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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민의 스토리가 있는 여행] "웬 공자님 말씀? 우리시대 나침반이 돼주니까요"

[인터뷰] 본지 '남민의 스토리가 있는 여행' 두번째 시리즈 앞둔 남민 작가

입력 2021-06-29 07:00 | 신문게재 2021-06-2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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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민 작가는 논어의 명구절에 우리 역사의 인물과 현장, 그리고 여행을 결합하는 새로운 시도로 주목을 끌고 있다. 그는 논어가 ‘나를 다잡아주는 인생의 나침반’이라며 논어 일독을 권한다. (사진=남민)

 

“논어는 인생의 나침반… 논어 정신이 담긴 우리 역사현장에서 의미와 가치를 찾아봅시다”

 

브릿지경제는 ‘남민의 스토리가 있는 여행’ 첫 시리즈 ‘근현대사의 흔적들’에 이어 두 번째 시리즈로 ‘논어 따라 떠나는 우리 땅 역사기행’을 게재한다. 이 글은 남민 작가의 2020년 저서 <논어 여행> 중에서, 오늘날 우리 삶의 지혜가 담긴 우리의 역사 현장을 찾아 논어 속 명구와 함께 그 의미를 새기며 여행하는 기사용 콘텐츠로 재구성한 것이다. 작가를 만나 논어와 여행의 가치와 의미를 들어보았다. 

 

 

- 인문여행 작가로서 특히 공자에 관해 많은 연구를 하시고 논어를 통한 가르침에 각별한 의미를 두고 계신 것으로 압니다. 지금 우리가 논어를 배워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요.

 

“공자는 ‘지혜로우면 즐겁게 살고, 인자하면 오래 산다(知者樂, 仁者壽)’고 말했습니다. 굳이 공자의 말씀이 아니라 해도 우리는 오랫동안 즐겁게 살고 싶어 합니다. 모든 사람의 로망, 공자는 바로 사람들의 보편적인 가치이자 공통적인 욕망, 그중에서도 바람직한 욕망을 간파해 말한 것이니 2500년 전 인물인 공자의 말에 지금도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날 환경이 점점 더 열악해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는 물론 미세먼지와 지구 온난화, 나아가 사람 간의 알력과 암투로 인해 사람들은 정신적 육체적 혼돈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때 그나마 스스로 굳건하게 믿고 지킬 수 있는 ‘언덕’이 바로 논어 속에 남긴 공자의 말씀일 것입니다. 나를 다잡아주는 인생의 나침반, 우리 시대 더욱더 공자와 논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입니다.”

 

 

- <논어 여행>에서 ‘내 탓은 없고 네 탓뿐’이라며 요즘 사회에 아쉬움을 토로하셨습니다. 이 시대를 사는 독자들에게 공자의 말씀 가운데 특별히 전해주고 싶으신 가르침이 있으시다면 부탁드립니다. 

 

“사람이 다투는 것은 서로 더 챙기겠다는 욕망 때문입니다. 그 과정에서 잘못을 범하곤 합니다. 특히 공정과 정의 부분에 사람들은 민감합니다. 내 탓이라고 사죄하면 조용해지는데, 내 탓이 아니라고 하는 순간부터 다투고 시끄러워집니다. 공자는 궁극적으로 ‘인(仁)’과 ‘서(恕)’를 목표로 합니다. ‘인(仁)’은 사람(人)이 두 명(二) 이상인 사이에서 내것부터 챙기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진 마음을 베푸는 것이고, ‘서(恕)’는 너와 나의 마음(心)을 같게(如) 하는 것, 즉 용서입니다. 상대방의 눈높이에 맞춰주고 그의 입장에서 이해해주면 용서가 된다는 가르침입니다. 

 

공자가 양보하지 말라고 한 유일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인’입니다. 그래서 “인을 행함에 있어선 스승에게도 양보하지 말라(當仁 不讓於師)”고 했지요. 심지어 공자는 내가 서고 싶은 자리에 남이 먼저 설 수 있도록 베풀라고 합니다. 물론 어렵지요. 그래서 지혜로운 사람과 인자한 사람은 그런 갈등을 피해서 즐겁게 오래 산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습니다.”

