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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뮤지컬 ‘서편제’ 차지연만의 소릿길, 송화처럼 한결같이 걷고 또 걷는!

입력 2022-09-2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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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지연
뮤지컬 ‘서편제’ 송화 역의 차지연(사진제공=페이지원)

 

“저 스스로 느끼기에 이번 시즌이 가장 묵직하고 담백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 방향으로 가고 있죠. 제가 처음 이 작품을 했을 때가 스물아홉이었어요. 그 나이에 판소리를 해야한다고 하고 뮤지컬 넘버들에서는 만날 수 없는 원망을 다 토해내며 호소하는 듯한 곡들을 하는 게 두렵기도 하고…그랬거든요.”

차지연은 초연부터 마지막 시즌임을 발표한 2022년까지 묵묵히 소리꾼의 길을 걷는 송화(차지연·이자람·양지은·유리아·홍자·홍지윤, 이하 관람배우·시즌합류·가나다 순)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뮤지컬 ‘서편제’(10월 23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뮤지컬 서편제 공연사진 - 차지연5 [제공=PAGE1]
뮤지컬 ‘서편제’ 송화 역의 차지연(사진제공=페이지원)

하물며 ‘서편제’에서 차지연은 송화로서 5분 안팎 분량의 판소리 ‘심청가’를 온전히 소화해야 한다. 차지연은 “테크닉이 아닌 제 느낌으로 표현되는 송화의 ‘심청가’”라며 “그 상황 안에 있음으로서 힘을 발휘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거기에 송화로, 심봉사로, 심청으로, 해설자로, 그 역할들로 존재하면서 감정들, 그 정서를 전달하는 느낌의 소리거든요. 그래서 따로 (전문 판소리) 훈련을 받기 보다는 중간중간 혼자 소리를 해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하고 있든 ‘레드북’을 하고 있든 그냥 툭 생각나면 ‘심청가’를 혼자 해요. ‘사랑가’도 부르고. 제 딸이 흥얼거릴 정도죠.”

뮤지컬 ‘서편제’는 임권택 감독의 영화로도 만들어져 사랑받았던 이청준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2010년 이지나 연출을 비롯해 조광화 작가, 윤일상 작곡가, 김문정 음악감독이 의기투합해 초연됐다.

 

스스로의 소리를 인정받지 못해 사무친 아버지 유봉(남경주·서범석·김태한), 아비에 대한 미움과 이복동생을 향한 애틋함을 소리로 승화시킨 예인 송화, 어미의 죽음에 얽힌 증오로 새로운 소리를 꿈꾸는 동호(김동완·김준수·송원근·재윤)가 저마다의 소리를 찾아가는 여정을 따른다. 차지연은 초연부터 2011년, 2014년, 2017년에 이어 올해 다섯 번째 시즌까지 송화로 함께 하며 “매 시즌 다른 모습을 보이려 애써 왔다.”

“지금도 그렇지만 저는 소리꾼이 아니니 기술적으로 흉내 내고 있는 사람이에요. 당시에는 어린 나이였고 다양한 경험도, 삶의 여유도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소리하시는 분들이 ‘저건 너무 아니다’라고만 하시지 않도록 정말 열심히만 했죠.”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하고 맑은 민트색 송화를 위해

뮤지컬 서편제 공연사진 - 차지연8 [제공=PAGE1]
뮤지컬 ‘서편제’ 송화 역의 차지연(사진제공=페이지원)

 

“그냥 다 쏟아내는 것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것이 저의 유일한 무기라고 생각해서 굉장히 많이 울었죠. 그동안의 송화는. 눈물의 양도 좀 줄었지만 그 질감이 좀 다른 것 같아요. 그때 흘린 눈물과 지금 흘리는 눈물은 조금 다른 의미랄까요.”

그리곤 “초연은 굉장히 거칠고 어떻게 보면 정돈돼 있지 않고 투박한, 정말 날 것의 느낌이어서 그 무대가 너무 소중하다”며 “그때의, 스물아홉 (차지연의) 송화는 어떻게 표현됐는지 영상도 남아 있질 않아서 아쉽다”고 말을 보탰다. 

