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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안 들려~" 소리없는 경고… 치매진단 전 '난청' 고통

[100세 시대] 치매, 잘못된 상식과 주요 원인
치매 징후 미리 알 수 있다… 환자와의 대화법 이렇게

입력 2023-01-17 07:00 | 신문게재 2023-01-1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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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치매 중에 가장 흔한 형태가 알츠하이머이다. 치매 환자의 70% 가량에 이른다. 신경세포의 말단이 망가져 세포 간 소통에 필요한 화학적 과정이 손상된 병이다. 뇌에 지나치게 축적된 단백질이 원흉이며, 특히 해마가 신경세포를 파괴하는 것이 그 시작이라는 사실은 거의 입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개의 알츠하이머가 65세 이후 발병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증세는 이미 진단 오래 전부터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치매 발병의 다양한 원인들을 미리 잘 살피고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치매에 대한 잘못된 믿음

<치매의 모든 것>을 쓴 세계적 노인 심리학자 휘프 바위선은 치매에 대한 그릇된 정보와 선입견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선, 치매가 주로 고령자에게서 발병한다고 하는 믿음이다. 그는 알츠하이머가 50세 이하 젊은 사람에게도 발병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더라도 100% 확신하지 말라고 말한다. 환자 사망 후 뇌 조직을 검사해 봐야 완벽한 진단을 내릴 수 있는 질병이라는 얘기다.

알츠하이머는 예방은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발병을 늦출 수는 있다고 말한다. 건강한 생활습관이나 기억력 훈련도 병 자체를 막을 수는 없으나 건강한 생활습관이 발병을 늦출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지적한다. 그는 알츠하이머가 유전병은 아니지만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도 있다고 주의를 당부한다. 그러면서 “부모가 65세 이상인 성인 3명 중 한 명은 조만간 치매 부모를 간병하게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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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 다양한 발병 근원부터 차단하라

치매의 생리적 원인으로는 중독이 첫 손으로 꼽힌다. 술과 중금속, 트라이클로로에틸렌, 일산화탄소 중독은 물론 안정제나 수면제, 항우울제 같은 약물 중독도 원인이 된다고 한다. 다음은 영양결핍이다. 비타민 B1 B2 B12와 철분 결핍이 치매의 한 원인이다. 빈혈이 잦은 환자의 경우 특히 요주의 대상이다.

이밖에 독감이나 폐렴, 방광염 같은 발열질환이나 갑상선, 췌장, 부갑상선, 부신피질 같은 호르몬 생성기관의 질환도 치매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매독이나 뇌염 뇌암 결핵 수두증 같은 뇌질환에 걸리지 않도록 특히 주의해야 한다. 치매 발병의 심리적 요인으로는 불안과 우울증, 슬픔, 고독 등이 꼽힌다. 스트레스 같은 사회적 원인도 있다. 승진이나 은퇴, 인간관계의 상실, 왕따나 배척 같은 것 들도 치매를 부를 수 있는 요인들이다.


◇ 치매의 초기신호를 잡아라

치매의 가장 대표적인 사전신호는 건망증이다. 일상 생활을 방해할 정도로 건망증이 잦아진다. 사용하는 언어가 단순해지고 틀린 문법과 부정확한 단어 사용이 많아진다. 별 일이 아닌데도 기분이 오락가락 한다. 사람을 피하고, 갑자기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한다. 선뜻 뭔가를 시작하지 못하고 집중력이 빠르게 떨어진다. 늘 해 왔던 일도 힘들어 한다.

옷을 거꾸로 입거나 어울리지 않는 색깔의 옷을 입는 등 외모가 달라지면 치매를 예상할 수 있다. 음식을 함부로 버리고 상한 음식을 냉장고에 두는 경우도 생긴다. 음식을 태우거나 가스 밸브를 안 잠그는 등 자주 사고를 친다. 체면 때문에 자신의 실수를 숨긴다. 익숙한 환경도 헷갈려 하고 점점 이기적으로 변한다. 수면 리듬까지 갑자기 바뀐다. 자주 눕게 되는 것이 전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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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매와 연관 질환, 오래 전부터 나타난다

치매와 연관되는 질환들은 치매 진단 이전 오래 전부터 나타난다는 미국 국립 노화 연구소(NIA)의 연구 발표가 최근 화제가 된 바 있다. 로리 비슨-헬드 박사 연구팀이 ‘볼티모어 노화 종단연구’ 대상자 중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 347명, 혈관성 치매 환자 76명, 치매가 없는 노인 811명을 대상으로 치매군과 연령·성별을 매치시킨 후, 치매그룹이 치매 진단 5년 전과 1년 전, 그리고 치매 진단을 받은 해에 어떤 질병이 있었는지를 살폈다.