 

 

- ‘논어 따라 떠나는 우리 땅 역사기행’이라는 콘셉트가 매우 이색적입니다. 어떤 취지로 구상을 하신 것이며, 특별히 어떤 부분을 신경 써서 봐야 할까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위대한 인물들은 모두 여행을 통해 그 족적을 남겼습니다. 물론 여기서 여행이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단순히 맛집 찾아 떠나는 그런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자신의 인생을 찾아 머나 먼 길을 떠나는 여정입니다. 그 속에서 관찰하고 성찰하면서 인생의 경지를 바꾼 것입니다. 공자가 목숨을 걸고 천하를 주유했고 석가모니와 그리스도도 황야를 거닐었으며, 괴테도 알프스를 넘어 이탈리아 여행을 통해 인생의 진로를 바꿨습니다. 

 

저 역시 오래전부터 논어를 읽었지만 내용이 와 닿지 않아 읽는 것도 어려워 포기하곤 했는데, 오랜 여행을 통해 거꾸로 논어를 습득하게 된 계기들이 있었습니다. 가는 곳마다 공자의 말씀인 논어 구절을 접하게 된 것입니다. 현장에서 마주한 논어 구절은 실로 온몸으로 와 닿았습니다. 그래서 ‘논어의 명구절에 우리 역사 인물과 현장, 그리고 여행을 결합해보자’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 여행길에서 이런 착상이 떠올랐으니 여행이 주는 보이지 않은 힘이 분명 존재합니다.

  

 

 

 

- 이번에 소개하는 지역들을 특별히 선정한 기준이 있으신지요. 주요 지역에 관해 간단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인물을 따라 지역을 선정했습니다. 공자의 말씀을 철학으로 삼아 고결하고 품격 있는 인생의 발자취를 남긴 인물을 따라간 곳이 결국 그들의 고향이거나 그 역사를 남긴 현장입니다. 이 글에서는 12명의 위인과 12곳의 고장이 소개됩니다. 수원과 안동 광명 대전 통영 산청 광주 제주 강진 금산 예천 강릉 등입니다. 그 현장엔 논어에서 우리가 오늘날 새기면 좋을 명구의 혼이 담겨있습니다.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든다는 심정으로 함께 들여다보면 좋겠습니다.”

 

- 우리가 여행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지 평소 작가님의 여행철학을 간단히 소개해 주시지요.

 

“여행은 일단 마음을 열고 떠나야 합니다. 비우고 떠나야 채워서 돌아올 수 있습니다. 내 마음의 빗장을 풀어야 그곳에 존재하는 것들의 가치를 받아들일 수가 있습니다. 존재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여행을 가는 곳마다, 그곳에서 마주치는 대상물의 존재 이유를 인정하고 나면 나의 고정관념이 바뀌게 됩니다. 그래서 여행은 저수지 물처럼 고여서 썩은 물과 같았던 나를, 흐르는 시냇물로 바꿔주는 행위입니다. 또한 가급적이면 목적이 있는 여행을 권합니다. ‘내가 어디에 가서 무엇을 보며 느낌을 얻어야겠다’라는 스스로의 과제입니다. 그런 만큼 보이고 느낌을 얻고 새로운 착상이 떠오릅니다.”

 

 

- 요즘 사람들은 책을 많이 읽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작가께서 조언을 좀 해주시지요.

 

“문자를 읽는 고충 대신 동영상을 즐기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모두가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는 시대를 거스를 수는 없습니다. 오죽하면 책을 읽어준다는 방송 프로그램도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영상으로 순간순간 즐거움은 누리겠지만 영혼까지 만족시켜 주진 못합니다. 결국 사람은 자신이 누구인지,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지를 곰곰이 생각하는 순간을 맞이할 것입니다. 그 답이 책 속에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떠나간 자리, 즉 책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거나 새로운 콘텐츠를 발굴할 기회가 더 크다고 봅니다. 사람이 책을 떠난 것이지, 책 속의 길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대담=조진래 편집국장

정리=오수정 기자 crystal@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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