 

배우 차지연 프로필1 [제공=씨엘엔컴퍼니]
뮤지컬 ‘서편제’ 송화 역의 차지연(사진제공=페이지원)
“첫 공연에서는 25명 남짓 관객 앞에서 공연을 했어요. 제 공연 중 가장 적은 관객수일 거예요. 그 첫무대가 잊혀지질 않아요. 심경이 복잡했죠. 속상하기도 하고 명창도, 소리 전공자도 아닌 저를 보러 와주신, 소수지만 귀한 분들에게 절대 실망을 드리고 싶지 않고…그래서 더 열심히 잘 해야겠다 했어요.”

스물아홉이던 그는 이제 마흔을 넘어섰고 한 아이의 엄마이자 아내가 됐다. 그는 “바뀐 삶의 상황, 체험한 새로운 삶이 고스란히 무대로 연결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오히려 스물아홉의 송화보다 지금 송화가 더 맑은 것 같기도 해요. 그땐 정말 눈물로 많이 호소했다면 지금은 좀더 단단해지고 담백해진 것 같아요. (‘서편제’에) 굿바이를 하면서의 목표는 맑고 담백하고 꼿꼿이 서는 거예요. 송화를 상징하는 깨끗하고 맑고 옅은 민트색을 지키기 위해 노력 중이죠.”

이어 “작품을 시즌을 거듭하면서 뭔가를 더 찾아내려는 노력이 좋은 방향으로 가면 더 깊어지지만 자칫 객관적 시야를 잃거나 판단력을 가리는 경우도 생겨난다”며 “그 작품 자체가 말하고자하는 것과는 동떨어진 방향으로 가는 경우도 너무 많이 봐 왔다”고 덧붙였다.

“티 없는 송화를 조금이라도 오염시켜서 보내고 싶지 않아요. 처음 만났던 송화 그대로를 지키고 싶어요. 제가 그 민트색에 요만큼의 먼지 하나라도 얹어서, 저라는 사람 때문에 더러워지거나 오염되거나 추해지지 않도록 노력 중이죠. 그 민트색을 절대적으로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명백하게 자리잡고 있다 보니 더 덜어내려고 노력했고 억지로 무엇인가를 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어요. 상황과 장면들에 그대로 잘 서 있고 감정들을 잘 느끼고 표현해야겠다 다짐했죠.”


◇“눈부시게 찬란하고 아름다웠던 내 청춘”…뮤지컬 ‘서편제’에 안녕을 고하다

뮤지컬 서편제 공연사진 - 차지연6 [제공=PAGE1]
뮤지컬 ‘서편제’ 송화 역의 차지연(사진제공=페이지원)

 

“지금보다 더 나이든 제가 표현하는 송화를 보고 싶어하는 관객들도 계시고 저도 사랑하는 역할이고 이 작품에 대한 애정도 크지만 마지막이라 허전하거나 섭섭하지는 않아요. 여기까지가 아름다운 만남이겠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렇게 전한 차지연은 “참여할 때와 보내줘야할 때, 그 시기를 스스로 잘 인지하고 느끼고 선택하는 것도 배우로서의 덕목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며 “그런 생각을 하던 차에 (뮤지컬 ‘서편제’가) 굿바이라고 해서 의미가 굉장히 크다”고 털어놓았다. 

 

뮤지컬 서편제 공연사진 - 차지연1 [제공=PAGE1]
뮤지컬 ‘서편제’ 송화 역의 차지연(사진제공=페이지원)

“시즌이 거듭된다 해도 앞으로 더 참여는 어렵지 않을까, 스스로도 마지막이지 않을까 하는 순간이었거든요. ‘너와 내가 같은 시기에 멋있게, 아름답게 헤어질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뮤지컬 ‘서편제’는 눈부시게 찬란하고 아름다웠던 제 청춘이었거든요. 20대 후반부터 40대까지, 심지어 30대를 온전히 관통한 작품이죠.”

차지연은 “이렇게 오래 해본 작품도, 매 시즌 참여했던 작품도 없었다. 배우가 이렇게까지 한 역할을 오래 할 수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라며 “쏟았던 열정과 진심, 노력을 관객이 알아주셔서 지속할 수 있었다. 더불어 송화가 나라는 사람 때문에 티끌 하나라도 묻어서 오염되거나 더러워지지 않도록 노력해온 증거가 되는 것 같아서 보람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제가 관객 수를 민감하게 생각하는 배우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서편제’ 시즌마다 첫 공연과 마지막 공연은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빼곡하게 관객들이 채워주셨어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 같아요. 그 감사함은. 특별하지도, 대단하지도 않은 제가 무대에 설 기회를 얻게 된 그 자체도 감사한데 과한 사랑을 받고 있는 것에 또 감사해요. 그래선지 매 공연 커튼콜 때의 목표는 ‘울지 말자’인데 쉽지 않아요.”

