이 지금까지 본 건 진짜’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우승팀이 아니기에 언론에는 사진이 거의 남아있지 않아요. 영화에 쓴 것들은 이름도 출처도 알 수 없는 일반 관객들의 한 컷이죠. 주목받지 못했던 팀이었기에 경기장에 온 사람들도 거의 없었는데 그걸 구해서 똑같이 찍느라고 애 좀 썼죠.”

그는 “이 영화는 꿈을 잃어버린 25살 청년과 아무도 주목하지 않고 소외된 6명의 소년들이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라 정의하면서 “지금은 모두 현역에서 은퇴했지만 영화를 보고나선 감정이 북받쳤는지 장문의 문자를 보내왔더라”고 미소지었다.

“제가 ‘리바운드’를 만들 때만해도 야구 영화, 축구 영화는 있어도 한국에 농구 영화는 없었어요. 실제 해 보니 왜 안 나왔는지 알겠더라고요.(웃음) 할리우드에서도 신을 짧게 가는 게 스포츠 영화의 룰인데 저는 품이 많이 들어도 경기 장면의 리얼리티를 살리고 싶었어요. 되도록 끊지 않고 가려고 했죠. 경기장면을 순서대로 찍었는데 그래서인지 자세히 보면 선수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살이 쪽쪽 빠지는 게 눈으로 보일 거예요. 배우들이 고생을 많이 했지만 좋은 역할을 맡았다는 자부심이 강해서 감독으로서도 최선을 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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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출연 배우들 못지 않은 홍보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장항준 감독. 그는 “평소에 쫄리는 편이 아닌데 이 작품은 솔직히 긴장된다”고 했다. (사진제공=바른손이앤에이)

 

장항준 감독은 앞으로 “60대에도 작품을 찍고 현장에 있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같이 영화를 시작했던 친구들이 거의 남아있지 않고 실제로 자신 역시 방송을 오래 한 만큼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꽤 깊노라고 고백했다.

“제가 예능작가 출신이라 그런지 방송을 재미있게 해야 한다는 강박이 좀 있어요. 저도 소비되는 걸 잘 알죠. 사실 그 점이 부담스럼기도 하고요. 제 특기는 스스로를 위장하지 않는 거예요. 앞으로는 시청자의 삶보다 제 삶에 충실하며 살려고요.”

그는 “어린시절 골고루 다 못하는 아이라 주변에서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았다”며 “그저 귀엽기만 한 아이였다”고 자신의 유년시절을 밝혔다. 이어 “공부, 운동, 예술 아무 것도 못하니까 위장하지 않는 성격이 생겼다. 그게 나의 근원”이라며 앞으로의 포부를 특유의 언변으로 마무리했다.
“감독으로서 항상 ‘이 시기에 이 영화가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에 대한 질문을 우선적으로 합니다. 그건 모든 감독들이 하는 질문이기도 하죠. 다시는 악당들과 한 지붕 안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지 않고 일하는 것. 그게 최종 목표예요. 그러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는데…어라, 이미 한 건가요?”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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