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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휴대폰·수면부족·불량식단… 집중력 도둑을 멀리하라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요한 하리의 '도둑맞은 집중력'

입력 2023-06-10 07:00 | 신문게재 2023-06-0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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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집중력 저하의 시대’다. 전 세계 공통의 사회적 이슈다. 저자는 그 원인을 ‘개인’보다 ‘환경’에서 찾는다. 집중력 저하는 개인적인 실패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사회가 집중력 문제를 유발하는 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비판한다. 집중력을 훼손하는 강력한 외부의 힘이 작용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집중력을 ‘도둑 맞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작금의 집중력 위기의 시대에 우리가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법을 일러 준다.



◇ 분주한 환경 속에 더욱 어려워지는 ‘몰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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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평균적인 사무직 노동자가 하루에 방해받지 않는 시간은 한 시간도 안된다고 한다. 포춘 선정 500대 기업의 CEO는 겨우 28분이란다. 우리가 하루에 핸드폰을 2617번이나 만진다는 통계도 있다. 저자는 “우리는 점점 더 짧게 집중하고, 주변의 모든 시스템은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한다. 너무 빠른 속도, 너무 잦은 멀티 태스킹 환경 속에 부대끼고 있다는 얘기다.

빠른 속도는 곧 ‘적은 이해’를 뜻한다. 저자는 인간 본성에 알맞은 속도로 이동하는 연습을 해야 집중력이 훈련된다고 말한다. 또 ‘끊임없는 전환’이 집중력을 저하시키는 큰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전환에 시간을 많이 쓰는 사람은 더 느리고, 실수가 잦고, 덜 창의적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과부하를 조장하며 주의력을 분산시키는 요인들과 자신을 항상 분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장 깊은 형태의 집중 상태가 ‘몰입’이다. 명확한 목표 아래 자신에게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하며, 자신의 능력의 한계를 벗어나지는 않는 일을 해야 가능한 경지다. 저자는 “목표가 너무 어려우면 평정심을 잃고 몰입할 수 없다”면서 “산만함에서 벗어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자신만의 몰입을 찾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독서’가 가장 단순하고 흔한 몰입의 하나지만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고 개탄한다. 하루 5.4시간을 핸드폰을 보면서 독서 시간은 평균 17분에 그치는 게 현실이다. 그는 “독서의 붕괴가 어떤 면에서는 집중력 감퇴의 중상이자 원인”이라고 꼬집는다. 또 어느 새 우리는 하나에 오래 관심을 기울여선 안되고, 늘 빠르게 세상을 해석하고 이해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고 비판한다.


◇ 집중력을 떨어트리는 결정적 요인들

잘못된 잠이 우리의 집중력을 망가트린다. 수면 부족은 특히 어린이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빠른 속도로 집중력에 문제를 일으키며 종종 조증 상태에 빠지거나 행동 과잉 상태를 유발한다. 사춘기 이후 대부분 그 상태에 적응해버린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낮 동안 쌓인 찌꺼기를 자면서 정화하려면 ‘숙면’을 위해 자기 전에 노출되는 빛의 양을 줄이고, 심부체온을 낮춰야 한다.

집중력 저해 요소 중 하나로 자주 ‘딴 생각’이 지목된다. 하지만 저자는 “딴 생각을 많이 할수록 더욱 체계적인 목표를 세우고, 더 창의적이며, 끈기 있는 장기적 결정을 더 잘 내린다”며 반론을 편다. “딴 생각은 사실 ‘반드시 필요한 또 다른 형태의 집중’”이라고 강조한다. 스트레스가 많고 위험한 상황에서 딴 생각은 고통이지만, 그 반대라면 창조적 힘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스트레스가 집중력 저하의 원흉이다. 저자가 2020년에 미국과 영국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사람들이 꼽은 집중력 저하의 가장 큰 원인은 ‘스트레스’(48%)였다. 출산과 노화 같은 생활변화가 비슷한 수치로 2위였고, 수면 어려움과 수면 방해가 43%로 3위, 그 다음이 핸드폰(37%)이었다. 스트레스는 종종 집중력 저하를 일으키는 불면증 같은 문제도 촉발한다.

값싸고 형편없는 식단도 문제다. 현재 식단은 에너지의 급상승과 급강하를 주기적으로 유발한다. 그래서 에너지가 완전히 고갈되어 오랜 시간 집중하지 못한다. 뇌에 좋은 영양분도 없다. 식품기업은 점점 우리의 원시적 쾌락 중추를 겨냥한다. 현대 식단은 마약 같은 화학물질도 많이 함유한다. 저자는 “슈퍼마켓 중앙에 진열된 것 들은 사실상 전혀 음식이 아니다”라고 비판한다.

