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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박서준의 '드림'은 이뤄졌다… 다음 행보는?

[人더컬처] 영화 '드림' 촬영 4년만에 개봉 박서준
누적관객 '1600만' 이병헌 감독과 만나 전매특허 긍정매력 발산
예능데뷔 앞둔 만년 2등 축구선수 홍대役
"데뷔시절 떠올린 캐릭터, 마음 비우고 착실히 준비하면 성공한다는 확신 있어"

입력 2023-05-08 18:30 | 신문게재 2023-05-0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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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준8
그는 “아무리 예상을 하고 준비를 하고 해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 말고 복병은 없었다”며 “상대배우들과 스태프들과의 호흡이 너무 좋았다”고 ‘드림’에 대한 좋은 기억을 인터뷰 내내 드러냈다. (사진제공=어썸이엔티)

 

4년 전 촬영을 마친 영화지만 외적인 거리감이 전혀 없다. 좀 더 앳되거나 혹은 팔팔한 에너지를 기대했는데 역시나 박서준은 박서준이다. 때론 능청맞게 어쩔 땐 울컥하게 능수능란 캐릭터를 오간다. 이병헌 감독 특유의 ‘말 맛’이 살아있는 영화 ‘드림’에서 박서준이 연기하는 홍대는 ‘불운의 아이콘’이다. 고등학교때 자신을 낳은 엄마는 늘 사고를 친다. 동료들도 인정하는 노력파지만 만년 2등 선수로 경기보다 사생활을 분석하는 기자를 폭행하고 대세에 따라(?) 예능인으로 데뷔한다. 사실상 선수 생활은 끝났다고 봐야하기에 소속사에서는 그에게 홈리스 국가대표 축구 감독을 맡긴다.

 

이미지 세탁을 위해 맡긴 했지만 오합지졸이라 경기가 가능할 리 없다. 감동을 쥐어짜는 데 탁월한 다큐멘터리 PD 소민(아이유)은 그에게 축구지도보다 연기를 할 것을 권한다. 도박빚을 진 가장, 이민가는 딸과 잠시 살 집을 구하는 아버지, 지적장애인 애인을 지키기 위해 나서는 순정남, 시설에서 함께 자란 전 연인을 잊지 못하는 축구광까지 ‘드림’ 속 캐릭터들은 실력보다 사연으로 선택된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축구는 레저나 스포츠가 아니다. 생계를 위해 빅이슈를 팔아야하는 시간을 줄여서라도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뛰어야 하는 생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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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마녀의 연애’ ‘킬미, 힐미’ ‘그녀는 예뻤다’ ‘화랑’ ‘쌈, 마이웨이’ ‘김비서가 왜 그럴까’ ‘이태원 클라쓰’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다양한 매력을 발산해 왔던 박서준. 영화 ‘청년경찰’에 이어 ‘드림’이 흥행타율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제공=어썸이엔티)

 

“공과 친해지기 위해 정말 노력했습니다. 지금도 조기축구를 하며 주말을 보낼 정도로 어릴 때부터 축구를 좋아했어요. 하지만 진정한 프로로 보여야 해서 쉽지 않더라고요. 기술도 필요했지만 카메라 무빙을 따라가려니 NG가 속출했죠. 절친 손흥민의 조언이요? 말해준다고 해도 제가 알 수준이 안되는터라…”

이렇게 말하곤 껄껄거리는 그는 이 영화를 위해 슈팅과 축구공 개인기를 집중적으로 훈련받았다. 평소에 하는 웨이트의 양을 늘리며 체력을 단련하고 축구선수들의 체격과 외적인 스타일링을 따로 조사해 아이디어를 보탰다. 다소 생소할 수 있는 홈리스 월드컵 소재에 대해선 “솔직히 찍기 전까지는 몰랐다”면서 “풋살이나 일반적인 축구에 익숙했기에 다섯 명이 출전하는 데 수비를 한명만 한다는 게 편파적이라는 생각도 들더라”고 고백했다.

홈리스 월드컵은 사회혁신 스포츠 프로그램으로 구분되는 국제축구대회로 축구를 통해 홈리스(Home less 주거빈곤층)의 자립 의지와 부정적 사회인식을 개선하는 취지의 스트리트 사커(Street Soccer)다. 더 많은 홈리스에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선수로는 일생동안 단 한번만 참여할 수 있는 등 규칙을 가지고 있다.

