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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애먼 사람에 '성폭행 프로듀서' 낙인 찍는 단독 경쟁

[트렌드 Talk]

입력 2020-06-11 19:00 | 신문게재 2020-06-12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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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유명 프로듀서이자 작곡가가 지인의 여동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는 한 매체의 [단독] 보도에 억측들이 난무했다. 4월 초 지인의 집에서 함께 술을 마시다 잠든 지인의 여동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9일 서울동부지검에 구속된 해당 프로듀서는 ‘성폭행 미수’를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피해자가 제출한 증거자료에서 그의 DNA가 발견돼 덜미가 잡혔다.

 

포털 사이트에는 ‘성폭행 프로듀서’라는 검색어가 등장해 급상승했고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해당 프로듀서의 구체적인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채 억측만 난무하는 가운데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실명이 거론되며 2015년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 전과설까지 제기되기 시작했다. 

 

온라인 커뮤니티發 실명은 급기야 또 다른 스포츠연예 매체에 의해 [단독] 보도됐다. 이 매체는 10일 프로젝트 그룹의 멤버 겸 프로듀서의 실명을 거론하며 ‘성폭행 프로듀서’라는 [단독] 보도를 했다. 실명이 거론된 프로듀서는 또 다른 매체와의의 인터뷰에서 “나와는 무관한 사건”이라며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강력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같은 날 지인 여동생을 성폭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인물은 ‘귀요미송’ ‘귓방망이’ 등을 작곡한 프로듀서이자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 출연자인 단디(33, 본명 안준민)로 밝혀졌다. 실제 피의자가 밝혀지기 전까지 실명이 먼저 거론되며 무고를 당한 프로듀서는 기사 댓글로 무차별 비난을 받아야 했고 ‘성폭행 프로듀서’라는 포털사이트 연관 검색어가 평생을 괴롭힐 ‘주홍글씨’처럼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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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사건이 배당된 서울동부지검 혹은 실명이 거론되고 있는 프로듀서 본인에게 ‘확인 절차’만 거쳤어도 없었을 해당 매체의 [단독] 기사는 삭제된 상태다. 이 후로는 [단독] 경쟁으로 인한 ‘오보’로 실명이 거론됐던 프로듀서의 이름을 실제 성폭행 혐의로 구속기소된 ‘단디’ 앞에 내세우는 기사들이 양산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진범이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무고한 제3자를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함으로서 해당 인물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가한 이 사건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에 해당함은 물론 민사상 위자료 책임을 발생시킨다.” 

 

더불어 “개인이 아닌 온라인 커뮤니티 단체 명의로 단정적인 단어를 사용해 강도 높은 비난을 무차별 퍼부었다는 점에서 본 건은 범죄의 죄질이 무척 나쁘며 관련 손해배상액도 고액으로 책정될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發 무고는 그 주체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이재경 건대교수·변호사는 “단체의 구성원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라면 민·형사상 책임의 주체를 색출해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며 “동일한 피해재발 방지를 위해 무엇보다 수사당국이 나서 정체불명의 해당 단체에 대한 신원 파악에 더욱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법적소견을 밝혔다.

 

무고에 대한 법적 조치는 이미 엄한 피해자 발생 후의 일이다. 그 후로 ‘무고’를 두고 2, 3차 피해를 양산하기도 한다. 민감한 사회적 이슈인 성폭력 사건을 다루면서 진실 여부 확인 절차를 엄중하게 다뤄야 하는 이유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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