대기오염도 집중력을 심하게 훼손한다. 오염이 심할 수록 뇌 손상도 심해진다. 환경 때문에 내분비계가 엉망이 되고 있다는 증거는 차고도 넘친다. 저자는 “오늘날 모든 아이들이 유독성 물질범벅에 오염된 채로 태어난다”고 힐난한다.

 


◇ 우리를 추적 조종하는 테크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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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주의력 분산의 주요 해결책으로 ‘개인의 절제’를 강조하지만 저자는 “환경 변화만이 해법”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테크 기업들을 지목한다. 페이스북은 우리가 화면을 들여다보는 시간만큼 돈을 벌고, 구글은 검색할 때마다 우리의 모든 것을 스캔하고 분류·저장해 우리의 축적된 프로필을 광고주에게 판매한다고 비판한다.

그는 “테크 기업들이 무언가 공짜로 준다면 우리 정보를 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라며 이런 ‘감시 자본주의’의 알고리즘이 우리를 최대한 산만하게 만들어 집중력을 방해하도록 설계된다고 지적한다. 알고리즘이 신경 쓰는 것은 오직 하나, 우리가 계속 스크롤을 내릴 것인지 뿐이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긍정적이고 잔잔한 것보다 부정적이고 충격적인 것을 훨씬 오래 바라본다. 그들은 우리를 화나고 격노하게 만드는 일에 누구보다 뛰어나다. 그래서 평소보다 더 전환을 자주 하게 만든다. 우리 스스로를 내치는 방법을 학습시킨다. 페이스북 조차 자신들의 추천 시스템이 문제를 키운다며 현재의 사업모델을 폐기해야 한다는 내부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감시 자본주의를 금지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저자는 나아가 정부가 이들 기업을 인수해 공동 소유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독재적인 남용 우려가 크지만, 국민이 소유해 자금을 대고 있는 영국 BBC방송국의 예를 들면서 정부에서 독립해 공동소유하는 방안을 언급한다. 인간의 목적을 이해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게 돕는 방식으로 설계될 수도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 감금된 아이들, 그리고 잘못된 ADHD 진단

현재 미국 청소년의 13% 정도가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를 진단받고 그 중 대다수가 강력한 각성제를 처방 받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ADHD 발생 확률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주변환경’, 특히 ‘환경이 얼마나 혼란스러운지’ 였다고 강조한다. 스트레스가 심한 환경에서 성장한 아이들이 더 집중력 문제를 겪고 ADHD 진단을 받을 확률이 높았다는 것이다.

특히 가장 중요한 요소는 부모들이 받는 큰 스트레스인 것으로 드러났다. 저자는 “스트레스가 쌓인 부모는 자신이 너무 흥분한 상태이기에 자기 잘못이 아닌 다른 이유로 자녀 달래기를 힘들어 한다”면서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 부모가 아이에게 관심을 더 쏟을 수 있고, 그러면 아이는 더 큰 안정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저자는 갈수록 ‘학업’에 더 많은 시간을 쓰는 아이들을 걱정하며 ‘놀이’의 중요성을 각별히 강조한다. 우리는 적응력이 뛰어나고, 맥락을 평가할 능력이 있고, 비판적 사고가 가능한 뇌를 만들어 내길 바라는데, 이 모든 기술이 놀이에서 단련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부모들은 안전을 이유로 아이들을 가두려 하지만 우리 삶은 그 안전지대에서 벗어나는 순간 비로소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어른들의 역할은 아이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자유롭게 놀지 못하게 하고, 전자기기 회면과 소통하는 것 외에는 별로 할 것이 없는 집 안에 가두는 것은 아이들을 무감각하고 지루하게 만들 뿐이라고 비판한다. 아이들이 집중하지 못하는 것은 아이들 책임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잘못이라고 꼬집는다.


◇ ‘집중력의 반란’이 필요한 때다

저자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계속 심각한 수면 부족과 과로 상태에 있다면, 3분마다 작업을 전환한다면, 우리 약점을 파악하고 조종해 계속 스크롤을 내리게 하는 웹 사이트에 추적되고 감시된다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과 각성 상태가 된다면, 에너지의 급상승과 급강하를 일으키는 식단을 먹는다면, 뇌에 염증을 일으키는 독소로 가득찬 화학물질 스프를 매일 들이마신다면, 우리 사회의 심각한 집중력 문제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 대안은 집단을 조직해 대항하는 것, 우리의 집중력에 불을 지르는 세력에 맞서 우리의 치유를 돕는 힘으로 그것을 대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집중력이 잘 자라서 잠재력을 온전히 피워내려면 아이들에게는 ‘놀이’가, 어른에게는 ‘몰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감시 자본주의를 금지하고, 주 4일제를 도입해 휴식을 주고,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어린 시절을 되찾아야 한다고 밝힌다. 저자는 “우리는 현재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면서 “그래서 지금처럼 인류에게 집중력이 필요한 때가 없었다”고 강조한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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