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사회 > 사회일반

[카드뉴스] 9살 아이가 세상을 떠나며 우리에게 남긴 것

입력 2016-11-14 09:58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기증1
게티


480061920
게티


기증3
게티


186953940
게티


기증5
게티


기증6


기증7
게티


510157025
게티


503243668
게티


기증10
게티


505050193
게티


기증12
게티


기증13


533695706
게티

 

나라를 지키는 든든한 해군남편과 금쪽 같이 귀한 4명의 아이들은 제 삶의 이유이자 행복입니다.

어느 날 밤 9살인 셋째 민규가 고열이 나 해열제를 먹였습니다. 아이가 넷이나 있었기에 나름 ‘육아도사’라고 자부했습니다. 어린 아이에게는 흔히 있는 일이라 크게 염려치 않았어요.

다음 날이 되도록 열이 떨어지지 않아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찾았는데 진찰한 의사선생님께서 그러시더군요. “어머님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 것 같아요. 뇌염바이러스입니다”

몸이 굳더라구요. 뭐라고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어요. 단 한 번도 아이와 떨어진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평생 볼 수 없다니요.

작은 아이 몸에 여러 개의 주사바늘이 꽂혔지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어요. 하늘은 너무 무심했어요. 민규는 3일 만에 뇌사판정을 받았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어요. 어떻게든 살리고 싶었는데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의식 없는 아이를 붙잡고 우는 것뿐이었어요. 그 때 아이 아빠가 아주 조심스럽게 제게 말을 건넸습니다.

“우리 장기기증하자”
“민규는 죽는데 다른 아이는 산다고?”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아니, 이해하고 싶지 않았어요. 너무 힘들었어요.

그럴 때 마다 남편은 제 손을 잡아주었어요. 생각을 거듭하니 우리 아이의 죽음으로 새로운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경이롭더라구요.

장기기증을 부모가 선택한다고 해서 모두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어요. 의식도 없는 아이가 끝까지 함께 도와주어야 했어요.

여러 검사를 거쳐야 하는데 도중 혹여나 아이의 뇌파가 오르면 장기기증을 할 수가 없대요. 민규는 순간순간을 너무 고맙게도 잘 참아주었어요. 그렇게 4명에게 새 삶을 주고 아이는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남편이 말했어요. 민규를 무의미하게 보내는 것보다는 세상에 기억되게 하고 싶다구요. 그 때 알았어요. 끝까지 붙들고 있으면 부질없이 사라졌을 작은 희망이 다른 이에게 전해져 큰 희망이 된다는 사실을요.

우리 사회는 아직 장기기증에 너무 야박한 것 같아요. 아직 정확한 개념조차도 성립되어 있지 않죠. 어떤 이는 매정한 엄마라며 손가락질을 했을 수도 있겠지요. 이해합니다.

장기기증은 참으로 고귀한 일입니다. 민규는 소생이 불가능해 한 줌 재로 사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우리 아이의 장기로 다른 4명의 아이는 건강히 뛰어 놀 수 있답니다. 이게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가요?

장기기증 그 자체를 숭고함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를 우리 민규에게 꼭 보여주고 싶습니다.

# 어떠한 치료로도 소생이 불가한 말기 질환 환자의 경우 정상 장기 기증을 받으면 회복이 가능하다. 뇌의 모든 기능이 완전히 정지해 회복가능성이 전혀 없는 뇌사자 장기기증(식물인간 상태와는 다르다)과 살아있는 사람이 장기를 기증하는 생체 장기기증이 있다. 뇌사 기증의 경우, 심장·신장·간·이자(췌장)·폐 질환을 가진 환자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고 그 외에 각막·피부·조직·뼈의 기증도 가능하다. 사후 기증이 가능한 것에는 시신·조직·각막 등이 있고 생존 시에도 골수·신장·간·혈액 등을 기증할 수 있다.

박민지 기자 pmj@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