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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코멘트] 제31회 대산문학상 희곡 부문 수상자 이양구 작가 “가치에 비해 저평가 받는 희곡, 결국 제도의 문제!”

입력 2023-11-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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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산문학상 이양구 작가
제31회 대산문학상 희곡 부문 수상작 ‘당선자 없음’의 이양구 작가(사진제공=대산문화재단)

 

“희곡은 소설보다 오래된 장르예요. 그리스 비극, 셰익스피어 작품 등이 다 희곡이잖아요. 희곡들이 서정시, 서사시, 극시 등으로 발전한 게 문학이죠. 하지만 한국에서는 희곡이 제도화가 덜 돼 있다 보니 텍스트 자체의 문학성에 주목하기 보다는 공연 중심으로 발달해 왔습니다.”

제31회 대산문학상 희곡 부문 수상작인 ‘당선자 없음’의 이양구 작가는 희곡이 문학의 범주에서 논의되기 어려운 데 대해 “결국 제도의 문제”라고 짚었다.

“그런 면에서 대산문학상은 권위 있고 상금도 적지 않은, 여러 모로 제도화된 희곡상 중 가장 큰 상이기도 해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주최하는) 창작산실이나 대본 공모 등 지원제도 등이 있기는 하지만 사회적으로 제도화해 승인해주는 수상제도는 극히 드물죠.”

이양구 작가의 말처럼 희곡 부문에 따로 상이 주어지는 시상식은 대산문학상을 비롯해 벽산예술상, 동아연극상, 차범석희곡상 등 정도로 “희곡작가는 문학인이 아닌 공연하는 사람들로 생각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보니 “희곡 작가에게 대산문학상 수상은 ‘제도적 승인’이라는 남다른 의미이기도 하다.” 

 

제31회 대산문학상 수상자
제31회 대산문학상 수상자들. 왼쪽부터 시 부문 ‘낫이라는 칼’의 김기택 시인, 소설 부문 ‘제주도우다’의 현기영 작가, 희곡부문 ‘당선자 없음’의 이양구 작가(사진제공=대산문화재단)

 

올해로 31회를 맞은 대산문학상은 대산문화재단에서 주최하는 종합문학인상으로 매해 시와 소설 수상작을 선정한다. 더불어 번역 부문은 영어·불어·독일어·스페인어 4개 언어를 해마다 번갈아서, 그리고 희곡과 평론은 격년제로 심사를 진행해 수상작을 선정·발표한다. 

 

심사대상은 매해 전년 8월부터 그해 7월까지(희곡은 2년, 번역은 4년 간격) 출판된 단행본으로 올해는 2022년 8월부터 2023년 7월까지 발표된 출판물에 대해 두번(예심과 본심)의 심사를 진행했다.

이 심사를 통해 이양구 작가의 ‘당선자 없음’과 더불어 김기택 시인의 ‘낫이라는 칼’과 현기영 소설가의 ‘제주도우다’ 그리고 독일어 부부 번역가 마티아스 아우구스틴(Mattihias Augustin)과 박경희가 번역한 전명관 작가의 ‘고래’(Der Wal)가 수상했다. 이들에게는 각각 5000만원의 상금과 양화선 조각가의 청동 작품 상패인 ‘소나무’가 수여되며 시, 소설, 희곡 수상작은 2024년 대산문화재단 번역지원 공모를 통해 해외 출간된다.

희곡상을 수상한 ‘당선자 없음’은 두산연강재단이 운영하는 두산아트센터가 2013년부터 매년 하나의 주제를 사회학적, 인문학적, 예술적으로 풀어내 공유하고 질문을 던지는 ‘두산인문극장’ 2022년 선정작이다. 2022년 ‘공정’이라는 테마 하에 진행된 ‘당선자 없음’은 최초의 헌법을 만드는 과정을 따르는 작품이다.  

 

희곡_이양구
제31회 대산문학상 희곡 부문 수상작 ‘당선자 없음’의 이양구 작가(사진제공=대산문화재단)
“저는 지금까지 실존 문제와 결부시켜 사회적인 이슈를 다뤄왔어요. 이슈 가운데 선 그냥 사람의 이야기, 구체적인 삶의 이야기죠. ‘당선자 없음’도 헌법을 만드는 이야기지만 그에 관련된 인물들, 만드는 사람들을 조명했던 사람들 등의 실존적 고민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곤 “두산이라는 기업이 만든 두산연강재단이 안정적인 제작시스템을 구축하고 창작자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제도화돼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작업이었다”며 제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문학 제도 안에서 희곡의 위상이 낮은 건 그 수가 적어서이기도 하지만 작품이 많이 생산되기 어려운 구조 자체의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국립대학이라는 서울대학교가 만들어질 때도 연극과는 제외됐잖아요. 희곡은 기본적으로 민주주의랑 같이 가는 장르예요. 그리스 비극도 시민 간의 토론을 기본으로 하고 있거든요. 시민문학으로 민주주의가 발달할수록 발달하고 쇠락하면 동반 쇠락하는 장르가 희곡이죠.”

이렇게 전한 이 작가는 “소수의 서술자가 있고 다수의 독자가 있는 다른 문학장르들과는 달리 한번 말하면 한번은 들어야 하는, 민주주의 정치제도와 긴밀하게 연관된 장르”라며 “그리스 비극 경연대회도 민주주의 학교였다. 그런 면에서 희곡은 민주주의가 발달하는 데서 중요하게 역할을 할 수 있는 장르”라고 부연했다.

“오래 전에는 극시로 불렸던” 희곡의 예술성, 문학성에 대해 이 작가는 “생략과 간결함, 함축성이 희곡의 특징”이라며 “쓰여진 것보다 쓰여지지 않은 게 훨씬 더 중요한 장르”라고 짚었다.

“그렇게 사회적 관계가 존재하는 방식 자체를 만들어 주고 있어요. 한 사람의 시점이 아니라 어떤 공동체, 어떤 인간 사회 관계 속에서 그들이 존재하는 방식을 보여준달까요. 어려서부터 희곡을 배우면 커뮤니케이션, 표현력 훈련이 돼요. 희곡의 기본 바탕이 소통이거든요.”

이어 “우리는 집단적 의사소통이 약한 사회에 살고 있다”며 “그 약한 집단적 의사소통을 학습하기에 매우 좋은 장르가 희곡”이라고 덧붙였다. 그리곤 다시 한번 “제도적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결국 그 가치에 비해 상당히 저평가 받고 있는 희곡이 쓰여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해요.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체계 안에서의 획기적인 개선과 더불어 민간 재단이든 기업이든 제도적 지원이 과감하게 이뤄지면 좋겠습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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