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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여기, 9개의 목숨을 가진 고양이 같은 배우가 있다! 김새벽

[人더컬처] 김새벽, 영화 '소피의 세계'로 특유의 분위기 발산
다양한 필모그래피 통해 대중과 평단 사로잡아
"나의 꿈은 유쾌하고 웃기는 작품 남기는 것"

입력 2022-03-07 18:00 | 신문게재 2022-03-0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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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부부로 나오는 곽민규와는 이번 영화에서 처음 만났지만 부부로서의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게 만들어준 고마운 존재다. 그는 촬영 중간중간 “나에게 부족한 웃기는 연기에 대해 특훈을 받았다”며 고마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사진제공=마름모필름/찬란)

 

물 같은 사람이 있다. 탄산처럼 톡 쏘지도 않지만 온 국민의 음료인 커피처럼 평범하지도 않다. 생존을 위해 존재하고 온도에 따라 맛있는 차도 되는 그런 사람. 배우 김새벽은 지난 10년간 150일을 촬영 현장에 있었다. 스스로의 표현대로라면 “거의 일을 하지 않은 수준”이다. 하지만 ‘걷기왕’의 열혈 선생님, ‘항거: 유관순’에서 보여준 독립운동가, ‘줄탁동시’의 탈북 소녀 등 작지만 단단한 영화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뽐내왔다.

3일 개봉한 영화 ‘소피의 세계’는 아예 김새벽을 주인공으로 상상하며 쓴 시나리오다. 이제한 감독은 다른 영화의 스태프로  일하며 그의 카메라 밖과 안의 모습을 가감없이 봐왔고 자신의 첫 장편 데뷔작에 러브콜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렇게 북촌에 사는 평범한 부부와 우연히 그 집에 묵게 된 외국인 소피의 관계를 다룬 이 영화는 작년 1월까지 소규모 인원이 모여 11회차만에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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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부부사이인 감독과 촬영 감독의 거주지에서 촬영된 영화 ‘소피의 세계’ 메인 포스터. (사진제공=마름모필름/찬란)

 

영어가 능통한 수영과 다소 무뚝뚝한 남편 종구가 한 축을 맡고 소피의 주변인물이 닿을 듯이 교차되는 생활밀착형 영화로 ‘사람과의 관계’를 과하지 않게 다룬다. 시어머니의 병세로 사는 집을 내놔야 하는 수영과 그 사실에 괴로워 하는 종구 그리고 잊지 못한 남자를 찾아 한국에 온 소피는 인왕산이 훤히 보이는 북촌의 집에서 각자의 상처를 드러낸다. 

김새벽은 “개인적으로 나는 멘탈이 약한데 감독님을 날 단단한 사람으로 보더라. 수영의 그런 성격을 나에게 발견하셨다며 시나리오를 주셨다”면서 “인간관계의 밸런스를 다루지만 동시에 거기서 오는 두려움을 다룬 솔직한 영화”라고 정의했다.

우연히 소피가 한국에 다녀간 블로그를 보게 된 수영이 당시를 추억하며 시작하는 영화는 곧 바스러질 것 같은 부부 사이를 사실감 있게 다룬다. 서로에게 ‘~씨’라는 호칭을 유지하는 이들은 서로의 선을 넘지 않기 위해 조심한다. 하지만 결국 그 선을 넘은 순간 둘은 오열하고 부둥킨 채 서로에 대한 진한 감정을 다시금 마주한다. 화자는 외국인 소피지만 대부분의 질문과 행동은 수영을 통해 진행되는 점이 이 영화가 가진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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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피의 세계’의 김새벽.(사진제공=마름모필름/찬란)

 

“대학시절 관광학을 전공하긴 했지만 영어 대사가 쉽지는 않았어요. 소통만 되는 영어를 원하셨는데 최대한 있는 그대로 외웠죠. 둘이 싸우는 롱테이크 신이요? 워낙 상대배우인 민규씨가  종구로서의 에너지를 주셔서 대본에 충실할 수 있었어요. 제가 진심으로 수영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만 하려했구나 반성했던  순간이었습니다.”

김새벽은 자신의 직업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숨기지 않았다. 앞서 밝힌 ‘일이라고 하기엔 미미한 촬영일자’에 대해서도 자칫 유명세에 관련된 멘트가 될까 선을 긋는 모습이었다. 평범한 집안의 조용한 둘째 딸이었다는 김새벽은 데뷔하자마자 독보적인 분위기와 연기력으로 충무로를 사로잡았다. ‘그 후’ ‘초행’ ‘풀잎들’  ‘국경의 왕’ 등  쉼 없는 작품 활동을 펼쳤고  ‘써니’ ‘제보자’ ‘타짜-신의손’ 등 상업 영화에서도 성공을 거뒀다. 그중 ‘벌새’는 제56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여우조연상, 제39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여우조연상을 그의 품에 안겼다.

그는 “현실적으로 이 정도로 일하는 게 좋긴 한데 조금 더 많은 현장을 만나려고 한다”면서 “더 유명해져야겠다는 다짐보다는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믿을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을 뿐”이라고 인연에 대한 소중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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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피의 세계’의 김새벽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제공=마름모필름/찬란)

 

이어 이번 영화에 대한 남다른 애정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모든 현장이 다 좋을 수는 없지만 좋은 사람들과 하며 얻는 힘을 느낄 때마다 못하는데 잘 해보고 싶다는 고집이 세지는 편”이라며 “‘소피의 세계’는 앞으로 7년은 더 버틸 만한 파워를 충전한 작품”이라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코로나19가 생활화된 상황이 스크린에 가득차 있다. 캐릭터들은 흡사 서울 어딘가에서 실제 마스크를 끼고 한번쯤 마주쳤을 법한 모습으로  공감과 힐링을 자아낸다. 

“사람을 표현할 때 연기적으로 ‘결’이라는 게 있잖아요. 선배님들의 공통점을 보면 연기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고민하시지만 그 부분(결)은 정말 유연한 걸 느껴요. 저는 그 방향조차 모르겠는데.(웃음) 그래서 제 감정을 두루 꺼내 쓸 수 있는 훈련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요? 저를 표현하는 데 주저없고, 솔직하고, 웃기는 사람이 되는 꿈을 항상 꿉니다. 현실로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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