연구 결과, 알츠하이머 그룹은 치매 진단 전에 30%가 난청(39%)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요실금(23%)과 우울증(11%)이 뒤를 이었다. 혈관성 치매 그룹에서도 난청이 49%로 가장 많았다. 심전도 비정상(41%), 부정맥(37%), 심방세동(30%)이 뒤를 이었다. 전체적으로 알츠하이머 치매 그룹은 진단 전에 순환계와 피부, 비뇨생식기 질환, 정신장애, 감각기관 장애가 주로 나타났다. 혈관성 치매 그룹은 심뇌혈관 질환, 신경장애가 많았다.

 

◇ 기억장애와 기억상실

알츠하이머 환자는 단기 기억 정보를 장기 기억으로 옮길 수 없다. 시·공간 감각에 모두 문제가 생겨 자주 길을 잃거나, 방금 전에 일어난 일도 까먹고, 새로운 걸 배우기 힘들어한다. 심지어는 휴대폰 사용법조차 잃어 전화도 제대로 걸거나 받지 못한다. 이런 기억장애는 실수와 실패에 예민하게 만든다. 무력감과 우울감을 자주 보이고, 공격적인 성격으로 변하기도 한다. 핑계와 변명도 부쩍 늘어난다.

기억장애가 진전되면 기억상실이 찾아온다. 이 단계가 오면 혼자 생활할 수 없어 조력자가 필요해 진다. 출근을 반복하거나 자신이 결혼했다는 사실까지 까먹는다. 친한 사람을 못 알아보는 것은 다반사이고, 오래 전에 죽은 사람이 마치 살아있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등 오래 전 기억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 어떤 상황에 있는지도 잘 인식하지 못한다. 예의범절은 물론 기본적인 소통법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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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 치매환자와 소통하기

치매환자들과의 소통은 늘 어렵고 힘들다. 특히 알츠하이머 환자들은 ‘착어증(錯語症)’ 탓에 언어 이해력이나 구사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휘프 바위선은 3단계로 구분했다. 1단계는 위태로운 자아 단계다. 자신이 대화를 하다가 멍할 때가 있다는 사실을 의식한다. 2단계는 길 잃은 자아의 단계로, 이제 대화가 힘들어 진다. 말수도 한결 줄어들고 문장과 단어의 반복이 잦아진다. 가족도 잘 이해하지 못한다. 3단계는 침울한 자아의 단계다. 언어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앞 뒤 맥락 없는 말을 자주 한다.

이런 변화가 감안되면 그 때마다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최대한 간략하게 말한다. “차 마시고 드라이브 가요” 식으로 두 가지를 동시에 물어선 안된다. 어른에게 하듯 말한다. “응가할까?”,“내 말 잘 들으면…” 같은 표현은 금물이다. 환자의 체면을 구겨 스스로를 모자란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와 과거 이야기를 가능하면 나눠 얘기한다. 공간 개념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환자의 느린 속도를 이해해야 한다. 바위선은 “치매환자가 아니라도 노인이 되면 한 가지 질문에 반응하는데 5초가 걸린다”고 말한다. 자주 칭찬하고 격려해 주는 게 좋다. 환자가 평소 좋아하는 주제를 찾아 얘기를 나누는 것이 도움 된다. 자꾸 이유를 캐묻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그저 귀 기울여주고 고개를 끄덕여 주거나 “네”라면 족하다. 절대 토론은 삼가 한다. 도저히 대화를 못하겠거든 차라리 주제를 돌리는 게 낫다고 한다.

조진래·안상준 기자 ansang@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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