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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와이키키’ 허당녀? 문가영 "단테 ‘신곡’ 읽는 ‘뇌섹녀’죠"

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 속 ‘허당 첫사랑’ 이미지와 달리 독서 마니아
단테 신곡, 마르크스 명상록 등 고전문학 통해 새로운 표현 알아가
한달에 책 한권씩 읽어주는 라디오 DJ 맡고파

입력 2019-05-22 07:00 | 신문게재 2019-05-22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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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영한 드라마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2’(극본 김기호·연출 이창민, 이하 와이키키)의 ‘첫사랑’ 수연 역으로 주목받은 배우 문가영은 극 중 ‘허당’ 캐릭터와 다른 반전 뇌섹녀다. 그는 한달에 세번 이상 광화문 교보문고에 들러 신간을 살피고 단테의 ‘신곡’과 마르크스의 ‘명상록’을 즐겨 읽는 고전마니아다.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드라마 속 세상물정 모르는 수연과는 사뭇 다른 이미지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책 읽기를 좋아해요. 그 중에서도 고전문학, 철학, 심리학 책을 좋아하는 편이죠. 고전문학은 지금 잘 쓰지 않는 표현법이 많이 나와요.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구나!’ 하며 배우는 점이 많죠. 단테의 ‘신곡’을 좋아하는데 지옥편은 3번 이상 읽었어요. 마르크스의 ‘명상록’도 2번 정도 읽었답니다. 어린 시절 읽었던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도 다시 읽으니 스쳐 지나갔던 글귀가 마음에 새겨지는 경험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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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문가영 (사진제공=키이스트)

드라마 촬영 중에도 틈틈이 읽었던 책은 ‘세네카 삶의 지혜를 위한 편지’다. 이 책은 고대 로마 스토아 철학을 대표하는 정치가 세네카의 인생론, 행복론을 편지형식으로 정리한 책이다.

 

문가영은 “‘와이키키’ 촬영 전 사놓은 책인데 바쁜 스케줄 때문에 많이 읽지는 못했다”며 “조금 두꺼운 감이 있지만 천천히 읽어나가면 위로받는 기분이 든다. 편지 형식의 글이니 부담없이 시도해도 좋을 것 같다”고 추천했다.   


최근 눈에 들어오는 책은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세상에서 가장 이기적인 조언’이다. 스페인의 17세기 철학자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객관적이고 냉철한 인간관을 바탕으로 각박한 시대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현실주의자의 비법을 전수한다.

 

문가영은 “우연히 SNS에서 책 속에서 인용한 ‘일직선으로 나는 새는 총에 맞기 딱 좋다’는 글귀를 접하고 호기심이 생겼다”며 “하지만 책이 절판돼 요즘은 이 책을 구하려고 마음 먹었다”고 했다.

책을 많이 읽게 된 건 환경적인 요인도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물리학과 음악을 전공한 그의 부모는 독일 유학 생활 중 만나 결혼했다. 그 역시 독일에서 태어나 성장했다. 독일어, 영어, 한국어 등 3개 국어를 구사하는 그는 친언니와 아직도 독일어로 대화하며 언어의 감을 놓치지 않고 있다. 문가영은 “부모님은 제 연기활동을 지지해 주지만 공부를 완전히 놓는 걸 봐주지는 않는다”며 “책을 읽거나 문화생활을 하며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연기를 시작한 건 독일 길거리 캐스팅이 시발점이다. 동양인이 없던 독일에서 어머니가 끄는 유모차를 타고 가다 의류잡지의 아동모델로 캐스팅됐다. 10세 때 부모가 오랜 공부를 마치고 귀국한 뒤 삼촌과 어머니가 재미 삼아 학습지 모델 공모에 응모했다 덜컥 당선됐다. 당시에는 한국어도 서툴렀기 때문에 어머니의 손을 잡고 광고촬영에 임했다. 이후 자연스럽게 드라마 아역배우로도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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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문가영 (사진제공=키이스트)

 

2006년 영화 ‘스승의 은혜’로 연기를 시작해 ‘궁S’(2007), ‘넌 내게 반했어’(2010), ‘후아유’(2013), ‘질투의 화신’(2016) 등 다수 작품에 꾸준히 출연했다. 여진구, 김유정, 김소현 등과 함께 아역배우로 활동했지만 중학생 시절 키가 10Cm 이상 훌쩍 자라면서 자의 반, 타의 반 연기활동을 쉬게 됐다. 아역배우 치고 키가 너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일할 때는 소풍이나 수학여행도 가고 싶고 학교생활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막상 일을 쉬니 제가 생각보다 연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그러면서 배우를 직업으로 삼아야겠다는 확신이 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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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문가영 (사진제공=키이스트)

성균관대학교 연극영화학과에 진학한 것은 연기와 함께 고전문학을 배우고픈 학습욕구 때문이다.

 

문가영은 “고교시절에는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많이 읽지 못했다”며 “학교에서 고전문학을 배우고 연극을 하는 것은 현장에서 배우는 것과 또 다른 희열이다. 생각의 폭이 넓어진다”고 설명했다.

책을 읽고 생각하는 과정을 즐긴다는 문가영은 때로 좋아하는 구절을 손으로 꾹꾹 눌러 써보곤 한다. 

 

바쁠 때는 휴대폰 메모 기능을 활용해 정리할 때도 있지만 종이에 펜으로 쓰면 바쁜 촬영현장에서 마음의 위안을 얻곤 한단다. 

 

‘와이키키’ 촬영현장에서 만난 배우 김예원처럼 라디오 DJ에 대한 포부도 갖고 있다는 문가영은 “만약 DJ를 하게 된다면 청취자들과 함께 한 달에 한권 책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싶다”는 계획까지 준비했다.

반짝반짝 빛나는 외모, 똑 부러지는 생각, 지식과 지혜까지 갖춘 이 뇌섹녀의 단점은 무엇일까. 문가영은 “생각이 너무 많은 게 단점”이라고 했다.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여러 버전을 준비하다 보니 고생을 사서 하는 편이라고. 그래서 다이어리에 올해의 키워드를 ‘두려움 없는 설렘’으로 쓰고 고민을 줄이려고 노력 중이다. 

 

그는 “설렘이라는 감정에는 두려움이란 수식어가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며 “이제 막 작품이 끝난 만큼 설레는 마음만 안고 가겠다”고 인사를 전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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