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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연극 ‘리차드3세’ 엘리자베스 왕비 장영남 “자분자분 최선을 다하며 행복한 배우를 꿈꿔요”

[人더컬처] 연극 ‘리차드3세’ 장영남

입력 2022-01-03 19:00 | 신문게재 2022-01-0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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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남
장영남(사진제공=앤드마크)

 

“엘리자베스에게 리처드3세는 굉장히 위협적인 존재예요. 불편하고 탐탁지 않고. 그가 언제든 아들인 에드워드 황태자의 왕권을 찬탈해 갈 거라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죠. 그것을 결코 뺏기지 않으려는, 리처드만큼은 아니지만 권력에 대한 야망도 있는 인물 같아요.”

4년만에 재연으로 돌아오는 ‘리차드3세’(1월 11~2월 13일 예술의전당 CJ토월)의 엘리자베스 왕비로 무대에 오를 장영남은 황정민이 연기하는 리처드3세와의 관계를 이렇게 설명했다. 

 

장영남
연극 ‘리차드3세’ 엘리자베스 왕비 역의 장영남(사진제공=샘컴퍼니)

“하지만 결국 리처드에 당하고 말죠. 아이들의 죽음을 지켜보고 리치몬드와 함께 도망가 후일을 도모해 리처드를 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이 피비린내 나는 세상을 멈추고 새로운 왕국을 만들겠다는, 화합과 평화로운 순간을 다짐하는 굉장히 큰 그릇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를 잃은 엄마, 엘리자베스 왕비
 

2018년 황정민이 10년만에 연극으로 복귀하며 초연된 ‘리차드3세’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작품으로 ‘오이디푸스’ ‘외솔’ ‘주홍글씨’ ‘왕세자 실종사건’ ‘메피스토’ 등의 서재형 연출작이다. 

 

1400년대 영국 시민전쟁을 배경으로 선천적으로 뒤틀린 신체를 가진 리처드 글로체스터(황정민)가 뛰어난 언변, 권모술수, 리더십, 유머감각 등으로 권력의 중심에 서는 과정을 따른다.

‘리차드3세’는 최근까지 ‘검은 태양’ ‘악마판사’ 등 드라마 활동에 주력하던 장영남의 연극무대 복귀작이기도 하다. 한태숙 연출의 ‘엘렉트라’ 후 4년만에 연극무대로 돌아온 장영남은 ‘리차드3세’에서 시민전쟁 후 왕위에 오른 에드워드4세(윤서현)의 아내인 엘리자베스 왕비를 연기한다. 2004년 앤으로 ‘리차드3세’에 출연했던 장영남은 리처드의 왕권 찬탈 야욕에 남편과 아이들을 잃고 훗날을 도모하는 엘리자베스 왕비를 “생존력이 굉장히 강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엘리자베스는 앤과는 완전 다른 인물이에요. 앤이 궁지에 몰린 작은 사슴 같은 여자라면 엘리자베스는 끝까지 자신을 버리지 않는 강한 여자 같아요. 그런 엘리자베스 왕비를 준비하면서 엄마, 자식을 잃은 엄마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장영남
장영남(사진제공=앤드마크)

 

이에 장영남은 엘리자베스를 잘 표현하는 대사로 “파괴여, 죽음이여, 학살이여! 내게서 소중한 것을 빼앗아 갈 것이라면 차라리 어서 다가와라. 나 어머니라는 신성한 이름으로 버텨낼 테니”를 꼽았다.

“리처드가 데려간 내 아이들을 어떻게든 지켜내겠다 다짐하는 대사죠. 연습실에 제 아이들로 출연하는 아이들이 있어요. 그 아이들 목소리만 들어도 슬퍼요. 이제는 아이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됐죠. 제 아들이랑 겹쳐 보이기도 해서 한번 더 보게 돼요. 그런 아이들을 잃는 건 너무 끔찍한, 상상하고 싶지도 않은 일이죠. 너무 공감되는 부분이고 (아이를 잃은 엄마라는) 거기에 집중하게 돼요.”


◇선물보따리 같은 연극 ‘리차드3세’, 용기를 준 배우 황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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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차드3세’ 2018년 공연장면 중 리처드 역의 황정민(사진제공=샘컴퍼니)

 

“긴 시간 동안 연극에서, 영화에서 뵐 때마다 멋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영화 ‘국제시장’ 후 오랜만에 연극 ‘리차드3세’에서 호흡을 맞추는 황정민은 장영남의 계원예고, 서울예대 선배다. 그의 말대로 “고등학교도, 대학교도 학교를 같이 다닌 적은 없지만” 극단 연습실, 영화, 연극 등으로 만나다 2014년 영화 ‘국제시장’에서 모자로 호흡을 맞췄다.

“제가 공교롭게도 덕수(황정민)의 엄마 역할이었어요. 선배님도 쉽지는 않았을 텐데 촬영장에서 저만 보면 ‘어무이! 어무이!’라고 큰소리로 불러주셨죠. 그때는 그저 웃어넘겼는데 지금 생각하니 저한테도, 선배님한테도 각인시켜주신 게 아니었나 싶어요. 편하게 하라고 판을 깔아주신 게 아닌가…뒤늦게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어요.” 

