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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인류가 뿌린 '굶주림의 씨앗'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루안 웨이 '식량위기, 이미 시작된 미래'

입력 2023-08-26 07:00 | 신문게재 2023-08-2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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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저자는 “20세기 이후 기아(飢餓)는 대부분 전쟁과 권력투쟁 등 인위적인 원인으로 일어났다”고 말한다. 이제 날씨나 농업 생산성, 농지 부족이 더 이상 기아의 원인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전 세계가 점점 더 전쟁의 위기, 세계 분단의 위기, 지구 온난화 위기, 자원 위기 등 기아가 일어날 만한 인위적인 요인들을 점점 더 갖춰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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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위기, 이미 시작된 미래|루안 웨이|미래의창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가져온 식량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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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저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농업’과 ‘식량’이라는 새로운 영역까지 공격을 확대한 ‘새로운 전쟁’의 서막이라고 강조한다. 러시아가 철수하고 평화가 찾아온다 해도 ‘식량위기의 시대’는 이미 한 걸음씩 다가오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러시아가 곡물 주 공급국에서 부수적인 공급국으로 전락하고 우크라이나 역시 농업 부흥과 곡물 수출 회복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우려한다.

화학비료 조달 문제와 지구 온난화 가속화와 함께 인구 증가도 큰 문제다. 세계 인구는 2050년에 50억에 달해 지금보다 20억 명분의 식량을 더 확보해야 한다. 저자는 “이대로 가면 전 세계 기아 인구가 10억, 20억 명으로 치솟을 지 모른다”며 “식량이 제약 없이 세계적으로 거래되는 안정적인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인류에게 가장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 침략당한 세계의 빵 바구니

세계에서 가장 무역 거래량이 많은 곡물이 ‘밀’이다. 2020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수출되는 밀은 5532만 톤으로 전체의 28%에 달한다. 두 나라가 약 50개 개발도상국 밀 수입량의 30% 이상을 맡는다. 가격도 미국산에 비해 한 때 30%까지 저렴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2022년 3월에 밀 가격은 톤당 400달러를 훌쩍 넘기며 6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쌀 가격을 넘어섰다.

우크라이나는 영양분이 가득한 흑토 ‘체르노젬’이 전 국토의 70%에 이른다. 2010년 이후 곡물 수출에 집중한 덕분에 밀과 옥수수, 해바라기(착용유)의 60~90%를 수출한다. 소련은 한 때 곡물 순수입국이었으나 푸틴의 농업 진흥 정책과 곡물의 전략적 수출 상품화 덕분에 이제는 세계 3위 밀 생산국 및 세계 최대 밀 수출국으로 군림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흑해 봉쇄로 상황이 급변했다. 데이비드 비즐리 WFP(세계식량계획) 사무총장은 “이미 81개국에서 2억 7600만 명이 급성 기아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분쟁이 수습되지 않으면 81개국에서 새로운 급성 기아가 4700만 명 발생해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위험한 기아 리스크를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육류 소비 확대가 기아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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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옥수수는 연 2.7%씩 생산량이 늘면서 2020년 세계 곡물 생산량 약 30억 톤 가운데 11.6억 톤으로 밀과 쌀을 제쳤다. 대두 생산도 연 3.7%씩 늘어 3.5억 톤에 달했다. 사료 작물 폭증은 급속한 육류생산 확대를 불렀다. 2020년 세계 육류 생산량은 40년 전보다 2.5배 폭증했다. 연평균 2.3%로 인구 증가율(1.7%)를 웃돌았다. 인류의 음식이 곡물과 채소에서 육류로 확대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육류 생산 규모에서 세계 최대다. 특히 돼지고기는 생산 비중은 1980년 83.1%에서 2020년에 54.6%로 크게 떨어졌지만 아직도 4113만 톤을 생산해 2018년 시장점유율이 44.8%에 달했다. 2020년 중국에서 사육하는 돼지는 4억 마리 이상으로 전 세계의 약 40%에 달했다.

문제는 중국 양돈 기업들이 비싼 국산 사료를 피해 저렴한 수입 옥수수와 수수, 보리 등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곧 사료 곡물의 한계에 다다르고, 결국 육류를 대신할 인공 육 개발 및 양산화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 지구 온난화가 몰고 올 또 다른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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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주식 곡물의 생육은 기온과 강우량에 큰 영향을 받는다. 화학비료의 이용이나 가축의 트림과 분뇨 등은 온실가스 발생원이 되어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시킨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2014년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온실가스 중 공업은 21%, 전력과 열 생산은 25% 정도인데, 농업과 그 외 토지 이용도 24%에 이른다. 이 중 농업 분야만 약 10%를 차지했다.

