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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3년 전 그날의 사건’ 평범한 하루를 지키기 위한 저마다 다른 선택…뮤지컬 ‘멸화군’

입력 2023-07-2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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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뮤지컬 멸화군_이석준(천수) 조성윤(중림)
뮤지컬 ‘멸화군’ 공연장면(사진제공=시작프로덕션)

 

“재연은 초연 당시 아쉬움으로 남았던 인물들의 관계성에 중점을 뒀어요. 초연 때는 오프닝 넘버 ‘화마’가 대화재 후 3개월이 지난 시점이었지만 재연에서는 ‘3년 전 그 날’을 키워드로 잡았어요. 가족을 잃은, 같은 슬픔을 가진 인물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평범한 하루를 지켜내기 위해 어떤 선택들을 하는지에 집중했죠.”

조선시대 실재했던 정규 국가 소방 조직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멸화군’(9월 10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의 우진하 연출은 작품의 키워드를 ‘3년 전 그날’로 꼽으며 “명확한 시작점이 될 수 있도록 했다”고 부연했다.  

 

뮤지컬 멸화군
뮤지컬 ‘멸화군’ 중림 역의 고상호(왼쪽)와 조성윤(사진=허미선 기자)

 

중림(고상호·조성윤·박민성, 이하 프레스콜 참석 여부·시즌 합류·가나다 순)은 무고한 백성과 동료들을, 천수(최재웅·김민성·이석준)는 하나뿐이던 가족인 형 만수를 잃었다. 대가댁 아씨였던 연화(김청아·안유진)는 모두를 잃고 혼자 살아남았다.

중림 역의 조성윤은 “텍스트에 충실하며 명확한 사건 사고에 집중했다”고, 고상호는 “당시의 소방관들도 지금 소방관들과 비슷한 마음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출발했다. 대화재를 겪고 나서 변화된 중림의 심정을 무대 위에서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털어놓았다. 

 

연화 역의 안유진은 “정치적으로 멸문지화를 당한 집안의 딸로 남은 인생을 변화시키는 선택을 하는 심정이 궁금했다”며 “불로 당한 피해를 그대로 불로 갚아주려는 복수를 선택했지만 스스로도 컨트롤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 연화의 심리 표현을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뮤지컬 멸화군
뮤지컬 ‘멸화군’ 연화 역의 안유진(왼쪽)과 김청아(사진=허미선 기자)

 

김청아는 연화에 대해 “자신의 신념을 위해 스스로가 지은 죄에 대한 죄책감도 덮어버리고 삶을 이어가는 사람”이라며 “그 중 천수를 유일하게 웃을 수 있는 평범한 하루 정도로 생각하는 인물”이라고 표현했다.

초연에 이어 재연에도 천수로 돌아온 최재웅은 “지난 시즌에는 만수 형 얘기가 많지 않아서 신입단원의 모습을 중점적으로 보여드렸다면 이번 시즌에서는 형과의 관계성에 신경을 썼다”고 말을 보탰다.

김민성은 “천수의 순수함을 강조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만수 형, 중림, 연화, 강구(강동우·구준모·이기현) 등은 각자의 인생 속에서 분명한 철학을 가지고 있는데 천수는 아직까지 그렇지 못하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천수는 나름대로 철학을 세워나가는 인물이구나 싶었고 만수 형에게 사랑을 많이 받으면서 생긴 순수함을 표현하는 데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이석준은 “연출님이 초반에는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난 궁금해’ ‘알고 싶어’ 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씀해 주셨다”며 “처음 대본을 봤을 때는 이해가 안가는 부분도 많았지만 순수함이면 되는 것 같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렇게 중림, 연화, 강구가 해주는 말들을 하나하나 쌓아가면서 자신만의 철학을 만들고 마지막에 그 철학을 찾아 형의 뜻을 이어가는 마음을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진하 연출의 말처럼 세 사람 모두 아끼는 이들을 잃었지만 ‘평범한 하루를 지키기 위한’ 선택들은 달랐다. 그 달라진 선택들로 풀어가는 뮤지컬 ‘멸화군’은 우진하 연출의 설명처럼 “실록에 ‘세조 13년 1467년에 대화재가 있어났다’ 기록된 팩트를 기반으로 시작한” 작품이다.

