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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메이드 인 코리아 뮤지컬 ‘라흐마니노프’, 대만에 ‘엘레나’ 양산 중!

입력 2023-10-2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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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라흐마니노프
대만 타이베이공연예술센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라흐마니노프’ 로비 풍경(사진=허미선 기자)

 

“제 최애배우는 OOO이에요!”

창작뮤지컬 ‘라흐마니노프’(拉赫曼尼諾夫, 10월 22일까지 타이베이공연예술센터)가 공연 중인 타이베이공연예술센터(臺北表演藝術中心) 그랜드시어터(Grand Theater) 로비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공연을 끝내고 진행한 포토데이 참여를 위해 번호표를 들고 대기 중인 대만 뮤지컬 관객들이었다. 누군가는 까치발을 들고 배우들의 사진을 찍느라 안간힘을 쓰고 또 다른 누군가는 캐스팅 보드의 특정 배우를 찍느라 자세를 바꿔가며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대만 라흐마니노프
대만 타이베이공연예술센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라흐마니노프’ 백스테이지에서 바라본 무대(사진=허미선 기자)


‘라흐마니노프’ 제작사 HJ컬쳐 관계자의 “600~800석 규모면 모를까 1500석은 좀 부담스럽지 않나”라던 우려가 무색하게 공연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라흐마니노프’가 공연 중인 타이베이공연예술센터는 네덜란드 출신의 건축가이자 하버드 교수 렘 콜하스(Rem Koolhaas)의 OMA(Office for Metropolitan Architecture)가 설계해 지난해 개관한 공연 전문극장이다.

다양한 각도에서 인근을 조망할 수 있는 타이베이공연예술센터는 ‘라흐마니노프’가 공연 중인 1500석 규모의 그랜드시어터, 실험적인 공연을 위한 840석 규모 블루박스(Blue Box), 800석 규모의 반구형 글로브 플레이하우스(Globe Playhouse)가 자리 잡고 있다. 

 

라흐마니노프
뮤지컬 ‘라흐마니노프’가 공연 중인 대만 타이베이공연예술센터는 세개 극장이 무대를 비롯해 백스테이지, 공연지원시설, 관람객 편의시설 등을 공유한다(사진=허미선 기자)

 

2021년 미국 CNN Style에서 가장 기대되는 신축 건물 중 하나로 선정된 타이베이공연예술센터는 특이하게도 세개 공연장이 삼각편대를 이루며 중앙 큐브에 집약된 무대를 비롯해 백스테이지, 공연지원시설, 관람객 편의 시설 등을 실내 둘레길을 통해 공유하는 매싱 콘셉트(Massing Concept)의 건축물이다.

그랜드시어터와 블루박스는 무대까지 공유하며 대형 오페라, 오케스트라 공연, 패션쇼 등을 소화할 규모의 슈퍼 시어터(Super Theater)로 활용할 수 있게 디자인됐다.


◇대만은 한국 뮤지컬 문화 수용 중!

라흐마니노프
대만 타이베이공연예술센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라흐마니노프’ 무대(사진=허미선 기자)

 

미세한 움직임이나 소음도 없는 객석, 배우들을 지칭하는 별명, 배우들과 스태프들을 위한 도시락 및 먹을거리들, 배우들 뿐 아니라 피아니스트·현악 4중주 연주자들에게까지 아끼지 않고 보내는 박수, 스페셜 커튼콜, 포토데이 등의 이벤트….

중국어 자막이 아니었다면 서울 대학로의 어느 극장쯤으로 착각했을 정도로 대만은 한국 뮤지컬 문화를 적극 수용 중이었다. 

 

장제스(蔣介石)의 증손자이자 제17대 대만 타이베이 시장인 장완안(蔣萬安)은 애초 계획했던 ‘라흐마니노프’ 공연장 방문이 어려워지자 한승원 HJ컬쳐 대표에게 따로 친서를 보내 성공을 기원할 정도로 한국 뮤지컬 시장과 문화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만 라흐마니노프
대만 타이베이공연예술센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라흐마니노프’ 무대 뒤 풍경(사진=허미선 기자)

 

“대만 뮤지컬 관계자들이 한국 뮤지컬 산업의 특징인 N차 관람, 성숙한 관람태도, 포토데이·악수회·스페셜 커튼콜 등 이벤트 등에 적응 중”이라 전하는 HJ컬쳐 관계자를 비롯한 대만 뮤지컬 관계자에 따르면 “대만은 한국의 뮤지컬문화, 특히 대학로 문화에 관심이 많다.”

‘라흐마니노프’ 공동주최사인 HJ컬쳐와 C뮤지컬이 진행한 사전설문조사 결과에도 그 관심이 반영됐다. ‘라흐마니노프’ 사전 예매 관객 3000여명 중 25%가 한국에서, 24.4%가 대만에서 한국 뮤지컬을 관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45.8%가 ‘라흐마니노프’를 보고 싶은 이유로 “한국 뮤지컬이 좋아서”라고 답했다.

특정 배우의 애드리브를 미처 따라가지 못한 자막에 적극적인 개선 요구를 하는 전화가 빗발치는가 하면 공연 기간 중에는 김주한 음향 감독의 마스터클래스가 진행되기도 했다. 

 

대만 라흐마니노프
대만 타이베이공연예술센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라흐마니노프’의 김주한 음향감독이 대만 뮤지컬 관계자들과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했다(사진=허미선 기자)

 

뮤지컬 ‘라흐마니노프’는 ‘교향곡 1번’(Symphony no.1) 혹평 후 신경쇠약에 시달리던 러시아의 천재 음악가이자 피아니스트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Sergei Rachmaninoff 박유덕·안재영·김현진·정욱진,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와 그를 치료한 정신의학자 니콜라이 달(Nicholai Dahl 김경수·정동화·유성재·임병근) 박사의 실화를 다룬 작품이다.

라흐마니노프가 달 박사에게 헌정한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중심으로 ‘교향곡 1번’ ‘피아노 협주곡 3번’ ‘보칼리제’ ‘비가’ 등을 변주해 넘버를 꾸려 2016년 초연됐다. 

 

대만 라흐마니노프
대만 타이베이공연예술센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라흐마니노프’(사진=허미선 기자)

 

이번 대만 공연은 “한국 배우들의 오리지널 버전으로 보고 싶다”는 대만 관객들의 요청을 수용해 라흐마니노프에 박유덕·안재영·김현진·정욱진, 달 박사에 김경수·정동화·유성재·임병근 그리고 피아니스트 김여랑·조영훈이 무대에 올랐다.

특정 배우를 ‘본진’으로 지목한 한 팬의 이름은 절묘하게도 극 중 병마에 시달리면서도 어린 라흐마니노프가 음악가로 성공하기를 간절히 바라며 응원했던 누나의 이름인 ‘엘레나’(蔥花)였다. 그렇게 대만은 극 중 라흐마니노프의 누나처럼 한국 뮤지컬에 열광하고 응원을 아끼지 않는 ‘엘레나’를 양산 중이다.

타이베이=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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