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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브 시니어] 전원주택의 환상

입력 2023-11-09 13:28 | 신문게재 2023-11-1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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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일 명예기자
정운일 명예기자

정년 퇴임한 지인은 Y 산속에 전원주택을 짓고 텃밭에 먹거리도 가꾸고 친구들을 초대해 고기도 구워 먹으며 이곳이 신선이 사는 곳이라고 자랑을 했다.


산속을 돌아다니며 산나물 버섯 더덕 산 열매를 따서 술도 담가 먹으며 참으로 즐겁다고 했다.

5년 정도 살다 보니 몸이 아픈 곳이 생겨 병원도 가야하고, 밥 짓기 싫으면 식당에서 사 먹고 싶은데 그럴 수 없다. 친구들 경조사가 있어도 가기도 불편하여 차차 전원주택에 대한 거부감이 일기 시작해서 떠나기로 작정했지만, 부동산에 내놓아도 사겠다는 사람도 없어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이러다 이곳에서 죽지 않나 하는 불안감도 들었다고 한다. 결국 헐값에 주택을 팔고 서울로 왔다. 서울에 주택이 있었으니 다행이지만 주택이 없었다면 어디로 가야 할지 한심한 노릇이었다.

필자는 지인의 생활상을 토대로 전원주택의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시장에 가려면 차를 타고 30분 나가야 생필품을 살 수 있다. 또한 의료시설이 멀리 있어 가기도 불편하고 가보아야 의원급이라 중한 병은 대도시에 있는 큰 병원으로 가야 하니 불편하다.

다음으로 주택관리가 매우 힘들다. 도시에서 집 관리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아파트는 항상 난방이 들어와 필요할 때 난방을 틀면 된다. 외출할 때는 문만 잠그고 며칠간 놀러 다녀도 부담이 전혀 없다. 그런데 전원주택은 주변에 잡초가 무성하고 텃밭의 작물을 보살피지 않으면 아무것도 건질 수 없어 장시간 비워둘 수가 없다.

끝으로 이사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도시 같은 경우는 부동산에 내놓으면 주변 기준 시가에 조금 가감하면 매매가 이루어질 수 있지만, 전원주택은 세입자가 없어 2~3년 되어도 팔리지 않아 이사도 쉽게 할 수 없다. 팔린다 해도 자기가 투자한 금액의 60%만 받아도 성공이라고 한다.

커다란 꿈을 가지고 전원주택에 왔지만 2~3년 살다 떠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노후에 쓸려고 마련한 종자돈을 모두 써버리고 빈털터리가 된다고 하니 신중히 생각하고 결정해야 한다.

전원생활을 하고 싶으면 살아본 사람들의 조언을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먼저 살고 싶은 곳을 정해 월세 연세로 살아보고 정말 좋다고 생각하면 결정해도 늦지 않다.

다음으로 주택은 30평 이하에 방 2칸 텃밭은 10평 정도, 생활권 20분 이내 왕래 가능지역, 너무 추운 지역 피해야 한다고 한다.

마당에는 잔디 대신 자갈을 깔라고 한다. 잔디를 심으면 보기 좋고 평온해 보이지만 관리가 힘들다. 잡초가 자라 조금만 돌보지 않으면 풀밭으로 변해 흉물스럽다.

옛말에 사람을 낳으면 서울로 보내고 망아지는 제주도로 보내라는 말이 있듯이 산속은 사람이 없어 외롭고 쓸쓸하다. 사람을 만나 대화도 나누어야 살맛이 난다. 대화하지 않고 앉아만 있으면 우울증이 생겨 세상을 비관하게 되고 치매의 원인이 된다. 그러니 전원주택의 환상은 신중하게 생각해서 결정해야 한다.

 

정운일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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