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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알짜 투자처? '단지 내 상가' 투자주의보

입력 2023-04-24 07:00 | 신문게재 2023-04-24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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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

아파트 입주민을 배후 수요로 둔 단지 내 상가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처이자 분양불패 상품으로 꼽혔다. 특히 단지가 클수록 더욱 그랬다.

 

사실 과거 공급업체들은 빠른 시일 내에 상가를 분양하는 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팔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지가 큰 아파트의 경우 상가가 잘돼야 결국 수분양자의 자산 가치로 이어진다. 

 

단지 내 상가의 공실이 많아 썰렁한 단지 분위기에 아파트 시세도 오르지 않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올해 들어 서울 핵심 지역 분위기가 완전 바뀌었다. 

 

최근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2990가구를 배후로 한 단지 내 상가 일반분양 결과 조합원 분양을 제외한 117개 호실 중 절반 정도의 계약을 체결하는 데 그쳤다.

지하층의 일부 호실의 경우 최고 경쟁률이 66대 1에 달했지만, 분양가가 비싸거나 입지가 떨어지는 점포들은 주인을 찾지 못했다. 현재 잔여 호실에 대해 선착순 계약을 진행 중이다.

원베일리 상가는 지하 1층~지상 5층 규모로 분양가는 3.3㎡당 최고 1억1000만원대까지 책정됐다. 입지와 고정수요를 강점으로 높은 분양가가 책정되었고 1층 호실 중 상가 주출입구와 가장 가까운 호실(전용면적 65.83㎡)의 경우 분양가가 무려 46억8340만원에 달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격 부담을 느낀 투자자들에게 외면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개포자이 프레지던스’ 3375가구의 단지 내 상가인 ‘개포 자이스퀘어’도 잔여 물량을 분양중이다. 지하 3층~지상 4층, 총 102실 규모의 상업시설이다.

일대의 재건축 아파트들의 입주자 수요를 확보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공실이 대부분이다.

 

세종시의 한 상가에 세입자를 구하는
세종시의 한 상가에 세입자를 구하는 광고가 붙어있다. (사진=연합)

 

지난달 28일 25개 점포를 입찰한 강남구 ‘개포자이 프레지던스’ 단지 내 상가는 44%인 11개가 아직 미분양 상태다.

경매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1월 강남구 대치동 ‘대치SK뷰’ 단지 내 상가 1층 물건은 두 차례 유찰 끝에 감정가(23억3000만원)의 64.4%인 15억원에 낙찰되었는데 응찰자는 한 명에 그쳤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서울 단지 내 상가 평균 매매가격은 3.3㎡당 4947만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6279만원)에 비해 21% 하락했다. 서울의 단지 내 상가 1층 전용 33㎡를 사려면 1년 전엔 평균 6억2000여 만원이 필요했다.

현재는 4억9000만원이면 매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인천 지역의 단지 내 상가는 평균 4254만원에서 3629만원으로, 경기지역은 4091만원에서 3971만원으로 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지침이 전면 완화되고 날씨가 풀리면서 서울시내 주요 상권은 활기를 띄고 있다.

문제는 강남, 명동, 성수 등 젊은층을 대상으로 하는 중심상권만 뚜렷한 증가세를 보일 뿐 아파트 입주민을 배후로 둔 단지 내 상가나 근린상가 등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물가와 배달비가 오르면서 외식을 찾는 이들이 줄었고 높아진 금리 탓에 임대료를 낮추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에 상가 주인들은 임대료를 인상은 커녕 공실걱정이나 임대료 연체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시내 한 상가앞에 임차인
서울시내 한 상가앞에 임차인을 구하는 문구가 걸려있다. (사진=연합)

 

심지어 대단지 강남 아파트 단지 내 상가임에도 투자자들의 발길은 뜸해지고 있다. 과거 아파트 단지 내 상가는 ‘가성비 높은 투자처’로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상권이 자리만 잡게 되면 별다른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월세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경기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워진 데다 고 분양가 상가들이 나오면서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제한된 입점 업종도 단지 내 상가의 인기가 떨어지는 원인으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단지 내 상가에는 편의점과 부동산 중개업소, 세탁소, 미용실 등이 들어서는데 최근엔 중개업소 비중이 압도적이다.

헬리오시티 단지 내 상가(A동) 1층을 보더라도 총 99개 점포 중 52개가 중개업소로 입점해 있다.

주 고객층인 입주민이 대형마트·복합쇼핑몰로 원정 쇼핑을 가면서 단지 내 상가에 대한 의존성이 크게 줄었다. 당분간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상가가 투자자·임차인 모두 대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고금리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 투자수익률도 부진하다. 지난해 4분기 강남권 집합상가 수익률은 연 0.85%로, 1년 전(2.09%)보다 낮아졌는데 시중은행 예금금리(연 3%대 중반)에 크게 못 미친다.

장경철 부동산퍼스트 이사는 “코로나가 진정되자 고금리와 경기 침체가 상가 주인, 임차인인 자영업자에 타격을 주고 있다”며 “한정된 배후수요에 비해 단지 내 상가의 점포 수가 지나치게 많은 것도 투자처로 매력이 떨어지게 만드는 원인”이라고 말했다.

성동규 기자 dongkuri00@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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