농업 분야 온실가스 발생원 가운데는 토양에서 서식하는 미생물이 발생시키는 일산화질소가 39.1%로 가장 크다. 가축의 트림(메탄가스)가 38.8%에 이른다. 세계적으로 약 15억 마리의 소가 사육되는데. 이들이 뿜는 트림이 자동차 15억 대가 내뿜는 오염과 유사하다고 한다. 인류가 식량 생산을 위해 농업을 확대할수록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된다는 딜레마에 직면한 것이다.

이상고온과 가뭄 탓에 유럽 등지에서는 농축산물 생산량 급감이 우려되고 있다. 지구 전체 물의 2.5%에 불과한 담수 부족이 큰 문제다. 게다가 하천처럼 쉽게 사용 가능한 담수는 0.008%에 불과하다. 해수면이 1m 상승하면 쌀 생산량이 최대 290만 톤 줄 수 있다고 한다. 담수를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이유다.

 


◇ 바이오 연료, 식량인가 연료인가

저자는 세계 농업 문제는 곡물 과잉생산 때문이라고 비판한다. 미국 EU 호주 등 농업 강국이 극진한 농업 지원책을 펼친 탓이라는 것이다. 자국 농업 보호를 위한 이들의 새로운 전략이 ‘바이오 연료’다. 바이오 에탄올은 미국과 브라질이 과점하고 있다. 미국이 55%, 브라질이 29%다. 바이오 디젤은 유럽이 35%를 점유한다. 모두 공급 과잉 곡물과 유량 작물이 많았기 때문이다.

바이오 에탄올을 최초로 자동차에 이용한 것은 브라질이다. 현재는 순수 휘발유 자동차 운행이 금지될 정도다. 사탕수수에서 추출해 2000년대 초 바이오 연료 생산과 소비 세계 1위에 올랐다. 심각한 자동차 대기오염의 해법으로 바이오 연료에 눈을 돌린 미국은 옥수수로 만든 바이오 에탄올로 자국 농업 보호와 에너지 안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게 된다.

바이오 연료의 최대 과제는 ‘식량과의 경쟁’이다. OECD-FAO는 2030년 바이오 연료에 사용되는 밀은 전체 생산량의 1.2%, 옥수수는 13.7%, 식물 기름은 13.5%, 사탕수수는 무려 22.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저자는 “연료가 식량을 침식하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며 “인류는 이제 결정할 때가 다가왔다”고 말한다.



◇ 기아를 초래한 강대국의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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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의 진짜 문제는 ‘곡물 증산’ 보다 ‘곡물 수입’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경제성장이 둔화된데다 자급자족형 농업을 배제시켰던 식민지 경제구조가 여전한 탓이 크다. 서구 국가들은 아프리카 국가들을 잉여 곡물의 배출구 정도로 여겼던 것이다.

저자는 “아시아의 식량 증산 경험이 아프리카에 전수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시아 국가들처럼 곡물 등의 식량 생산을 늘리지 않으면 빈곤에서 탈피해 진정한 경제 발전을 이루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지금처럼 귀중한 외화를 도시 인구의 음식을 위해 소비하지 말고, 아시아처럼 국내 인프라 정비와 공업화, 교육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아프리카가 빈곤을 해소하고 지속 성장하려면 식량 자급률을 높이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이제라도 저가 수입 곡물의 유입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곡물 원조가 아니라, 생산성 향상을 위한 자금과 기술, 그리고 자재라고 강조한다.

 


◇ 화학비료 쟁탈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화학비료 수급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3대 화학 비료인 질소와 인산, 칼륨의 원료와 생산은 러시아와 동맹국 벨라루스의 비중이 높다. 특히 인산과 칼륨은 원료 주 생산지가 두 나라인데, 서방의 경제 제재로 많은 나라들이 수급 차질을 빚고 있다. 화학비료 가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역사적인 고점 수준에 도달했다.

화학비료 수출 세계 3위 나라인 중국도 변수다. 화학비료 과다 사용으로 환경이 파괴되어 공급 과잉분을 수출로 돌리면서 화학비료 수출국이 되었지만 ‘2060년 탄소 중립 달성’을 공언한 이후 2021년 10월부터 다시 수출을 줄이고 있다. 저자는 중국의 비료 수출도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고 우려했다.

화학비료는 곡물보다 수급 조절이 어렵다. 저자는 “화학비료의 생산과 유통은 세계 농업 생산과 식량의 안정적 공급을 지탱하는 매우 중요한 과제”라며 유엔과 선진국이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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