 

장영남
장영남(사진제공=앤드마크)

이어 “에너지가 좋은 배우”라며 “이제 막 시작하는 신입의 느낌으로 선배님의 열정을 보며 용기와 힘을 얻는다”고 털어놓았다.


연극 ‘리차드3세’에 대해서는 “리처드의 독무대, 원맨쇼 같은 작품”이라며 “영화 등에서 보던 황정민 배우와는 또 다른 모습을 보시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더불어 13인 전원이 원캐스트로 셰익스피어의 고전 명작을 굉장히 스피드하고 템포감 있게, 알차게 보여드릴 수 있는 선물보따리 같은 작품이죠.”

그리곤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리처드의 첫 등장을 꼽았다. 그는 “리처드가 처음 장을 열면서 자신이 배우가 돼 때로는 웃으면서, 때로는 동정과 연민을 불러일으키면서 엄격하고 잔인하게 권력을 가지겠다 자신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대사가 인상적”이라고 전했다.

“고전은 어려워요. 이번에 ‘리차드3세’를 하면서 원작을 읽었는데 어렵더라고요. 안읽히거나 와닿지 않는 부분들도 있었죠. 그럼에도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는 인간의 이야기였어요. 그 옛날에 쓰여졌는데도 여전히 우리를 절절하게 감동시키고 끔찍한 악몽을 주죠. 결국 예전이나 지금이나 인간의 변하지 않는 보편적인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생명력을 불어넣는 공간,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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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남(사진제공=앤드마크)

 

“무대는 저를 숨쉬게 해요. 생명력을 불어넣는 공간이죠. 극단 목화에 처음 들어갔다가 잠시 쉬다 다시 들어갔을 때부터 그랬어요. 다시 돌아가 처음 한 연극이 ‘새들은 횡단보도로 건너지 않는다’였어요. 1인 6역을 하는데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어요. 많지도 않은 대사를 할 때마다 설레고 벅차고…무대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고 신나서 죽겠더라고요.”

이어 “무대는 은혜를 베풀어주는 곳”이라 덧붙인 장영남은 “그때는 열정을 다하는지도, 치열한 건지도 모른 채 맹목적으로 즐겁고 열심이었고 그게 너무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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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남(사진제공=앤드마크)

“무대는 엄마 같아요. 따뜻함이 있죠. ‘그래 여기 내가 있던 데지’ 싶고…어려서 성장한 공간이니 잊을 수가 없어요. 추억도 많고 안정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다시 연극을 하면서 새로운 에너지를 느껴요.”


이어 “방송은 신별로 촬영하니 하나의 호흡으로 가는 무대와는 긴장감이 다르다”며 “한 무대 위에서 다 같이 긴장의 끈 놓지 않고 끝날 때까지 한 호흡을 부여잡고 있는다는 게 연극의 큰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그리곤 “계속 무대에 오르고 싶다”며 “박근형 선생님과 작업하고 싶다. 함께 한 ‘너무 놀라지 마라’가 기억에 남는다”고 털어놓았다. 

 

장영남은 ‘너무 놀라지 마라’를 비롯해 ‘내 동생의 머리를 누가 깎았나’ ‘경숙이 경숙아버지’ ‘갈매기’ 등을 함께 한 박근형 연출에 대해 “존경하는 선생님 중 한분”이라고 밝혔다.

“배우로서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 연극 ‘분장실’이에요. 제 생활에 있어서도 다짐을 많이 했던 작품이에요. 그 약속을 지켜가면서 매일 매일 너무 잘해보고 싶다에만 몰입했던 작품이죠. ‘끼꼬’라는 역할이었는데 정신이 온전치 않은 여자였어요. 매일 베개를 들고 다니는 그 여자의 집념과 집착이 좋았던 것 같아요. 프롬프터(공연 중 대사를 잊지 않도록 읽어주는 배우)로 이루지 못한, 스스로를 주인공 ‘니나’라고 착각하며 온전치 않던 그 여자를 통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집념과 열망을 배웠죠.”


◇자분자분 최선을 다하며 “행복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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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남(사진제공=앤드마크)

 

“TV, 영화 등의 출연작은 ‘치팅포인트’예요. 자분자분 잘 저장하고 다짐하면서 가는 길이죠. 2022년에도 늘 똑같이 자분자분 주어진 일을 하고 열심히 고민해서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봐야겠다 다짐 중입니다.”

장영남은 “하루도 쉼 없이 체력 소모전을 했다” 떠올리는 2021년을 “저 스스로 ‘영남아 수고했어’ 칭찬해줄만한 한해”라고 표현했다. 체력이 바닥이 날 정도였지만 “흥미롭고 재밌는 순간들”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원동력은 “끊임없이 달라지고 싶은 열망”이다.

“저는 욕심이 많아요. 배우는 매번 변하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싫증이 나는 위태로운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멈추거나 고여있거나 굳어있고 싶지 않아요. 저는 행복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보시는 분들이 저와 저의 연기에 행복하면 좋겠거든요. 행복을 주는 배우, 사람이 되려면 저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 돼야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막연하지만 ‘행복’이라는 단어가 좋아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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