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오피니언 > 브릿지칼럼

[브릿지 칼럼] 불굴의 기업

입력 2023-11-09 14:06 | 신문게재 2023-11-10 19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clip20231109090457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베트남 호찌민 외곽에 자리 잡은 한세실업TG법인의 사업설명회가 최근 크게 보도됐다.


공장현장에는 QR코드로 이어진 길을 따라 ‘지게차’모양의 로봇이 분주하게 옷감을 배달하고 있었다. 원단이 옮겨지자 컴퓨터는 곧바로 재단을 시작했다. 그런 후 옷을 이어 꿰매는 과정은 30초도 안돼 뚝딱 끝냈다. 이렇게 이곳에선 최대 하루 60만장, 한 달에 1500만장 옷을 만들 수 있다. 스마트 팩토리시스템 ‘햄스’(HANSAE Advanced Management System)를 도입한 효과다. 이 회사 김신일 수석은 “과거엔 원단운반에만 작업자 5명이 필요했는데 지금은 로봇관리자 한명과 두 대의 로봇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한세실업은 지난해 베트남에서만 10억달러(약1조3000억원)어치의 의류를 만들어 전 세계로 수출했다. 한세실업은 주문자상표부착(OEM), 제조업자개발생산(ODM)방식으로 의류를 만드는 세계적인 패션기업이다.

주요 고객사로 H&M, 갭, 아메리칸 이글 등이 있다. 1982년 김동녕회장이 창업한 한세는 이처럼 패션기업에서 정보기술(IT)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특히 2025년 말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 인 중남미 콰테말라 신공장에 기대가 크다.

“미국은 원사와 원단에 대한 원산지증명을 요구하고 있다. 때문에 중남미에서 수직계열화를 완성할 경우 엄청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회사임원이 설명했다.

중남미는 미주시장 접근성이 좋고 중미자유무역협정(CAFTA)에 따른 무관세혜택 니어쇼어링(소비시장 인접국가로 생산기지이전) 인프라 강화등이 기대되는 곳이다. “내년에는 3조원대 매출을 전망한다”고 회사임원이 설명했다.

한세실업이 속한 한세그룹에는 한세엠케이, 예스24와 동아출판이 성장하고 있다.

한세그룹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김회장은 1972년 ‘한세통상’이라는 무역회사를 열고 애쓰다가 1979년 2차오일쇼크로 부도를 맞았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고 1982년 ‘한세실업’으로 다시 창업해 오늘에 이르렀다. 부도가 큰 체험이었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끝까지 이룩한다. 또 CEO가 권한을 휘두르는 것보다 아래로 위임돼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자” 또 “한세는 ‘한국에서 세계로’를 뜻한다”고 김회장은 늘 마음 다지곤 했다. 김회장과 필자는 서울상대 경제학과 64학번 동기다. 김회장은 경기고 출신이고 필자는 서울고 출신이다. 게다가 드라이한 서울상대 풍토에서 한 학년에 한두 명으로 이어오는 문우회(文友會)에서 만난 친구다. 모두 시 두어 편을 써오면 서울고 미술반 출신으로 시서화를 오랜세월 좋아한 필자가 그림을 그린 후 시를 넣어 매년 광화문과 시청근처에서 시화전을 열곤 했다.

문우회 골수 멤버로 5년 선배인 고 신영복형이 아쉽게 일찍 떠났고 또 64학번 동기로 필자가 시화작품에 열중할 때 키가 커서 어슬렁대던 친구 고 정운영교수도 일찍 떠나 안타깝다.

이제 김회장과 필자는 나이 80을 맞으면서 마무리가 중요해졌다. 오랜 세월 삶을 이룩하면서 현장경영과 세상에 대한 깊은 뜻을 기록에 남기는 ‘CEO대화록’을 한국독자와 세계독자를 위해 알차게 완성하면 좋겠다.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