이어 “단지 관객과 배우로서의 느낌이 아닌, 삶 일부인 시간, 돈, 사랑하는 이들과 스케줄을 맞추는 정성 등을 들여서 와주시는 분들”이라며 “그렇게 간단하지도, 간편하지도 않은 물리적 과정, 저렴하지 않은 가격 등 여러 가지 것들을 유추할 때 감사하고 벅차다”고 덧붙였다.

“그 분들 덕분에 제 삶의 목표인 ‘좋은 배우로 늙어가기’ 행보에서 ‘배우로서 부끄럽거나 배우답지 못하게 늙어가지는 않고 있구나’ ‘잘 걸어가고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요. 이제야 말 할 수 있지만 서러운 시간도 많이 겪었거든요.”

 

뮤지컬 서편제 공연사진 - 차지연7 [제공=PAGE1]
뮤지컬 ‘서편제’ 송화 역의 차지연(사진제공=페이지원)

 

이렇게 고백한 차지연은 “제 뜻과는 상관없이 많은 작품들에서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일들이 일어났고 아무런 힘이 없어서 그걸 지켜만 봐야하는 때도 있었다”고 부연했다.

 

“그런 과정에서 이 깨물고 견디고 삭히면서 여기까지 걸어온 길을 조금은 보답받는 것 같고 이제야 제 진심을 알아주시는 분들이 더 많이 생긴 것 같달까요. 제 마음을 알아주시는 내 편이 더 많이 생긴 것 같아요.”

그리곤 “단순히 ‘서편제’의 송화로 인사드리는 게 아니라 ‘멋진 배우’로 늙어가는 배우와 관객으로 같이 서 있다는 게 굉장히 큰 힘이 된다”고 털어놓은 차지연은 ‘서편제’에 대해 “뭐라고 딱 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없는 작품”이라고 했다.

“이 작품을 본 분들과 무언의 무엇으로 교류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화려함도, 테크닉적인 장치들이나 도구들도 없지만 어떤 작품보다 화려하고 묵직하게 마음에 남기를 바랍니다. 화려하다는 건 색감이나 실질적인 무대장치 등이 아니라 한 인물의 삶과 다양한 색채들이 맞물리면서 풍성해진, 묵직한 화려함으로 기억되면 좋겠어요.”


◇여전히 쉽지 않은 길, 그럼에도 걷는


뮤지컬 서편제 프로필_차지연 [제공=PAGE1]
뮤지컬 ‘서편제’ 송화 역의 차지연(사진제공=페이지원)

 

“올초 ‘블랙의 신부’ 홍보 일정 직전까지도 무대를 그만둬야하나 할 정도로 회의감이 들었어요. 그 본질적인 이유가 제가 아닌, 너무 많은 상황들이나 사건·사고에 지쳐서 였어요.”

차지연은 “저 역시 자잘한 실수는 하지만 바르고 옳고 정의롭게 살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끊임없이 신경쓰고 저 스스로를 돌아보며 반성하는 이유는 배우가 어떻게, 무엇을 위해 살고 바라보는지가 무대에 그대로 투영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무대는 정말 무서운 공간이에요. 그래서 시간이 흐를수록 무대처럼 무서운 곳이 없다고 뼈저리게 느끼고 있죠. 사람에게는 진실을 보는 영의 눈이 있거든요. 아무리 예쁜 드레스를 입고 선한 느낌의 연기와 노래를 부른다 할지라도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았는지 기운이 고스란히 느껴져요.”

 

이에 “평소 삶에서도 부끄럽지 않으려 노력한다”는 차지연은 “뮤지컬을 시작하고 지금까지 맨땅에 헤딩하듯 버텨오면서 서러운 상황들, 수모들을 정말 많이 겪었다. 그래도 감사한 건 그 같은 경험들로 타격을 입었을 때 ‘나한테 작게라도 힘이라는 게 생기면 절대 저렇게 하지 말아야지’라는 방향성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뮤지컬 서편제 공연사진 - 차지연3 [제공=PAGE1]
뮤지컬 ‘서편제’ 송화 역의 차지연(사진제공=페이지원)

“지금처럼 꾸준히, 매회 다시는 공연을 안할 사람처럼, 그날이 끝인 것처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느 순간부터 ‘티켓 파워’라는 말을 정말 많이 쓰시더라고요. 먹고 사느라 바빠서 그게 뭔지도 모르고 직진만 하다가 ‘그것을 얻을 창구도, 방법도 없는데 이제 나는 어쩌나’ 싶었죠.”


