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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첫 방한 다르덴 형제 "가족끼리 일하는 장단점? 없어요!"

[人더컬처] 영화 '토리와 로키타' 장 피에르 다르덴·뤽 다르덴 감독
'벨기에 거장'아우라 농축된 '토리와 로키타' 제 24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선정
"거장의 무게 견디느라 늘 허리가 아프다"너스레
"이창동 감독의 영화 우리와 같은 '결'이라 즐겨봐"

입력 2023-05-01 18:30 | 신문게재 2023-05-0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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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토리와 로키타’는 오는 5월 10일 국내 개봉한다. 제75회 칸 영화제 75주년 기념상 수상작이고, 2023년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돼 화제를 모았다. (사진제공=전주국제영화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형제이자 영화적 동반자인 벨기에 거장 장 피에르 다르덴(71)과 동생 뤽 다르덴(68)에게 “가족끼리 일하는 장단점을 알려달라”고. 한국에서는 가족끼리는 되도록 사업도 하지 않고 운전조차 싸울까봐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속설을 덧붙였다. 언제나 동생의 각본을 스크린으로 완성해 공동연출로 이름을 올려 ‘다르덴 형제’로 불리는 두 사람이 최근작 ‘토리와 로키타’를 들고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로제타’ ‘더 차일드’를 비롯해 ‘자전거를 탄 소년’ ‘소년 아메드’ 등 내놓는 작품마다 큰 반향을 일으키기로 유명한 다르덴 형제의 첫 내한이다. 영국의 켄 로치 감독과 함께 유럽의 사회적 단면을 예리하게 겨냥하는 사실주의 감독으로 불리는 이들은 ‘토리와 로키타’로 지난해 칸영화제 75주년 특별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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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조국인 벨기에도 국민의 3분의 1만이 긍정적이라고 밝힌 장 피에르 다르덴은 “나머지 3분의 1은 굉장히 반대하고, 나머지 3분의 1은 수용하되 규제 안에서 해결되길 바란다. 더 나은 삶을 살기위해 온 국민의 일부분으로 봐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사진제공=전주국제영화제)

 

“단언컨대 동생이 아니었다면 영화감독이 되지는 않았을거예요.(옆에 앉아있던 뤽은 ‘나도 형이 아니었다면 안 했다’라고 맞장구를 쳤다) 되려 벨기에 속담에 ‘진료를 받으려거든 집안의 의사에게는 가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웃음) 그래서 동생과 저는 유일하게 주치의만 다를 뿐 모든 작업을 함께하고 지금도 차기작을 준비 중입니다. 단점을 생각해봐도 딱히 떠오르질 않네요.”

오는 10일 국내 개봉을 앞둔 ‘토리와 로키타’는 이민자의 인권에 대해 논한다. 낯선 땅에 도달해 체류증을 얻기 위해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두 아이는 일찌감치 철이 들었다. 어른들에게 착취당하고 법의 사각지대에서 신음하며 둘은 가족보다 더 끈끈한 연대감으로 뭉친다. 매 작품 도시의 민낯과 사회적 문제를 냉소적으로 담아냈던 그들의 카메라는 이민자를 대하는 유럽사회의 가식을 고스란히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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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토리와 로키타’를 만든 세계적인 거장 장 피에르 다르덴과 뤽 다르덴 형제는 벨기에 출신의 감독으로 출역작마다 칸 국제영화제의 트로피를 가져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진제공=영화사 진진)

 

영화의 시작은 15년 전 우연히 써둔 시나리오였다. 평소 뉴스의 사회면이나 지인들과 나눈 대화에서 영감을 얻는다는 뤽 다르덴 감독은 밀입국한 외국인 여성이 어린 딸에게 보호기관을 통해 먼저 영주권을 딸 수 있도록 경찰서에 찾아가 버려진 것처럼 말하게 시키는 데서 작품을 파생시켰다. 자식에게 만큼은 가난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던 진한 모성애와 훗날을 기약하는 슬픈 시나리오는 주인공 딸의 이름인 로키타를 이번 영화에 차용하면서 전혀 다른 작품으로 완성됐다.

뤽 다르덴 감독은 “제네바 협약에 따르면 미성년자인 이민자의 경우 무조건 받아줘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영화가 세계를 관통하는 주제가 될 거란 확신은 있었지만 이렇게 지구 반대편에서까지 러브콜을 받을 줄은 솔직히 몰랐다”며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

‘토리와 로키타’는 두 사람이 연기경험이 전무한 100명의 아이들을 직접 오디션 보며 찍은 영화기도 하다. 비극을 아우르는 어린 소년과 같은 10대지만 실질적인 가장 노릇을 하는 소녀의 앙상블과 묵직한 주제는 미국, 브라질을 거처 페루, 일본에 이어 한국까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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뤽 다르덴은 시나리오를 쓰는 약 6개월간의 시간동안 잠을 거의 자지 못한다고 밝히면서 “그래도 완성된 후 배우들과 형만 참석해 3~4주간 하는 리허설이 우리의 원동력인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사진제공=전주국제영화제)

 

“첫 방한이라 아직 정신이 없지만 한국인들과 저와 공통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호기심과 질문이 많더라고요.(웃음) 저 역시 그런 성격이어서 정말 반가웠습니다. 개인적으로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도 좋아하지만 이창동 감독의 영화가 저희와 좀 더 결이 맞아 모든 작품을 일부러 찾아봤지요. 물론 작은 화면에서 본 것도 있습니다만 인물들의 서사가 자연스럽고 시나리오에 힘이 있어요. ‘버닝’ 전종서의 연기가 특히 좋았고 얼마 전 작고하신 ‘시’의 윤정희 배우님의 팬이었습니다.”(뤽 다르덴)

부족함 없이 자라온 백인 형제가 30년 넘게 소외계층의 이야기를 주제로 삼는 것에 대해서 장 피에르 다르덴은 “어려운 사람들과 접점없이 살아온 건 사실이다. 제가 좋아하는 이탈리아 감독 피에르 파올로 파솔리니가 한 말이 있다. ‘그 사람들의 입장을 더 이야기하고 싶다’고. 저 역시 우리 작품의 중앙에 두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동생인 뤽 다르덴은 “시나리오를 쓰는 입장에서 첨언하자면 지금까지 나온 모든 소설이나 연극, 영화 중 창작자가 겪은 경험만으로 구분 짓는다면 반 이상은 삭제해야 할 것”이라면서 “삶에서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스크린 중심에 놓는다면 인간의 존엄성과 박애가 표현될 거라 생각한다. 우리의 작품에는 위험과 맞닿아있는 인물들이 주인공이지만 동시에 그들을 도와주는 캐릭터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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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열린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해 손가락 하트를 포즈로 취하며 큰 박수를 받았던 다르덴 형제.(사진제공=전주국제영화제)

 

“한국관객들이 ‘토리와 로키타’를 그저 아이들의 우정 영화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만든 2008년 작인 ‘로나의 침묵’을 보면 결국 자신을 죽게 만드는 사람과 살아야 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거든요. 보통 사람이라면 그 순간에서 도망치겠지만 막상 삶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요. 사랑과 연민, 이해심이 동시에 몰려오죠. 무엇보다 악을 깨부수고 역사를 뒤집는 매개체는 아이들이에요. 아무리 어른들이 조정하려고 해도 안되는 존재들이기도 하죠. 다른 사람의 인생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 그게 좋은 어른의 몫이라고 봐요. 영화를 통해 조금이라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다면 좋겠어요.”(장 피에르 다르덴)

전주=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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