 

드림 포스터
개봉 2주차에도 출연진 전부 무대인사를 돌 정도로 ‘드림’은 한국영화의 구원투수로 맹활약하고 있다.(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취지를 듣고 아차 싶었어요. 여기에 있는 분들이 어떻게 보면 다 각자 피치 못할 사정으로 낙오가 된 거잖아요. 골을 넣을 기회를 줌으로써 ‘당신도 살아갈 수 있다’라는 희망을 준다는 데 마음이 가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선입견이 있다는 걸 알고 부끄러웠습니다. ‘드림’을 계기로 그런 생각이 깨지게 됐고 열의를 다해 응원하게 됐습니다.”

데뷔 후에도 종종 지하철을 타며 이동했던 박서준은 “직접 빅이슈를 사기도 했다. 연기하는 입장에서 관찰을 하기도 했던 대상”이라고 남다른 인연을 밝혔다. 자신이 맡은 홍대 캐릭터에 대해선 “저도 열등감과 콤플렉스가 있었기에 공감이 많이 갔다”고 말했다. 드라마 ‘이태원 클래스’로 글로벌한 인기를 얻고 마블 시리즈에 캐스팅될 정도로 화제를 몰고 다니지만 그 역시 ‘눈물 삼킨 빵’을 먹던 시절이 있었다.

“운동선수들도 천재형과 노력형이 있잖아요. 저는 아예 데뷔 자체가 힘들었어요. 오디션을 볼 때마다 떨어지니까 ‘이 길이 내 길이 아닌가보다’라고 스스로를 구석으로 몰아넣었죠. 하지만 그걸 이겨낼 때 큰 발전이 있다는 걸 이제는 알아요. 흥행을 떠나 개봉 자체가 소중하고 이 순간을 즐기려고 합니다.”

 

드림 비하인드
영화의 비하인드 스틸. 조기축구로 다져진 폼을 프로답게 하기위한 박서준의 노력이 영화 곳곳에 녹아있다.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연출을 맡은 이병헌 감독은 20대 마지막 시절 극장에서 본 ‘스물’을 통해 관객으로서 처음 만났다. 함께 영화 ‘청년경찰’을 찍은 강하늘의 출연작 이기도 하고 이후 ‘극한직업’ ‘멜로가 체질’ 등을 보며 감독의 세계관에 대해 궁금하던 찰나 ‘드림’의 시나리오를 받았다. 감독은 극 중 홍대의 라이벌 역할로 강하늘을 카메오로 출연시켜 관객들의 재미를 더한다.

“흥행 부담은 전혀 없어요. 제가 부담을 느낀다고 달라질 건 없잖아요. 영화가 잘 되려면 기본적으로 작품이 좋아야 되고 개봉 시기와 계절까지 여러 가지 요인이 다 도와줘야 되거든요. 저에게 ‘드림’은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준 작품입니다. 제 인생에서 3년이라는 시간이 함축돼 있는 만큼 관객분들에게도 가치 있는 영화로 기억되길 바랄뿐입니다. 찍으면서도 최선을 다했지만 한분이라도 더 극장에 오실 수 있게 열심히 뛰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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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림’은 2010년 실제 경기의 모습을 살리기위해 헝가리에서 촬영이 진행됐다. (사진제공=어썸이엔티)

 

최근 tvN 예능 프로그램 ‘서진이네’에서 메인 셰프로 색다른 매력을 뽐낸 그의 2023년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쁘다. 영국에서 촬영을 마친 ‘더 마블스’를 비롯해 엄태화 감독의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경성크리처’도 베일을 벗는다. 과거 또래 배우들에 비해 ‘개성없다’ ‘평범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박서준은 “마음을 비우고 노력하면 성취감만큼은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확신으로 충만하다고.

“부러워하면 끝이 없어요. 도전을 즐기며 ‘나만의 것이 분명히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결과보다 과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그 노력이 배신하지 않음을 이제는 아니까요. 돌이켜보면 제 연기 인생에 늘 진입장벽이 있었지만 타율이 나쁘지 않아요. 그리고 그걸 깨는 현장이 늘 즐겁습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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