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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다들 '매운 맛'의 김서형을 말하지만..."이 또한 배우의 몫"

왓챠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속 죽음 앞둔 편집장 역할
주변과 이별 준비하는 캐릭터 부러워 하며 연기
"엄마이자 아내로서의 경험 없기에 더욱 노력, 결혼한 후배들 어른으로 보여"

입력 2023-02-05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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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형3
평소에도 죽음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자주 해 보는 편이라는 김서형은 “실제로 이런 아픔을 겪고 있는 분들을 위해서 진심을 다해 현재의 삶에 포인트를 두고 연기했다”고 밝혔다. 사진제공=키이스트)

 

동네 친구에서 부부가 되었다.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비슷한 일을 하고 아이도 낳았지만 결혼생활을 쉽지 않았다. 긴 고민 끝에 이혼 도장을 막 찍으려는 찰나 아내는 대장암 진단을 받는다. 왓챠의 웹드라마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는 떠나는 아내의 밥상을 차리는 남편의 부엌 일기인 강창래 작가의 원작을 12부작으로 완성해 냈다.

한끼 식사가 소중해진 아내를 위해 서투르지만 정성 가득한 음식 만들기에 도전하는 남편 창욱 역은 한석규가 맡았다. 김서형은 ‘남에게 부탁은 절대 못하는’ 깐깐한 성격이지만 시한부 삶의 마지막을 그에게 맡기는 다정으로 나온다. 

 

메인포스터
한 끼 식사가 소중해진 아내를 위해 서투르지만 정성 가득 음식 만들기에 도전하는 남편과, 그의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드라마를 표방하는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의 메인 포스터. (사진제공=왓챠)

쥐똥고추를 넣은 매운 잡채, 들기름을 뿌린 김치밥, 청경채를 넣은 해삼탕, 바삭하게 구운 대패 삼겹살까지 메뉴만 따로보면 ‘K먹방’의 위대함을 기대하게 만들지만 정작 보면 ‘슴슴한 맛’이 영혼을 잠식한다. 

 

간이 된 음식은 기본으로 점점 끼니를 먹지 못하게 된 아내를 위해 요리에 도전하는 과정과 더불어 울타리로서의 가족이 보여주는 든든함은 기대 이상이다.

“봇물같이 쏟아지는 자극적인 작품들이 속에서 ‘이렇게 잔잔한 이야기도 통할까?’ 싶었는데 반응이 좋아서 뿌듯해요. 솔직히 큰 기대치로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배우로선 이런 작품을 하는 게 맞다고 봤거든요. 사실 저도 아버지를 암으로 잃었는데 가족이 다시 모이는 과정, 무엇보다 아픔을 더 아프게 보여주는 것보다 스며드는 연기톤에 집중했습니다.”

 

스스로 “효녀는 아니다”라고 평가한 김서형은 20대 초반부터 고향인 강릉을 떠나 서울에서 활동을 했다. 아버지의 암 소식을 듣고서는 오히려 덤덤했다. 하지만 마지막 통화가 될 줄도 모른 채 갑작스럽게 아버지가 떠났을 때의 충격은 여전하다. 

 

드라마 ‘아내의 유혹’ 악녀 역할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때 였다. 쇄도하는 인터뷰와 해외 프로모션, CF촬영까지 1분 1초를 쪼개 쓰던 시절이었다. 그래서인지 15년 전의 일인데도 “누구나 죽는다는 생각을 하지만 정작 실감하진 않는다. 그렇기에 더더욱 죽음을 대비하는 다정과 주변과 작별하는 과정이 부럽더라”며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독립적인 성향이 강한 편이긴 해요. 사람들은 늘 시간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없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은 편입니다. 지금도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은 후배들을 보면 저보다 훨씬 어른으로 느껴져요. 그래서 더 결혼을 못하나 싶기도 하지만.(웃음)”
 

김서형
김서형은 오는 4월 ENA, 지니 TV 드라마 ‘종이달’ 공개를 앞두고 있다. (사진제공=키이스트)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에서 가장 많이 들은 지적은 “복스럽게 먹지 말라”였다. 타고난 태생이 마른 체구지만 깨작거리는 편이 아니라 이호재 감독이 “젓가락에 음식 좀 적게 잡아 달라”는 요구를 자주 받았다고.

 

극 후반으로 가면서 극도로 말라가는 설정이지만 일부러 체중 감량을 하지는 않았다. 호스피스에서 보내는 후반 촬영 부분에는 감정적으로 소모가 많아 얼굴 살이 절로 빠지는 기적(?)을 맛보기도 했다.

배우이기 전에 성우 활동을 한 한석규 특유의 다정한 목소리 톤이 에피소드를 이끌지만 11화 ‘당신은 당신이 만드는 주스’는 김서형이 오롯이 ‘정형화되지 않은 죽음’으로 채운다. 

 

통증에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지난 세월을 반추한 부부는 기억이 부르는 음식을 요구하고 어설프지만 완성해 내며 이별을 준비해 나간다.

 

 

“유독 이 작품은 두 달 가까이 잔상이 남았어요. 몸에 과부하가 올 정도였죠. 오래 연기 생활을 해왔기에 체력적으로나 성격적으로 바로 다음 작품을 하지 못한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죽음 앞에 무릎 꿇지 않는 연기’에 매료됐던 것 같아요.”

외모와 달리 강한 성격이 아니지만 도시적이고 차가운 역할 제안은 배우와 개인 사이에서 해결해야 할 몫이다. 조용하고 정적인 성격임에도 성향과 정반대인 역할을 만나 몇 달을 사는 직업은 김서형이 스스로도 몰랐던 모습을 발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는 “천성에 안 맞아 몸과 마음이 망가지고 힘들었던 적도 분명 있다. 하지만 그게 배우의 운명”이라고 단언했다.

“이 작품을 하면서 엄마가 어린시절 만들어준 카스테라 생각이 그렇게 나더라고요. 요리 솜씨가 좋으셨거든요. 요즘 파는 부드러운 스타일은 절대 아니고 프라이팬에 각종 야채들을 넣어 먹을 때 빡빡할 정도였는데 정말 맛있었어요. 손도 큰 편이라 한번 만들면 잘라서 비닐에 넣어 보관해 뒀다가 먹을 정도였죠. 바로 먹고싶다고 전화해야 겠어요.(웃음)”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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