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요?” 동국제강그룹의 적장자이자 강력한 후계자로 거론되는 장선익(구매실장) 전무는 다른 재계 오너 4세와 달리 뚜렷한 ‘경영 키워드’가 읽히지 않는 편이다. 주요 그룹의 고위 임원 상당수가 장선익 전무의 ‘경영 포부’에 대해 하나같이 물음표를 던졌다. 동국제강의 경영승계가 본격화했음에도 동종업계 관계자들조차 ‘왕관을 쓴’ 그의 모습에 대해서는 상상이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아버지는 27년, 아들은 17년째
장선익 전무. (사진=동국제강) |
1982년생으로 올해 41세인 장 전무는 재계 오너들에겐 흔한 ‘낙하산 인사’와는 거리가 멀었다. 동국제강 말단 사원으로 입사해 해외 지사를 전전하다 서른을 훌쩍 넘긴 2016년에서야 본사 근무가 허락됐다. 중학교 동기 동창인 HD현대의 정기선 대표가 일찌감치 경영 전면에 나선 것과도 비교된다.
동국제강 지주사 전환 계획. (그래픽=동국제강) |
◇장 전무, 무엇을 보여줄까...지분 확보는 관건
동국제강의 경영권 승계가 본격화하면서 장 전무가 보여줄 미래 비전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장 전무는 동국제강의 차세대 사업을 검토했던 ‘비전팀’을 이끈 경험이 있다. ‘철강’이란 기존 사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진 만큼 장 전무가 그룹 경영에 나선다 하더라도 철강이란 한 우물을 4대째 팔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탄소중립 등 철강업계에도 불어닥친 현안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가 관건이다. 업계 관계자는 “장 전무는 공급망의 핵심인 구매를 총괄하고 있다”면서 “산업계 현안인 원자재 가격과 전기료 인상 등 구매부서에서 풀어야 할 숙제들이 많다”고 내다봤다.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분 확보도 문제다. 현재 동국제강은 지주사인 동국제강홀딩스를 중심으로 각각 열연과 냉연 사업이 주력인 동국제강, 동국씨엠 등으로 인적분할을 추진 중이다. 지주사 출범은 순항 중이나 장 전무의 동국제강 지분이 1%대로 너무 낮아 사촌 간 경영권 분쟁 우려가 조심스럽게 나온다.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동국제강 4세는 장 전무가 유일하긴 하지만 작은 아버지의 장남인 장승익씨도 약 0.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장 회장과 장 부회장의 지분은 각각 13.62%, 9.43%이다. 장자 승계가 원칙이지만 사촌들이 경영권 확보에 나선다면 언제든지 틀어질 수 있다고 재계는 보고 있다.
천원기 기자 100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