뮤지컬 멸화군
뮤지컬 ‘멸화군’ 천수 역의 이석준(왼쪽부터)·김민성·최재웅(사진=허미선 기자)

 

“방화범은 ‘왜 불을 질렀을까’라는 상상에서 시작한” 뮤지컬 ‘멸화군’에 대해 우 연출은 “예나 지금이나 결국 가진 자들은 본인들의 이득을 위해 백성들을 핍박하기 때문에 세금만 갉아 먹고 있으니 필요없다고 느껴 불을 질렀다고 설정했다”고 밝혔다.

‘멸화군’은 2017년 리딩을 시작으로 2020년 쇼케이스, 2021년 초연에 이어 두 번째 시즌을 맞아 극장을 넓히며 대대적인 변화를 맞았다. 연화의 서사를 구체화하기 위한 솔로넘버 ‘흉터’, 백성을 지키지 못한 트라우마와 고통을 담은 ‘검은 목소리’, 사료에 입각해 실제로 불 끄는 장면의 ‘멸화’를 비롯해 ‘꿈같은 순간’ ‘내일’ 등 새로운 넘버 9개가 추가됐다.

이정연 작곡가는 “부끄럽지만 처음엔 단순하게 조선시대 소방관을 멋진 영웅으로 표현하고 싶어 무작정 멋지게 만드는 게 목표였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어떤 아픔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이야기 안에서 생기는 사건들, 문제거리, 관계성, 인물들의 감정선, 캐릭터들의 상황 등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멸화군
뮤지컬 ‘멸화군’의 멸화군들(사진=허미선 기자)

 

“예를 들어 불을 끄는 ‘멸화’ 같은 넘버는 상황묘사가 명확할수록 좋지만 연화, 중림 등의 감정선에, ‘불씨’는 서스펜스에 중점을 두며 모호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마창욱 음악감독은 “넘버들이 추가됐지만 확장된 부분들도 많다”며 “서사나 노래를 추가하거나 리딩 때는 있었지만 뺐다가 다시 복원한 부분들도 있다. 더불어 어떻게 하면 적은 인원 안에서 큰 에너지를 담아낼 수 있을까 음악적으로 고민했다”고 말을 보탰다.

“중림과 천수가 장난을 치면서 교감을 나누는 장면, 중림이 자신의 죄값을 어떻게 치를 것인지를 결정하는 장면 등도 변화를 맞았어요. 연화가 중림을 제압하는 기능적인 곡이었던 ‘피어나’가 빠지고 중림과 연화의 서사와 관계성을 담은 ‘불씨’라는 넘버가 새로 들어왔습니다.” 

 

멸화군
뮤지컬 ‘멸화군’ 공연장면(사진=허미선 기자)

 

우진하 연출은 ‘멸화군’의 주제를 “사명으로 지켜낸 하루하루가 쌓여 더 나은 내일 된다”라 전하며 “오프닝에서 같은 사건을 겪은 세 사람이 다른 선택들을 하고 굉장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면서 어떻게든 지켜내려는 압박에 시달린다”고 강조했다.

“연화는 그때 모든 걸 잃고 잘못된 선택을 하게 돼요. 본인은 이 하루를 지켜내기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죠. 하지만 천수는 그럼에도 휘둘리지 않고 올바른 길을 가기 위해 애써요. (백성을 구하기 위해 죽음을 맞은) 형처럼, 중림 대장이 자신을 구해줬던 것처럼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 결심하죠. 그런 천수의 길이 오늘 보다는 좀 더 밝은 내일이라는 것으로 끝내고 싶었습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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