이같은 고민 속에서 그는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주문을 걸었다.” “너의 티켓파워는 지연아. 무명이고 신인인 너를 기대 반 두려움·걱정 반으로 찾아주신 관객분들에게 매회차를 진심으로 보여드리고 그 마음을 관객분들이 알아주실 때 생긴다”고. “다소 더디지만 그렇게 켜켜이 쌓여 서로에게 보내는 신뢰가 끈끈한 티켓 파워로 큰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그렇게 걸어온 세월을, 이 바닥을 왜 서로 욕하고 험담하면서 시궁창을 만드는지 속상했어요. 누군가는 욕하기 전에 바로잡아주려 노력하거나 대화하거나 규칙들을 만들어 보는 등 서로에게 좋은 방향으로 알려주고 조언해 주면 참 좋을 텐데…. ”

이에 차지연의 목표는 “(서로에게 좋은 방향으로 알려주고 조언해 주는)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것”이다. 그는 “저에게 어느 정도 힘이 생기면 그것을 이해하고 내 뜻이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그런 배우의 길을 가보고 싶다”며 “무대 뿐 아니라 무대 뒤, 밖에서도 그렇게 살려고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초연 때는 ‘희생’이라는 말이 좀더 적합했다면 지금의 송화는 스스로 삶과 방향성을 선택하면서 좀더 단단해졌어요. 자신의 길을 그냥 묵묵히 가죠. 저 역시 배우로서 그랬어요. ‘왜 잘 안되는 작은 작품만 하냐고 하고 누군가는 ‘멍청하고 더딘 길을 가냐’고도 했죠. ‘그래서는 스타가 못된다’ ‘성공하기 어렵다’ 등의 얘기를 들을 때는 혼란스럽고 속상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는 ‘스타’가 아닌 오래 연기할 수 있는 배우”를 꿈꿨다. 이에 차지연은 탄탄하게 연기를 배우고 노래도 끊임없이 생각하고 촌스럽거나 올드해지지 않게 내 목소리를 들어야 하고…그렇게 예민하게 걸어왔다.


차지연
뮤지컬 ‘서편제’ 송화 역의 차지연(사진제공=페이지원)

 

그렇게 차지연은 ‘서편제’의 송화처럼 좋지 않은 피드백이나 흥행 실패 등을 두려워 하기 보다 그것을 바탕으로 더 성장하고자” 했으며 “그 과정 속에서 살아 있음을 느꼈고 그래서 끊임 없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게 됐다.”

 

“연극이든, 드라마든, 뮤지컬이든 장소와 시기, 상황을 잘 알아서 지혜롭게 흘러가는 배우이고 싶어요. 환경은 다르지만 어떻게 보면 송화와 제가 걷는 길이 비슷한 지점들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선지 이번에 좀더 송화와 마음이 붙었다고 할까요,”

이후 드라마와 무대를 동시에 선보일 예정이라고 귀띔한 차지연은 무대 차기작에 대해 “아직 밝힐 수는 없지만 제가 굉장히 마음을 쏟고 있는 작품이어서 너무 기대가 된다”며 “초연작으로 ‘레드북’ 때 만큼 놀라실 수도 있다”고 웃었다.

“저도 그렇고 (이)자람 언니도 그렇고 초연부터 지금까지 제일 어렵고 부담스럽고 긴장되는 때가 극 시작하자마자 첫 넘버인 ‘살다보면’이에요. 그 긴장감이 기분 좋고 감사해요. 12년이 지난 지금도 매회 긴장하고 침을 꼴깍꼴깍 하면서 극을 연다는 건 제가 나태해지거나 이상한 자신감을 부리고 있지 않기 때문인 것 같거든요. 그래서 그 긴장감이 더 반가워요. 나를 과시해서 내 맘대로 가는 배우가 아니라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데 집중할 줄 아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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